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증여세, 한국과 미국 어떻게 다른가

정세균 총리 지명자의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자녀들 혼사를 치루면서 정 지명자가 받은 축의금 문제로 논란이 많은 모양입니다. 야당 측에서 증여세 탈루 의혹을 들먹이자 지명자는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엔 법적으로 문제거리가 될 소지는 적다고 봅니다. 모 방송사의 팩트체크 프로그램에서 명쾌하게 짚어줬듯이 결혼 축의금은 증여세나 소득세 대상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왜 이 문제를 톡톡에서 다시 짚어보고 있는 걸까요. 이런 비생산적 논쟁은 미국에서였다면 애초부터 벌어질 까닭이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자질을 얘기하려는 의도는 하나도 없습니다. 절대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증여와 상속을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의 관점이 다르고 그에 따라 관련 세법 규정들에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은게 제 의도입니다. 한국에선 증여세는 받은 사람이 내지만 미국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준 사람이 냅니다. 그러니까 증여세와 관련해서 총리 지명자의 탈세 여부는 처음부터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물론 증여 액수가 크다면 미국에서도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두 자녀를 결혼 시키면서 받았다는 축의금 액수가 3억 쯤 된다니까 대략 잡아서 30만달러에 약간 미달하는 금액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증여세 납부 의무는 증여하는 사람들한테 있습니다. 따라서 받은 금액이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될 여지는 거의 없을 듯 합니다. 미국의 증여세 규정이 한국과 다른 점은 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증여재산공제(가족 혹은 친족 간 증여 시 일정액을 과세가액에서 차감해주는 제도)는10년간 총 5000만 원에 한해서 횟수에 제한 없이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미국에선 연 1만5천달러까지 공제를 받습니다. 게다가 증여를 받는 사람의 수효에도 제한이 없습니다. 또 가족관계가 있어야만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일인 당 1만5천불만 넘기지 않는다면 증여세 걱정없이 거의 무제한적인 금액을 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1만5천달러 이상의 금액을 증여하더라도 당장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에게 얼마를 줬느냐만 보고하면 됩니다.

물론 증여세를 안 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사후에 유산을 넘겨줄 때 그동안 증여한 금액만큼을 유산세 면세금액에서 차감한 후 과세대상 유산이 얼마인지를 계산하니까 그때 증여세를 내게 되는 셈이지요. 그러나 2020년 현재 미국 유산세 면세점은 1천1백58만달러입니다. 따라서 증여세를 납부해야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난합니다.

결국 미국에서는 유산 상속과 증여는 증여 행위가 이뤄지는 시점이 다를 뿐 사실은 동일한 성격의 세금이란 셈입니다. 즉 살아있을 때 주면 증여이고 사망 후에 주면 유산 상속, 이렇게 보는 것이지요. 아마 이 점이 한국과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일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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