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 입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빗소리가 좋아지니 말입니다, 당신도 그렇게 느껴지는 때가 있나요? 예전엔, 나 리던 빗소리가 어느 날엔 처량 맞게 들리고, 어느 날엔 경쾌한 노래처럼 들리는 빗소리, 까아만. 우산을 집어 들고 집을 나서봅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지 않는 한적한 카페 유리창에 홀로 않아 누군가를 기다려 봅니다, 사실은 올 사람이 한 사람도 없지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운 이에게 문자를 보내면 어쩌면, 그 사람이 금방이라도 달려와줄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무슨 까닥 인가요.

그냥, 카페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뜨거운 커피한잔과 내리는 비, 참 잘 어울리는 연인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안나요. 오늘따라 나리는 빗 소리가 좋게 느껴지니까요 어쩌면, 나이 수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

[ 참 이상한 일입니다 ]

예전엔 빗 소리가 싫었으니까요, 요즘은 비 나리는 날이면 내려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참 평안을 느껴봅니다 자연의 소리, 지금 나리고 있는 빗 방울이 제 마음을 위로해줍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나리는 빗 소리, 그 빗 방울 소리가 좋아지니 말입니다

고요하게 내리는 이슬비처럼 아주 천천히 내리는 빗 소리에 편안한 행복함이 묻어있어요, 행복은 그다지 먼 곳에 있는 것은 아닌가 봐요, 가까이, 아주 가까이 미처 내가 깨닫지 못하는 곳에 존재하는 가봅니다. 산다는 것 때문에 우리는 시간을 잊고 살아요 아주 까마득하게, 모두는 행복하기 위해 살아갑니다 그러나, 행복하기 보다는 불행하다고 여겨질 때도 있으니까요. 원치 않는 불행이 찾아 올 때면 불행의 요소도 참 많다는 것을 느껴봅니다.

어느 날 문득, 남들은 다 행복하게 보이는데, 왠지 나만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람은 똑 같지 않을까요 어는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을 바라며 언제나 행복을 찾아 나서보지만 그러나, 잊고 사는 게 한 가지 있어요, 그것은 욕심을 버리지 못함으로 행복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요,

[ 잊고 사는 한 가지 ]

내가 좀더 양보하면 될걸,
내가 좀더 손해 보면 될걸,
내가 좀더 함께 있어주었더라면,
내가 좀더 노력하면 될걸,
내가 좀더 기다려주면 될걸,
사람의 마음속 욕심은 어디가 끝인가요, 주기보다는 받기를 바라며, 손해보기 보다는 이익을 바라며, 노력하기보다는 행운을 바라며, 기다리기 보다는 한 순간 얻어지길 바라나 봅니다. 저 역시도, 예외는 아니니까요. 그러기에 행복하면서도 행복을 잊고 살 때가 많음을 느끼니까요. 굳이 행복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이미, 행복이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요. 산다는 이유 때문에, 살며시 커피 잔 속에 비추인, 내 보습을 새삼 바라다보면서 내 자신을 들여다 봅니다 과연,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잘못된 행복을 바라고는 있지는 않는지.

[ 그 동안 살아가면서 ]

그 동안, 참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첫 인상이 좋은 사람,
목소리가 좋은 사람,
얼굴이 예쁘고 잘 생긴 사람,
마음이 너무나 예쁜 사람,
애교가 많은 사람, 곰 같은 사람,

다,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 왔지요, 그렇게 다른 느낌의 사람들이 주는 행복도 다르게 느끼니까요, 만나면 웃음이 나오는 사람, 만나면 애처로 와 보이는 사람, 만나면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 있는 사람, 그리고 만나면 마냥 행복해 지는 사람, 이렇게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주는 공통점은 기다림이 있다는 사실이지요, 언제 누굴 어떻게 만나든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 그 기다림이 절대 싫지가 않다는 사실이니까요, 얼마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기에 그 기다림의 시간들이 행복일 태니까요

[ 우리의 지난 날들은 아름다웠으니 ]

살아온 세월은 아름다웠다고 비로소 가만가만 끄덕이고 싶습니다. 황금저택에 명예의 꽃다발로 둘러 싸여야만 이 아름다운 삶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길지도 짧지도 않았으나 걸어온 길에는 그립게 찍힌 발자국들도 소중하고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 주는 사람과 얘깃거리도 있었노라고. 작아서 시시하나 안 잊히는 사건들도 이제 돌아보니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 있었노라고.

그래서 우리의 지난 날들은 아름답고 아름다웠으니 앞으로도 절대로 초조하지 말며, 순리로 다만 성실을 다하며, 작아도 알차게 예쁘게 살면서, 이 작은 가슴 가득히 영원한 느낌표를 채워 가자고. 그것들은 보석보다 아름답고 귀중한 우리의 추억과 재산이라고 우리만 아는 미소를 건네 주고 싶습니다,

미인이 못 되어도, 일등을 못 했어도, 출세하지 못 했어도, 골고루 갖춰 놓고 살지는 못해도
우정과 사랑은 내 것이었듯이 아니 나아가서 우리의 것이듯이 앞으로도 나는 그렇게 살고자 합니다.

그대 내 가슴에 영원한 느낌표로 자국 져 있듯이 나도 그대 가슴 어디에나 영원한 느낌표로 살아있고 싶습니다.

[칼럼리스트 윤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