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을 내 딛는 이들에게

[첫 발을 내 딛는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여정으로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앞으로 졸업시즌이 다가오면 진정으로 미래를 맞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언제가 이때가 되면 학교에서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졸업을 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고용 불안 시대를 지나고 있다. 직업의 최우선 목적은 생계 유지이고, 좀 더 나아 가면 자기 성취 정도이다. 이러한 자기 중심적 직업관은 우리를 메마르게 하는 중대 요인이다. 이럴 때 天職(천직)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직업의 종류, 귀천, 보수를 넘어 하늘이 주신 사명을 이 땅에서 이루는 사람을 우리는 천직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남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봉사의 길을 걷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을 찾고자 하는 열망, 되고자 하는 소망, 내 자녀를 어떻게 그렇게 키울 수 있는지 그 바람을 이번 호에 담았다.

가슴 설레는 첫 출근

각급 학교마다 앞으로 졸업 계절이 다가온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들에게“꽃다발을 한 아름”드립니다. 졸업장 또는 학위를 받기 위해 여러 해 동안 노력하고 수고하여 마침내 그것을 손에 쥔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며, 이제 직장을 향하여 그 첫발을 내딛는 여러분의 걸음에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자신의 전공 지식을 활용하고 전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신분을 전환하는 것은 분명 가슴 벅찬 일이요, 한동안 몸담아 일할 직장에 처음으로 출근하는 것은 정녕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함께 일할 직장동료에 대한 궁금증과 상사에 대한 일말(一抹)의 두려움 그리고 자신이 일할 사무실 또는 작업장의 분위기에 대한 호기심 등은 첫 출근을 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있는 것입니다. 한편, 새로운 후배 동료를 맞이하는 선배 직장인에게도 신입사원에 대한 일종의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새 일터에 출근하여 새로운 얼굴을 만나서 지내는 처음 몇 주 또는 첫 달은 여러 면에서 참으로 중요한 기간입니다. 말하자면 이 기간은 신입사원이 직장 상사와 동료에게 자신의 첫 인상을 알리는 기간이요 그들과의 관계의 방향을 설정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기간에는 예절과 거동과 심지어 외모에까지 각별히 유의하여 자신의 인품과 취향의 단아(端雅)함을 보여 주고, 미숙한 지식과 기술을 과시하려는 태도보다는 배우면서 익히려는 겸손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평생 직업의 가치와 중요성

치열한 모집 경쟁을 뚫고 합격의 영광과 함께 입사했든지, 은사나 모교 당국의 강력한 추천에 힘입어 취업했든지, 아니면 어떤 다른 경로를 통하여 취직했든지 간에, 일단 첫 직장을 얻은 사람은 그 직장 또는 그 직업이 자신의 성향과 인생 목표에 부합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적성과 전공분야와 꼭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그 직종에 적응할 수 있는지는 반드시 시험해 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아무 데나 취직하여 마음에 맞지도 않는 일을 시작한다면, 그것은 우선 밥벌이의 수단이 될 수는 있어도, 평생을 보람 있고 즐겁게 일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선택한 직업이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는지,

현재의 직장이 세월이 지나도 보람과 만족을 줄 것인지, 이 직종이 과연 안정성과 유망 성이 있는 것인지 등을 확인해 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직장생활을 한참 한 후에 그 직업이 적성에도 맞지 않고, 적응하려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아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져 있는 사람이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형편이 되면 직장생활의 기쁨도 없고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으며, 마침내는 생산성도 떨어지고 승진에서 뒤처지게 되어, 때로는 깊은 좌절감과 낭패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첫 직장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은 첫 1년 동안에 한편으로는 일을 배우고 익히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직업이 자신의 평생 직업으로서 가치와 적합성이 충분한지를 가늠해 보아야 합니다. 만약 그 직장이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거나 아무래도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신속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다른 직장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직업”을 영어로 흔히“job”이라 합니다만

다른 말로는“profession”또는“vocation”이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보통“job”은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의 직업을 의미하고,“profession”은 전문성을 강조하는 의미의 직업을 가리키며, “vocation”은 하나님의 부르심 즉 소명(召命)으로서의 직업을 뜻합니다. 따라서“job”은“일자리 또는 일거리”를,“profession”은“전문직”을 그리고 “vocation”은“천직(天職)”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일자리 또는 일거리”(job)가 그의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전문직”(profession)도 되고, 또 그의 천성과 적성에도 맞아서 소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천직”(vocation)도 되기 위해서는 직장생활의 초기에 자기 직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꼭 필요할 것입니다. “천직”이라고 해서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직업이 아닙니다. 잘 준비해서 잘 찾아낸 일자리라야 전문직도 되고 천직도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칼럼리스트 윤상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