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생명보험 해약해서 생활비 메꾸면 어떨까

코로나19 때문에 생명보험을 캔슬해야겠다, 그러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수입이 줄어드는 바람에 보험료가 너무 부담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보험이 없다면 가족들을 보호하는게 어려워 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험을 해약하기 전에 다른 대안은 없는지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수입이 줄어든 만큼 지출을 줄여야 한다,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얘깁니다. 그런데 생활비를 줄인다는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결국 미래를 위한 지출, 예컨대 생명보험이나 은퇴기금 적립, 이런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지출이라면 줄인다 해도 생활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으니까요.

은퇴기금 불입을 중단하는 건 문제가 없습니다. 불입을 그만 뒀다고 해서 계좌가 취소된다거나 그동안 적립해 놨던 돈의 소유권을 잃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일단 중지했다가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시작해도 됩니다.

그러나 보험은 다릅니다. 보험은 가입자와 보험 회사 간에 맺은 계약이라서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면 계약 자체가 해지되고 마니까 보험 혜택은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됩니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난다면 거기서 생기는 경제적 손실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자신이 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보험을 들었던 원래의 목적,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손실을 보험회사를 통해 보호받겠다는 그 목적이 깨져 버리는 것이지요.

그 뿐 아닙니다. 생명보험을 해지했다면 또 다른 경제적 손실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적립된 캐쉬벨류를 다 찾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 보험료는 왜 비싼 걸까요? 아니 이 질문은 틀렸습니다. 종신보험 보험료는 왜 비쌀까, 이래야 맞습니다. 일정 기간만 보험 카버를 해주는 Term Life 보험료는 훨씬 싸니까요. 종신보험 보험료와 비교하면 1/5 에서 1/15정도에 불과하니까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종신보험 보험료가 비싼 건 두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가입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지급하는 보험금 준비에 드는 Cost of Insurance 비용에다 투자 자금까지 내기 때문입니다.

보험금을 받으려면 사고를 당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살아가는 동안 사고는 한번도 안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죽는 건 다릅니다. 이 세상 누구도 피할 수 없는게 죽음 아닙니까. 게다가 나이를 먹을 수록 사망 확률은 올라갑니다. 세상을 떠날 때 까지 보험 카버를 해주려면 보험회사 입장에선 아무래도 보험료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종신보험은 그런데 보험 비용만 더 받는게 아닙니다. 투자를 해 준다는 명목으로 가외로 돈을 더 받습니다. 이렇게 투자용으로 받은 돈을 모아 놓은게 케쉬벨류입니다. 얼핏 보면 그림이 아주 좋습니다. 보험도 되고 투자도 되고 일석이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미국 비영리단체 Consumer Reports 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캐쉬벨류는 보험 가입 후 12년에서 15년 정도는 지나야 어느 정도 쌓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생명 보험의 Break Even Point는16년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온게 아닙니다.

돈을 부은 즉시 캐쉬벨류가 쌓여야 하는데 왜 이렇게 된다는 걸까요. 그건 가입자가 낸 돈에서 초기 사업비를 먼저 회수되기 때문입니다. 보험 판매인의 커미션도 빠져 나가고 사업비나 투자관리에 드는 비용도 제한 나머지 돈만 투자가 될 뿐입니다.

거기다 보험 해약금, Surrender Charge란 것도 있습니다. 보험 가입 초기라면 이 해약 벌금이 아주 높습니다. 가입한 지 1년 미만이라면 대개 10%를 떼고 그 후로 시간이 지나면서 9%, 8% 이런 식으로 줄어듭니다. 그러니까 모든 종신보험은 그게 Whole Life이든 아니면 Universal Life또는 VUL 이든 간에 중도 해약을 하게 되면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 얘깁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생명보험을 해약하면 가족 보호란 목적을 더 이상 달성할 수 없다는 바로 그 문제입니다. 생명보험을 해지했는데 만에 하나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진 Bread Winner가 세상을 떠난다면 남은 가족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재산을 넉넉하게 남겨주고 떠났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그 재산을 갖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는 아주 심각해 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갑자기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말입니다.

보험이 없더라도 경제적 문제로 가족들이 고통을 받지는 않겠다, 그렇게 확신한다면 비싼 보험료를 내면서 생명보험을 유지시켜야 할 까닭은 없겠지요.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닌데도 성급하게 보험 해지를 한다면 그건 바람직 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대안들은 없는지 먼저 살펴본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대안들이 있을까요.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종신보험을 Term Life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보험료가 얼마나 줄어들 지는 나이에 따라 다르고 또 보험 기간을 얼마로 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든 보험료를 줄이는 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다면 가입이 거부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 점엔 유의해야 합니다.

두번째 대안은 종신보험의 카버리지 금액을 낮추는 겁니다. 보험금 카버리지가 줄어 드니까 보험료도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세번째 방법은 Reduced Paid Up 옵션이란 걸 이용하는 겁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보험 유지가 가능합니다. 가입자의 캐쉬밸류에서 기본 보험료를 빼내서 납부하는 방식이니까요. 물론 캐쉬밸류가 완전히 고갈되면 보험은 자동적으로 해지가 되겠지요.

네번째는 캐쉬벨류를 담보로 보험회사에서 론을 받은 다음 그 돈으로 프리미엄을 내는 겁니다. 이자를 줘야 하고 또 론을 받은 금액만큼 사망 시 받을 수 있는 보험금, Face Value 가 줄겠지만 어쨌든 보험은 살릴 수 있습니다.

보험 취소 절차를 밟지 않고 그냥 보험료 납부를 일시 중단하는게 마지막 방법입니다. 보험회사가 제공하는 Grace Period 를 이용해서 잠시 시간을 벌어 놓은 다음 상황을 살피는 거지요. 물론 기간이 넉넉하진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회사마다 모두 이런 대안들을 허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어떤 종류의 종신보험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선택에 제한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법이 가능한지는 보험회사 쪽하고 얘기를 해봐야 합니다.

종신보험이 좋은 투자냐 아니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파이넨셜 어드바이저들은 대부분 아니라고 하지만 보험업계 사람들은 모두 투자로서도 좋다고 얘기합니다. 어느 쪽 주장이 더 일리가 있는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짚어 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슬기롭게 코로나 19를 극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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