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왜 계속될까 – 뇌가 배우는 통증의 회로
허리나 목, 어깨 통증으로 오랜 시간 고생하는 분들 중에는 검사상 큰 이상이 없는데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료를 받아도 잠시 좋아졌다가 다시 반복되고, 결국 “이제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두려움까지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몸은 회복되었는데도 통증은 계속될까요.
최근 통증 연구에서는 통증을 단순히 손상의 결과로만 보지 않습니다. 많은 만성 통증이 실제 조직 손상보다 뇌와 신경계의 학습된 반응에 의해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원래 통증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경고 시스템입니다. 다치면 뇌는 위험 신호를 보내고, 우리는 그 부위를 보호하게 됩니다. 문제는 스트레스와 두려움, 반복된 긴장이 오래 지속될 때 발생합니다. 뇌가 특정 부위를 계속 “위험하다”고 학습하게 되면, 실제 손상이 줄어든 뒤에도 통증 회로는 꺼지지 않은 채 계속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이를 흔히 pain-fear loop라고 부릅니다. 통증이 나타나면 우리는 불안해지고, 큰 문제가 아닐까 걱정합니다. 그러면 몸은 더 긴장하고, 신경계는 더 예민해집니다. 그 결과 통증은 다시 강화됩니다. 결국 통증이 두려움을 만들고, 두려움이 다시 통증을 키우는 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환자는 MRI상 큰 이상이 없었음에도 몇 년 동안 극심한 허리 통증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조금만 움직여도 “또 아플 것”이라는 공포를 느꼈고, 점점 몸을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자신의 통증이 반드시 구조적 손상만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몸의 움직임을 다시 안전하게 경험하기 시작하면서 통증은 서서히 감소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통증이 가짜라는 뜻이 아닙니다. 통증은 실제입니다. 다만 그 원인이 항상 현재의 손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뇌와 신경계는 반복된 경험을 학습하며, 몸은 그 학습된 상태를 실제처럼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줍니다. 통증을 단순히 제거해야 할 적으로만 보지 않고, 몸과 뇌가 과도하게 위험을 감지하고 있다는 신호로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이해는 두려움과 긴장을 조금씩 낮추며, 회복의 방향으로 신경계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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