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회계사 – 연방법과 주법, 어느 법이 우선할까

미국은 50개의 주(州)와 워싱턴 DC 특별구가 모여 나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주를 한국의 도와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는 분들도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도는 중앙정부에 속한 지방행정 구역이지만 미국의 주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가진 독립적인 나라들이니까요. 그 결과 주법들은 주마다 다르고 연방법과도 상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좋은 예가 마리화나 관련법입니다. 마리화나 소지나 복용은 연방법과 대부분의 주에선 불법이지만 콜로라도, 워싱턴, 알래스카, 오리건, 캘리포니아, 메사추세츠, 네마다, 메인 등 8개주에선 합법입니다.

연방법과 주법이 다른 경우는 노동법 관련 법들 중에 특히 많이 보입니다. 최저임금법, 불체자 단속법, 오버타임 수당 법 등이 대표적입니다.

연방 최저임금은 10년째 계속 시간 당 $7.25이지만 캘리포니아나 워싱턴 주 등의 최저임금은 12달러로 연방 최저임금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그러나 오버타임 수당 지급기준은 연방법이 주법보다 높은 케이스입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얼마전 확정된 연방법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는 주 당 675달러 또는 연간 35,000 달러미만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이 주 40시간을 초과해서 근무를 한다면 오버타임 수당을 받게 됩니다.

반면에 워싱턴 주에선 연 23,600달러 미만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만 오버타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새로 시행되는 연방 법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걸 고치려고 워싱턴 주는 오버타임 한계금액을 주 최저임금의 2.5배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또한 오버타임 지급기준치를 62,400 달러와 58,500달러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연방 법과 주법이 상충할 때는 어떤 법을 따라야 하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는 연방법이 우선합니다. 미 헌법 6조에 규정된 Supremacy Clause 때문입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연방 헌법이 미국의 최상위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 규정은 연방정부의 고유 권한 사항에만 적용된다는게 일반적 해석입니다.

헌법 상 주 정부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 즉 일상생활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선 주법이 해당 주민들에게 더 많은 권리나 이익을 부여한다면 연방법에 우선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주법보다 더 많은 권리나 이익을 연방법이 보장하는 경우라면 연방법을 따르는 게 좋을 것입니다. 이 경우라면 Supremacy Clause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주 최저임금이 연방 기준보다 높다면 주법에서 규정한 최저임금을 줘야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연방법에선 동성혼을 인정하니까 동성혼 불법 주의 주민이라 하더라도 동성혼을 이유로 고객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를 드리는게 좋겠네요. 이 칼럼의 내용은 법 전문가로서 조언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만 일상 생활 특히 사업체 운영과 관련해서 연방 법과 주 법이 상충할 때는 거래 상대방의 권리를 더 높게 규정한 쪽을 택하는게 나을 것 같다, 그런 얘기일 뿐입니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해서 자문이 필요한 경우라면 꼭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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