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액면 분할한 주식은 값이 오른다?

애플의 주식분할 소식, 이미 다 들으셨을 겁니다. 애플 주식을 1 주 보유하고 있으면 세 주를 더 준다는 4대1 분할입니다. 받을 수 있는 자격은 8월 24일 현재로 애플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 한 한다니까 그 전에 애플 주식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애플의 주식 분할을 일반 투자자들은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 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가 나올 당시 380달러대였던 주식 값이 연거푸 이틀 하루 30달러 이상 올랐으니 말입니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은 아마 두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애플 경영진이 회사 앞날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으니까 분할을 한 거 아니겠냐, 그게 첫번째 이유 그리고 주식을 분할한 회사의 주식 값은 오른다는 믿음, 이게 두번째 이유인 듯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주식분할이 종료된 뒤에도 애플 주식이 이렇게 계속 값이 올라 줄까 하는 것이겠지요. 이 궁금증을 풀려면 아무래도 주식 분할이 뭔지 그걸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식 분할은 말 그대로 주식을 나누는 것, 주 당 400 달러 짜리 회사를 4:1 분할을 하면 100달러 짜리 주식 4개를 가진 회사로 모습이 바뀌는 것입니다.

큰 바구니에 담긴 400달러어치 사과를 100달러짜리 작은 바구니 4개에 나눠 담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어떻게 하든 사과의 값어치는 400달러일 뿐입니다.

수박 한통을 네 조각으로 쪼갠 다음 다시 모아 놓으면 수박이 4통으로 늘어날까요? 물론 아닙니다. 짤라 놓으면 먹을 때 편하겠지만 전체 수박의 양은 그냥 한 통 그대로입니다.

마찬가지로 400 달러 짜리 주식을 4개로 나눴다고 해서 그 회사의 값어치가 4배로 늘어나진 않습니다. 주식 값이 ¼로 싸진 것 처럼 보이지만 양이 적어졌으니까 실제 가치에도 변화가 없습니다.

전체 시장 가치는 분할하기 전이나 분할 한 후나 똑같으니까 주식분할을 했다고 해서 주식 값이 올라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주식분할은 단순한 cosmetic change 다, 이게 학계와 증권가의 정설입니다.

그럼 애플은 왜 주식을 분할했을까요. 누구나 손쉽게 자기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게 애플 쪽에서 내놓은 공식 설명입니다만 글쎄요. 곧이 곧대로 믿기가 힘듭니다. 400달러 짜리라면 부담이 될 지 몰라도 100달러 짜리라면 쉽지 않겠냐 이건데 Odd Lot Trading이다 Fractional Trading이다 해서 소액 투자자들이 주식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Odd Lot Trading이란 건 주식을 거래할 때 최소 단위 거래보다 작은 주문, 예컨데 100주씩 거래가 기본이지만 그보다 적게 주문을 내도 거래를 허용하는 것 그리고 Fractional Trading은 주식을 한 주가 아니라 쪼개서 예컨대 0.5주, 0.25주 씩 이렇게 사고 파는 걸 말합니다.

그래서 애플이 주식분할 계획을 발표하자 놀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주식분할로 주가를 올려 보려는 건 20여년 전 닷컴 버블 시대에서나 있었던 얘긴데 세계 최우량기업 애플이 뜬금없이 주식분할을 한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 특히 미국이나 EU 주식시장은 정보가 비교적 신속하게 가격에 반영되는 효율적인 시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정보 독점이나 편중에 따른 가격 변동폭은 잘 생기지도 않고 혹시 생긴다 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수정이 된다고 하지요.

물론 효율적 시장 이론에 누구나 다 공감하는 건 아닙니다. 주식분할 소식이 나오자 단 이틀 동안에 애플 주식이440달러까지 치솟았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 주는 사례겠지요.

하지만 애플 주식은 8월 3일 이후론 그냥 440선에서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다우존스 지수를 비롯한 다른 주식들은 상승했는 데도 말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주식분할이란 약발이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 것은 아닐까요?

어떤 회사든 주식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기 위해선 기업 판더멘탈이 튼튼하고 또 사업 전망도 좋아야 합니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새로운 상품들을 시기적절하게 내놓을 줄 아는 마케팅 전략도 필수입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매출이나 영업수익은 자동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고 그 결과, 시장은 그런 회사의 값어치를 높이 쳐주겠지요.

애플이 그런 회사인지 아닌지 검토를 한 후 그렇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애플 주식을 매수했다? 그렇다면 그건 나무랄 데가 없는 선택입니다. 값이 실제로 올라갈지 아닐지 그건 모르겠지만 회사 정보와 자료를 충분히 살펴본 다음에 결정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주식분할을 했으니까 오를 것이다, 그래서 사야겠다고 했다면 단기 차익에 욕심을 낸 충동적인 결정은 아닐런지요. 투자의 귀재라는 워린 버핏이 이런 얘기를 했답니다. 다른 사람들이 욕심을 부릴 때는 두려워 하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 할 때는 욕심을 부려라, 그렇게 말입니다. 애플의 장래 전망이 아니라 주식 분할을 했다는 이유로 애플 주식을 사는 것,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출처] 액면 분할한 주식은 값이 오른다?|작성자 시원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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