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피디수첩, 연예인과 갓물주
피디수첩, 연예인과 갓물주
피디수첩, 저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뉴스의 내막을 누구 눈치 보지도 않고 파헤칩니다. 그래서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 방송된 ‘연예인과 갓물주’, 보고 난 기분이 조금 개운치 않았습니다.
세금을 줄이는 수단으로 법인을 동원해서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 그걸 비판한건 그래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연예인 사례를 들면서 그들이 만든 법인들은 모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끌고 간 건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좋아서 세금 내는 사람들,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회를 꾸려 나가려면 돈이 든다는 걸 아니까 달갑지 않아도 내는 겁니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절세’ 를 나쁘다고 해선 안됩니다.
법 테두리 밖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이뤄지는 ‘탈세’가 문제지 ‘절세’는 욕먹을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세무당국에서도 친절하게 절세 방법도 알려주고 그러는 겁니다. 물론 피디수첩도 그걸 부인하진 않습니다. 연예인들은 절세의 방법을 썼을 뿐, 탈법을 저지른 건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법인으로 사업하는 걸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됩니다. 주주의 책임은 출자한 자본에 국한된다는 법인의 장점을 이용하기 위해서 일 때도 많으니까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마다 개인 재산을 털어서 물어줘야 한다면 아무도 위험한 사업은 하지 않으려 할 겁니다.
그렇다고 법인이 단점은 하나도 없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세금 측면에선 법인은 아주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바로 Double Taxation, 이중과세 문제입니다.
회사가 돈을 아무리 많이 번다 해도 그 돈이 회사 안에 잠겨 있다면 주주 입장에선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주주가 돈 맛을 보려면 회사 내에 쌓여있는 돈을 배당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세금을 내야 합니다.
법인이 먼저 세금을 낸 다음 주주가 배당 받을 때 다시 세금을 낸다는 뜻입니다. 그게 배당 소득세 입니다. 미국처럼 한국의 배당 소득세율은 15% 정도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예컨대 종합소득세 대상자라면 40% 이상도 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배당소득세를 고려하면 법인 명의로 부동산 투자를 해서 세금을 줄이는 실익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얘깁니다. 그런데도 피디수첩은 이 세금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법인으로 부동산 투자하면 세금혜택이 크다고 한다. 개인이 1년 이내 건물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가 50% 부과되지만 법인은 22%만 내면 된다. 여기에 상가임대사업의 경우 리모델링 비용, 유지보수비, 관리인고용 비용 등으로 세금을 깎아주어 실제 내는 세금은 10-15%에 불과하다… 법인의 세제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임대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 역시 개인보다 유리하다. 예를 들어 임대 소득 4억 원이 발생하면 개인의 임대소득세는 1억 4800만원이지만 법인의 임대소득세는 6800만 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사업 비용공제 혜택 문제도 그렇습니다. 꼭 법인이라야만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길까요? 미국에선 소득을 올리기 위해 사용된 통상적이고 필요한 비용은 경비로 모두 인정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소득의 일정 퍼센테이지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 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납세자들의 편의를 위한 거라고 합니다. 실제 경비를 인정받으려면 장부를 갖추고 기장을 해야 되는데 이게 개인 납세자들에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50프로다 60프로다 해서 필요 경비로 인정해 주겠다, 그런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법인 명의로 임대 사업을 하면 세금 면에서 실익이 크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개인 사업자라도 법인과 같은 비용 공제혜택을 받고 싶다면 장부를 갖춘 후 활용하면 되니까요. 그러니까 비용 공제란 “특별한” 혜택은 법인만 받는다, 그렇게 얘기하는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라면 부동산 투자를 법인 명의로 하는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법인소득세 플러스 배당소득세, 이미 말씀 드렸던 ‘이중과세’ 때문입니다. 개인재산 보호를 받고 싶다면 그래서 법인 보다는 LLC 유한책임회사를 이용하는게 보편적입니다.
물론 이렇게 LLC를 이용해서 부동산 투자를 한다고 해서 눈쌀을 찌푸리는 사람은 미국엔 없습니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고 또 책임 한도를 출자금액에 한해서 지키는 경제행위는 부정한 것도 아니고 비윤리적인 것도 아니니까요.
피디수첩은 몇년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연예인의 책임인 양 얘기하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건물을 사고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는 과정에서 지역 상권이 들썩인다. 언론은 연예인 건물주를 ‘투자의 귀재’, ‘재테크’, ‘대박’ 등 수식어를 사용한 마케팅으로 띄우면 일대의 건물 가격을 올린다. 그 다음엔 임대료 상승이 이어진다. 몇 개월 후 폭등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기존 상인들이 떠나고 상권은 부동산 시장으로 변한다. 성수동과 용산 해방촌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현상이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연예인들 때문에 시작된 거라면 연예인들은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걸까요? 연예인 부동산 투자 소식이 들리지 않는 외국 여러나라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은 그럼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될까요.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이 유행하고 갓물주가 되는게 청소년들의 꿈인 사회라면 정상적은 아닙니다. 그래서 부동산 일변도로 기울어져 있는 투자 관행들도 고쳐야 하고 투기로 얻는 불로소득은 사회적 범죄란 인식도 퍼져야 합니다.
임차인들이 임대료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면 건물주는 물론 은행들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피디수첩의 지적도 100프로 맞습니다. 그래서 과도한 은행 대출을 할 수 없도록 LTV 규정도 손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은행 임직원들이 대출 심사를 부실하게 했다는게 밝혀지면 민사 상 책임을 지우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법인이 생산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세금을 줄이거나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면 그것도 바로 잡아야 합니다. 법인 소득세를 깎아준 것은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서지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적게 내라고 해 준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을 누가 가지고 있습니까. 정부와 국회가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을 다구쳐야지 연예인들을 타일러서 될 일은 아니란 얘깁니다. 그런데도 왜 연예인을 타깃으로 삼은 걸까요? 연예인들은 입소문 특히 네거티브한 입소문을 두려워 하니까 뭐라 해도 반박하지 않을꺼다, 그게 방송이 나오게 된 배경은 아니길 바랍니다.
이 칼럼은 동영상으로 CPA 톡톡 채널에 업로드 되었습니다. https://youtu.be/_hI8A7Fx5vg
[출처] 피디수첩, 연예인과 갓물주|작성자 시원 톡톡
본 칼럼은 교차로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글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