박현철회계사 – 어뉴이티 왜 사야 하는거지?

[출처] 어뉴이티 왜 사야 하는거지?|작성자 시원 톡톡

어뉴이티는 보험회사가 파는 연금상품 그러니까 연금보험입니다. 돈을 맡길 테니 그 돈을 굴려서 키운 다음 내가 요구하는 시점에 매달 얼마씩 내달라 그렇게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는 거죠. 일정 기간 세금을 내거나 근무를 해야 한다 그런 조건이 없으니까 돈만 맡긴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 소셜연금이나 퇴직 연금 같은 이런 일반 연금과 다른 점입니다. 돈을 맡길 땐 목돈을 맡겨도 되고 아니면 조금씩 나눠서 맡겨도 됩니다. 매달 찾아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 그건 가입자의 나이, 찾아쓰는 기간 그리고 맡긴 금액에 따라 정해질 겁니다.

​편의 상 맡긴다고 했지만 사실은 맡기는 건 아닙니다. 건네진 돈이 더 이상 가입자의 돈인지 그건 의문이니까요. 중간에 마음이 바뀌었다거나 아니면 어떤 사정이 생겨서 돈을 한꺼번에 빼내는게 아주 어렵기 때문입니다. 돈을 그럼 왜 보험회사에 맡기느냐, 그건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직접 돈을 관리한다면 경제 상황이나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 세워야겠지만 제3자가 관리를 해준다면 그런 신경은 쓰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더군다나 그 사람이 세상이 무너져도 당신 돈 만큼은 꼬박꼬박 내준다, 그렇게 찰떡같이 약속을 해줬다면 신경을 써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겠죠. 물론 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닌지 이건 꼭 따져봐야 할 테지만 말입니다.

어뉴이티를 파는 사람들은 원금을 보장한다 이렇게 선전하지만 별 의미 없는 얘깁니다. 어뉴이티를 사는 이유는 신경 쓰지 않아도 꼬박꼬박 돈을 받을 수 있다, 이게 다 입니다. 그런데 보험회사 보고 이렇게 대신 걱정해 달라고 했다면 공짜로 해줄까요? 그럴 린 없습니다. 반드시 댓가를 달라고 요구 할 겁니다.​ 어떤 댓가를 치뤄야 할까요. 판매인 커미션, 투자 관리비, 보험비 등등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특히 커미션이 높습니다. 회사마다 다르고 어뉴이티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6퍼센트에서 8퍼센트 선이라니까 만만히 넘길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숨겨진 비용들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합니다. 일찍 돈을 찾는다면 해지위약금을 내야하는 경우도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Surrender Charge가 바로 그겁니다.

그뿐 아닙니다. 59.5세가 되기 전에 어뉴이티에서 돈을 꺼낸다면 IRS 가 10% 페널티를 내라고 할 겁니다. 어뉴이티도 은퇴자금을 모으라고 정부에서 과세연기 혜택을 준 상품이니까요. 그래서 59.5세가 되기 전 IRA 에서 돈을 찾을 때와 마찬가지로 페널티를 매기는 거죠. 물론 은퇴를 한 뒤 연금 형태로 돈을 받을 때는 이런 페널티는 붙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세금혜택을 주고 어뉴이티를 구입하라고 했던 그 목적에 맞게 어뉴이티를 이용한 것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돈을 모으려고 어뉴이티를 사는 건 좋은 아이디어 같지 않습니다. 어뉴이티의 유용성은 돈을 모으는 단계 즉 적립단계가 아니라 돈을 찾는 인출단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뉴이티 얘기를 할 때는 돈을 모으는 단계 즉 적립단계와 돈을 꺼내는 단계, 인출단계에 대해서 그리고 immediate annuity 와 deferred annuity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되든 꼬박꼬박 돈을 받는다는 건 인출단계에서나 이용할 수 있지 적립단계에선 이용할 수 없으니까요.

어뉴이티를 사야겠다면 그래서 immediate annuity 를 선택하는게 좋단 생각입니다. 이걸 사면 산 다음 달부터 돈을 받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인출단계로 들어간다는 뜻이죠. 이와는 반대로 나중에 연금을 받으려고 매달 정해진 금액을 보험회사에 넣는게 deferred annuity이고 이걸 샀다는 건 적립단계에 있단 얘기죠. 돈을 모으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 몰라도 다른 효율적인 것들이 많은데 구태여 이걸 사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물론 어뉴이티를 이용해서 기금을 키우려는 분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어뉴이티의 과세연기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그건 경제적으로 아주 여유가 많은 사람들이나 쓰는 방법이지 대부분 경우엔 해당 사항이 없지 않느냐 그런 생각입니다. 인출시기가 다를 뿐이지 어쨌든 어뉴이티에서 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은 언젠가는 올 겁니다. 그래야 노후 생활비의 일부를 안정적으로 조달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인출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그런데 하나 있습니다. 얼마 동안 돈을 받을 거냐 바로 그겁니다. 어뉴이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인출단계에 들어가는 annuitize 계약을 맺으면 사망할 때까지 돈을 받는 옵션 그것 하나 밖에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기간을 정해서 예컨대 10년 동안 아니면 20년 동안 이렇게 정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기간을 정했다면 가입자가 그 기간 안에 세상을 떠나더라도 돈이 매달 나옵니다. 그러나 사망할 때까지라고 했다면 가입자가 사망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동안 찾은 돈보다 남아있는 돈이 많다 해도 그건 돌려 받지 못합니다. 그냥 보험회사 주머니로 들어가고 만다는 얘기죠. 가입자 입장에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하겠죠. 그래서 기간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등장한 겁니다. 사망할 때까지 받겠다 했다면 받는 돈이 적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대수명 이걸 갖고 보험회사가 월 지급액을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옵션이 꼭 나쁜 건 아닙니다. 세상을 떠날 때 까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반대로 기한을 정해서 받겠다고 했다면 한달 받는 돈은 좀 더 많이 받겠지만 다른 문제를 걱정해야 합니다. 기간보다 더 오래 살면 어쩌냐 바로 그 문제입니다. 기간을 넘겨서 살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어뉴이티에서 더 이상 돈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오래 사는 건 좋은데 갑자기 돈 걱정을 해야 한다? 생각해 봐야 할 문제 아니겠습니까? 어느게 좋으냐,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가족 내력 이런 것들을 감안해서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밖엔 없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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