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조각가

[부모는 조각가]

날 때부터 말 잘 듣고 예의 바른 아이는 없다.

산속의 대리석이 조각가의 솜씨를 거쳐야만 아름다운 조각 작품이 되는 것처럼, 사람도 부모나 스승 또는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훌륭한 조각품 탄생을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대리석 그 자체의 질이고, 다른 하나는 조각가의 기술이다. 이 둘이 합쳐질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 도덕적으로 바른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기본적으로‘도덕적인 하드웨어’를 타고났다. 신생아실에서 한 아기가 울면 곁에 있는 아기들이 모두 따라 운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신생아성 반응울음’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신생아에게 자기 울음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들려주었을 때는 따라 울지 않는다. 이것은 아이가 단순히 울음소리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여 운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기본적으로 도덕적인 하드뤠어.도덕적 명품(名品)을 만들려면.

이와 비슷한 예로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기 앞에서 우는 흉내를 내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서툰 손짓으로 등을 토닥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본능적으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여 위로의 표시로 그런 손길을 보내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는‘사람됨의 하드웨어’을 지니고 태어난다. 따라서 이런 도덕적 가능성이 있는 아이를 부모는 양육의 기술을 발휘하여‘도덕적 명품(名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그런 기술이 부족해서 그‘하드웨어의 가능성’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도덕적 가능성을 잘 계발시키는 것은 온전히 부모의 몫인데도 말이다. 농사를 지을 때 정말 놓쳐서는 안 되는 시기가 있다. 바로 파 종기다. 농부가 곡식의 씨를 심을 수 있는 기간은 1년 중단 일주일 내외의 기간이다. 그 기간이 지나 씨를 뿌리면 농부가 아무리 거름을 줘 가며 정성껏 가꿔도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열매를 맺게 양분을 공급하는 뿌리가 튼실하지 못한 까닭이다. 한번 시기를 놓치면 다시 만회하기 어려운 파 종기가 있는 것처럼, 아이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잘 성장시키는 데에도 특정한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다. 짧지만 가장 중요한 일주일 간의 파 종기를 놓쳐서 후회하는 농부가 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도덕적인 아이로 자라나게 하는 데 꼭 필요한 시기 즉 10살 전후한 도덕 발달과 학습의 시기를 놓치지 않는 부모가 되기를 바란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의 교과목은 훗날 얼마든지 만회가 가능하지만, 도덕적 품성과 지향성은 10살 전후한 시기 이전에 그 바탕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면, 후에 만회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국의 부모에게 자식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버지에게 자식은 자신의 분신이요, 어머니에게 자식은 자신의 해산 고통을 감당할 만큼 찡한 감동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자식이 부모의 분신이므로 자신의 뜻을 강요하고 고통 속에 낳은 자녀이므로 부모의 뜻을 따르게 하는 고통을 주려 한다면 이것은 부모의 빗나간 사랑이다.
부모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을 통하여 이루려 하고, 그 과정에서 부모의 꿈을 강요하고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려는 부모를 우리는 많이 본다. 필자 또한 이러한 부류의 부모가 아닌가 하고 자신을 반추해 본다. 그런데 자식의 직업 선택 문제까지 부모가 참견하면 정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은 자신의 수능과 내신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진학하다 보니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반수(대 학 재학 중 다시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나 재수를 하여 학교를 그만두려고 하며 4학년이 되어서 전공이 맞지 않아 자퇴하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행복한 삶을 살도록 지도한다면

일찍이 미국의 교육장을 지냈던 맬런드(Marland)는“모든 교육은 진로 교육이고 또한 진로 교육이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평생교육 사회가 도래한 요즈음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전 생애 (life-span)에 걸쳐 배워야 하는 우리 자녀가 어려서부터 그들이 직업을 통해서 행복해 하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제시하기 위해서는 자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이 땅의 부모들이여!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그리고 그 모습을 사랑하라. 신이 주신 개성과 적성과 흥미와 성격의 고유성에 근거하여 자녀가 꿈을 발견하고 그 꿈을 성취하여 행복한 삶을 살도록 지도한다면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을 통하여 이루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칼럼리스트 윤상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