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회계사 – 태국 실험은퇴

지난 봄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머리를 식혀 보겠다는뭐 그런 건 아니었고. 동남아가 은퇴 장소로 적합한지 한번 체험해 볼까 해서였습니다. 벌써 십여년 전 부터 노후 은퇴장소로 동남아가 좋는다는 얘기도 나돌지 않았습니까.

한달 동안 살펴봤던 곳은 태국 치앙마이였습니다. 방콕이 아니라 치앙마이를 택했던 이유는 조용히 살기에는 방콕은 너무 크고 복잡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방콕은 구경거리가 즐비하고 쇼핑 천국인데다가 병원들 수준도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에선 매력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물가와 교통체증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소감은 한번 살아볼 만 하겠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고요? 역시 물가가 싸더군요. 치앙마이에서 저희 부부가 한 달간 지내면서 아파트 임대료, 식비, 교통비 등등을 합해 1천5백달러 정도 쓴 것 같네요. 끼니마다 매식, 외출할 때도 우버나 택시를 이용한 것을 고려하면 생활비는 확실히 적게 듭니다.

단기 실험은퇴가 아니라 아주 이주를 한다면 거주비나 교통비는 훨씬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월 1천달러 정도면 충분하다는 얘기도 있으니까요. 물론 씀씀이가 어떠냐에 따라 다를 것은 자명합니다. 하지만 월 3천달러 정도의 은퇴수입이라면 미국에서는 빠듯하겠지만 태국에선 비교적 여유있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은퇴를 고려할 나이라면 대부분 먹을 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건강 문제로 병원 출입이 잦을 가능성이 많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태국, 특별히 치앙마이의 의료수준이 어떤지 조금 신경을 써서 살펴 봤는데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의사들 실력도 좋았고 소통하는데도 별 어려움은 느끼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고 또 큰 병원들은 외국인을 위한 데스크에 외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스탭들을 배치해 놓아서 불편은 없었습니다

의료수가도 저렴합니다. 일례로 외국인이 태국의 영리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을 때 내야 하는 가격은 1천500 그리고 공립병원이라면 1천달러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미국 진료비의 4분의 1 정도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물론 치과 진료비도 쌉니다. 전생에 구업을 많이 졌던 때문인지 저는 스케일링을 자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경험도 해볼 겸 스케일링을 받아 봤는데 40달러를 줬습니다 제가 다니는 미국 치과는 한번에 120달러를 받으니까 3분의 1가격입니다.

물론 이렇게 외국인이 내야하는 진료비는 내국인들보다 높습니다. 태국인들은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만 외국인들은 그런 혜택을 이용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더라도 미국과 비교하면 정말 싸다고 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태국이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태국하면 제일 먼저 쿠데타가 생각날 정도로 정치가 불안합니다. 특히 국민들의 존경을 받던 부미볼 국왕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앞날을 점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두번 째 문제는 찌는 듯한 더위입니다. 시애틀처럼 선선한 기후에 익숙해진 분들에게는 동남아의 더위는 견디기가 조금 힘들 지도 모릅니다. 태국에는 더운 계절, 아주 더운 계절, 그리고 미치도록 더운 계절, 이렇게 세 계절이 있다는 우숫개 소리가 있을 정도니까 짐작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개인적 경험에 판단한 개인적 의견일 뿐입니다. 당연히 무조건 믿으시면 안 됩니다. 동남아 은퇴를 고려하신다면 아주 옮겨가기 전에 반드시 원하는 나라에서 단 몇달 간이라도 실험은퇴를 해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늙으막한 나이에 물 설고 낯 설은 나라에서 정착한다는게 말처럼 쉽지는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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