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미국 세금 문제 없을까

한국에 있는 아파트를 전세(傳貰) 놨는데 미국 세금보고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대답해 드리기가 아주 껄끄러운 질문입니다. 왜냐고요?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서 미국 세법에선 세금보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언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세는 집을 빌려쓰는 조건으로 입주자가 집주인에게 몫돈을 건네줍니다. 그리고 약속한 기간이 끝나면 건네 준 돈을 백프로 돌려 받고 퇴거합니다.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기간 동안 무이자로 돈을 빌려쓰는 셈입니다. 미국은 납세자가 경제활동을 통해 어떤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원칙은 미국 밖에서 발생한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도 적용되고 있음은 잘 알려진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이슈는 집주인이 전세를 주고 그 댓가로 전세금을 받는 것이 경제적 이익이냐 아니냐,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적 이익이라고 본다면 IRS 에 세금을 내야 하고 아니라면 세금문제는 없겠지요. 전세 든 사람은 미국 세법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한국 거주자니까 전셋금에 대한 세금문제는 집주인인 미국 교포 입장으로 국한시켜 살펴 보겠습니다.
전세 계약을 맺고 전세금을 받았을 때는 미국 세금문제는 일단 없을 것 같습니다. 전셋돈 반환 의무가 집주인에게 있다는 구조가 경제적 이익, 예컨대 월세를 선납으로 받았다는 등의 주장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보니까요.
전세금을 일종의 보증금으로 본다 해도 세금문제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 세법은 보증금 (Security deposit)은 돌려줘야 할 의무가 소멸된 경우가 아니라면 소득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집주인은 전세를 통해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못 보는 것일까요? 물론 그럴 리는 없습니다. 아무런 이익도 볼 수 없다면 누가 전세를 놓겠습니까.
집주인도 당연히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입니다. 전세금을 잘 굴려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전세를 놓을 것입니다. 물론 손해를 볼 수도 있겠지요.
다시말해 전세를 놓음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이익은 전세금을 받았을 때가 아니라 돈을 굴린 결과가 나온 뒤에나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전세금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세금을 낼 필요는 없다는게 제 의견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IRS의 입장은 제 생각과는 다르게 집주인의 경제적 이익은 전세금을 받았을 때 생긴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세금의 액수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10억원이라면 전세금은 무려 7억에 달한다는데 보증금으로 보기엔 너무 많고 백프로 채무라고 보기엔 입주를 허락헀다는 행위가 수반되어 있다… 결국 입주 댓가로 ‘법정이자’ 만큼의 이득을 전세금 받을 때 이미 챙겼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IRS가 전세금 문제를 가지고 우리 교포 분들을 괴롭혔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습니다. 말씀드리고자 하는 골자는 전세금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나마나 한 얘기를 했느냐고 나무라지는 마시기 부탁드립니다. 전세란 제도가 미국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IRS의 입장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명쾌한 답변을 못 드리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