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페이롤택스 감면 고집하는 트럼프
트럼프가 행정명령을 또 발표했습니다. 이번엔 경기부양 관련 행정명령들입니다. 올 연말까지 주 당 400달러 씩 실업수당도 주고 또 직원 부담 페이롤택스도 유예해 주고 세입자 강제퇴거 금지, 학자금 융자 상환 유예, 이 네가지 명령입니다.
코로나 19 패키지 법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의회를 압박하려고 한 것 같진 않고 바이든에게 뒤지고 있는 지지율을 만회해 보려고 그런 것 같다, 그런 생각도 드는군요. ‘봐라, 내가 뭔가 하고 있지 않느냐’, 이걸 보여 주려고 말입다.
행정명령 자체는 위법은 아닙니다. 그리고 트럼프만 사용한 것도 아닙니다. 전임 대통령들도 즐겨 썼던 방법이니까요.
궁금한 건 트럼프가 왜 페이롤택스 감면에 집작하는가, 그 부분입니다. 공화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회 있을 때 마다 페이롤택스 감면 얘기를 끄집어 내는 걸 보면 뭔가 다른 속내가 있는거 아니냐 그런 의문도 듭니다.
페이롤택스는 봉급을 받을 때 내는 세금입니다. 소셜시큐리티 택스 6.2%, 메디케어 택스 1.45%, 이렇게 두가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세율은 7.65% 입니다.
그러나 직원이 낸 세금만큼 고용주가 매칭을 시켜줘야 하니까 합산 세율은 15.3%가 됩니다. 자영 사업자는 자신이 고용주이면서 또 직원 신분이기도 하니까 이 15.3%를 self-employment tax라는 명목으로 납부합니다.
페이롤택스 감면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때는 대통령 행정명령이 아니라 의회의 입법을 통해서 그리고 메디케어 택스 쪽은 건드리지 않고 소셜시큐리티 택스 세율만 2% 포인트 깎아서 4.2%로 내려줬다는 점이 다릅니다.
오바마가 페이롤택스 감면을 단행했던 이유도 경기 진작을 위해서였습니다. 페이롤 택스를 깎아주면 깎아준 만큼 소득이 늘어나서 소비가 촉진될 것이다, 그런 이유였지요. 그래서 의회도 오바마의 계획에 찬성을 했던 거고요.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다릅니다. 실업자가 늘어난 원인은 경기부진이 아닙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그래서 페이롤택스를 깎아주는 건 번짓수를 잘못 찾은 셈입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사람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게 중요하지 돈을 더 푼다 아니다가 핵심이 아닐 것 같습니다.
현 상황에서의 페이롤택스 감면은 돈만 많이 들고 효과는 별로란 데 대해서 이견을 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실업자들에겐 그림의 떡 그리고 CARES Act 법을 통해 고용주들에겐 이미 페이롤택스 납부 유에 옵션이 주어져 있는데 페이롤택스를 깎아준다는 건 약발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이 제안한 HEALS 법안에 페이롤택스 감면이 빠져 있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 일 겁니다.
의회를 따돌린 채 행정명령으로 일을 처리하겠다는 태도도 문제가 될 게 틀림 없습니다. 민주당의 반발은 안 봐도 뻔하지만 공화당이라고 해서 트럼프를 받쳐 줄 거다, 그렇게 단정하긴 힘듭니다.
정부의 돈 관리는 입법부 소관이지 행정부 독단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물론 돈 관리엔 세금을 늘이고 줄이는 문제도 포함됩니다.
트럼프도 이걸 압니다. 그래서 페이롤택스 감면을 직접 지시하는 대신 연말까지 유예해 주겠다는 걸로 얼버무렸습니다. 그런데 유예라는 말과 면제란 말은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지금 내는 대신 나중에 내라는 게 유예 아닙니까?
그래서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트럼프가 한마디를 더 보탰습니다. 내가 재선되면 페이롤택스를 완전히 없애 주겠다고 말입니다.
그 바람에 트럼프의 속내가 들통이 났습니다. 허울이 좋아서 경기부양 행정명령이지 실은 자기 재선 전략에 써먹겠다는 거죠.
덤으로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도 없애고 싶어한다는 것까지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페이롤택스를 폐지하겠단 말은 이 두 프로그램의 돈 줄을 막아 버리겠다는 뜻이니까 에둘러 말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 두 프로그램이 아무리 눈엣가시 같아도 없앤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정치적 역풍이 대단할 테니까요. 공화당 내부에서 조차 지지를 받는다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트럼프라고 해서 모를 리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소셜시큐리티나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축소는 절대 없을 거다 라고 트윗을 했던 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말한 건 대통령 후보로 뽑히고 싶어서였을 뿐, 본심은 아니라고 봅니다. 대통령이 되면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는 꼭 손 보겠다는 게 트럼프의 속셈 아닌가, 그런 의심을 지우기가 힘드는군요.
[출처] 페이롤택스 감면 고집하는 트럼프|작성자 시원 톡톡
<칼럼은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