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자녀에게 주택 증여하고 싶은데…

오프라인 톡톡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집을 넘겨 주려고 하는데 공동 명의로 하는게 좋으냐 아니면 그냥 주는 걸로 하는게 나으냐, 그리고 넘겨 준 뒤에도 그 집에서 계속 살까 하는데 문제는 없겠냐… 바로 이런 질문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사유재산제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 재산은 자신의 임의대로 처분할 수 있습니다. 주택을 자녀나 제 3자에게 그냥 줬다고 해도 뭐랄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넘겨 줄 것인가에 따라 세금 문제가 천양지차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방법을 이용하는게 좋은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유산세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트럼프 세법개정 이후 유산세 면세점이, 2020년에는 천백오십팔만 달러나 되니까 웬만한 경우가 아니라면 해당되는 분은 없을 테니까요. 우선 자녀들에게 집을 넘겨 줄 수 있는 방법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세금 측면에서 볼 떄 장단점들은 무엇인지 살펴 보겠습니다. 그래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고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첫번째는 집을 자녀와 공동 소유하는 방법입니다. 대부분 주에선 Quit Claim Deed 라고 비교적 간단한 폼을 사용해서 명의를 바꾸거나 추가하는게 가능합니다. 다만 융자가 있다면 은행 측의 허락이 필요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주의할 필요가 있고 또 Deed는 법적 서류입니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처리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간단하긴 한데 세금 상으로는 별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얼마전 톡톡에서 설명드렸던 121조 혜택, 2년 이상 소유하고 거주하면 개인 당 25만달러 이익금에 대한 면세 혜택을 잃어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왜냐고요? 일단 자녀와 공동 명의가 되면 부모 입장에선 50% 밖엔 소유권이 없으니까 이 혜택도 절반 밖에는 누릴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자녀가 따로 살고 있다면 나머지 50%에 대해선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두번째 방법은 집을 통채로 증여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세금 측면에선 바람직한 것 같지 않습니다.

자녀의 본전, 세법 용어로는 basis라고 하는데 이게 증여를 받을 때의 FMV 즉 싯가가 아니라 애초에 부모가 구입한 가격으로 잡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나중에 집을 팔게 된다면 세금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자녀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어 주고 싶다면 바게인 세일, 다시 말해 싯가보다 낮은 값으로 자녀에게 파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산 값 만큼은 본전으로 간주되니까요. 하지만 이 방법도 양도소득세 부담을 완전히 덜어 주지는 못합니다. 싯가와 매매가의 차이에 대한 양도소득은 나중에 집을 팔게 되면 자녀의 몫으로 잡아야 합니다. 게다가 IRS에서 싯가와 매매가가 차이가 난 만큼은 증여를 한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까지 있습니다.

싸게 판 만큼 부모 입장에선 손해를 본 셈이니까 자녀의 몫으로 잡히는 소득과 100프로 상쇄가 되지 않느냐, 할 분도 계실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두가지 이유 때문에 안됩니다.

우선 주택 매각 손실은 personal loss 라서 공제가 불가능합니다. 설령 personal loss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해도 부모와 자식이란 특수관계자 신분이라는게 또 걸려 버리고 맙니다. 바게인 세일을 할 바에는 차라리 싯가대로 자녀에게 집을 파는 것이 낫습니다. 이렇게 하면 바겐세일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다 걸러 낼 수 있습니다. 부모는 121조 혜택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고 자녀의 택스 베이시스도 구입가격으로 인정 받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집을 사고 팔려면 돈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자녀가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는 게 제일 좋지만 그게 여의치 않다면 부모가 셀러 파이넨싱을 해 주는 식으로 푸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잔금을 기프트로 처리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제일 좋은 방법은 세상을 떠날 때 집을 넘겨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살아있는 동안 집값이 아무리 많이 올랐다 하더라도 세금 문제는 없습니다. 팔지 않았으니까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니까요.

자녀도 세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법 1014조에 상속받은 재산의 본전은 상속 받은 시점의 싯가로 계산한다는 규정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으니까요. 그게 바로 Step Up 베이시스 원칙입니다.

아무래도 예를 들어서 설명 드리는게 낫겠습니다. 아주 오래 전 10만 달러를 주고 산 집이 있는데 현재 싯가는 60만달러 정도 그리고 10년 후 부모가 모두 사망했을 때의 싯가는 100만달러라고 가정을 해 보겠습니다.

부모가 이 집을 지금 판다면 양도소득은 50만달러가 됩니다. 그러나 이 집에서 2년 이상 살았으니까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됩니다. 121조 면세혜택을 이용하면 과세소득은 제로가 되니까요.

그러나 2년 전에 집 명의를 자녀와 공동으로 했다면 어떨까요? 자녀가 50% 소유권을 갖고 있으니까 부모 몫의 양도소득은 50만불이 아니라 그 절반인 25만 달러가 됩니다. 따라서 면세혜택도 25만 달러까지로 제한되겠지요. 나머지 25만달러는 자녀 몫이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세금을 내야 합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기 바로 직전에 집을 판 다음 자녀에게 현금을 줬다면 그럼 또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양도소득은 판 값 100만달러에서 본전 10만불을 뺀 90만달러입니다. 50만 달러까지는 세금을 안 내겠지만 그 이상이라면 세금을 내야 하니까 40만달러에 대해선 적어도 15%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집을 팔지 않고 상속 시켰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이럴 경우라면 양도소득세는 한 푼도 안 냅니다. 판 게 아니니까 양도소득도 없습니다. 따라서 부모 앞으로 세금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 집을 넘겨 받은 자녀가 바로 그 다음 날 100만불을 받고 팔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역시 세금 문제는 없을 겁니다. 집을 팔긴 했지만 넘겨받은 본전, 베이시스도 100만불이라서 양도소득은 제로가 되니까요. 이게 바로 ‘스텝 업 베이시스’의 위력입니다.

집을 넘겨 주고도 계속해서 부모가 그 집에서 살겠다면 아주 문제가 복잡해 질 수도 있습니다. 진짜 집을 넘겨준 것인지 IRS가 의심할 수도 있고 또 임대료 문제를 가지고 IRS가 시비를 걸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집은 이제 백프로 자녀 소유입니다. 그 집에서 그냥 살고 싶다면 자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에 하나 허락을 안 해준다면 딴 집을 구해서 이사 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집을 자녀와 공동 명의로 한다거나 아니면 기프트하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집을 넘겨주겠다는 목적과 상황은 개인마다 다를 테니까 일반화 시키는 건 무리가 있겠지요. 여하튼 어떤 방법이든 장단점들이 있으니까 철저한 검토를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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