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한 것이 죄인가요?

“넌 언제 국수 먹여 줄래?” “너무 눈이 높아서 못 가는 거 아냐? 대충 맞춰서 가라.” “네 친구 누구누구는 좋은 데로 시집(장가)간다더라.” “너는 도대체 갈 거야 안 갈 거야?” 결혼이 늦어지면 이렇듯 주위 사람들은 쉽게 말을 던지지만, 이 말은 결코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

명절이 돌아오면 더 두렵다. 친척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취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직장이나 가정에서 극심한 압력과 핍박(?)에 시달리는데 말이다. 사람들의 시선과 말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해진 마음은 결혼을 서두르게 만든다.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 보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나는 왜 이럴까? 정말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낙심하며 자신감을 잃게 된다.

결혼이라는 모델

이렇게 되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고 자신을 비하하며 자책하므로 마치 결혼 못 한 것이 죄를 지은 것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요사이는 결혼을 안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왜 결혼을 안 할까? 이유도 나와있고, 해결책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작 결혼이라는 모델 자체에 대한 회의는 많지 않다.
피터 드러커가 그랬다. ‘절차란 소수의 천재만이 해결할 수 있는 어려운 문제를, 다수의 보통사람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결혼이란 성욕의 안전한 해소와 사회적인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절차면서 모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모델을 기피하고 있고, 또 이 모델을 수용한 많은 기혼자들이 더 큰 불행을 경험하고 있다. 이것이 소수의 문제라면 개인적인 편차를 탓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쯤 되면 결혼이라는 모델 자체가 근본적인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결혼이 늦은 것이 정말 불행일까?

통계 발표에 따르면, 결혼을 일찍 할수록 이혼율이 높다고 한다. 흔히 나이 서른다섯까지 결혼하지 못 하는 것을 최악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욱 나쁜 것은 스무 살에 옳지 못한 사람과 잘못 결혼하는 것이다. 제임스 돕슨은“노처녀가 된다는 위협 때문에 많은 여자가 결혼의 철로 위를 돌아 내려가는, 첫 기차를 놓칠 새라 잡아탄다. 그리고 너무 자주, 그것은 불행으로 향해가는 편도 차표를 제공한다.”라고 경고한다. 결혼을 서둘러서는 어떤 경우에도 큰 탈이 나고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결혼이 늦어질 때 가족과 부모님은 조급해하는 말보다는 용기와 격려의 말을 해 줘야 한다. 결혼을 후회하는 커플을 상담할 때마다 공통된 이야기 중 하나는 너무 서둘렀다는 것이다.
오히려 결혼이 지체된 총각, 처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결혼이 늦어질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포기하는 마음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인연을 조금 늦게 만날 수도 있고 일이 꼬이기도 하는 법이다. 지레 포기하고 이성을 삐딱하게 보거나 결혼에 회의적인 생각을 품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보통 사랑에 지친 사람들은 일이나 공부에 몰두하면서 그 쪽으로만 돌파구를 뚫으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발전시킨다는 면에서는 칭찬할 만하지만 내게 다시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자학하지 않아야 한다.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났다고 한숨 쉬지 말고 늦더라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하는 게 순서이니 조금만 더 용기를 내시라.

●둘째, 성실하게 일하되 작은 시간들을 모아 적극적으로 사람을 찾고 만나는 일에 좀 더 마음을 써야 한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배우자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만남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라. 지금 이 나이까지 참았는데 겨우 이 정도 사람이라거나, 과거에 교제했던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현실을 인정하며 마음과 눈을 좀 더 낮춰야 한다. 또한 주변에서 좋은 사람을 소개한다고 하면 일단 긍정 적으로 반응하는 겸손함도 갖추자. 귀찮다고 한두 번 사양하다 보면 그나마 보이던 관심도 사라지게 된다.

●셋째, 100점에서 깎아 내려가지 말고 50점에서 더해 가야 한다. 어떤 이성도, 어떤 만남도 100점은 없다. 100점을 기대하고 만나 1점, 2점 깎아 내리는 것보다는 50점 정도에서 소박하게 출발해서 만남을 거듭하며 좋은 점을 발견하여 1점, 2점 더해 가는 것이 훨씬 행복할 수 있다. 행복한 결혼에 대한 기혼자들의 충고를 들을 필요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모두 갖춘 상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혼이 지체된 청년들이여, 자신감을 가져라! 결혼이 늦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지만 진정한 동반자를 알아보는 판단력과 타이밍도 중요함을 잊지 마시라.

< 칼럼리스트 윤상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