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의 인생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아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 푸시킨의 시 중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유명한 시의 내용이다.

이 가을이 시작되면서 다시금 읽어보는 이 시의 내용은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해주었다. 어느 날 이 시인의 이야기처럼 나의 삶의 의미를 넓고 깊고 진하게 느껴지는 때가 다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이웃의 슬픔

오래 전 마음을 같이하고 함께 지내던 한 이웃이 어느 날 불연 듯 소식이 끊겼다. 처음에는 궁 궁하기도 하고 한편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무슨 이유일까? 한 하늘 밑에 살고 있으면서 아주 이따금씩 이라도 연락이 되면 무소식이 희소식인 냥 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련만. 그러나 꽁꽁 숨어버린 술래잡기처럼 보이지를 않았다. 그 후 몇 년이 지났을까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그 이웃이었다. 술래잡기를 하듯이 술래를 찾았다. 술래를 찾은 곳은 아담하고 예뿐 식당이었다 주변의 거리는 활기차 보였으며 장소가 꽤 번화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았다. 카운터에 손님을 받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 잠시 기다렸다. 잠시 후 넌지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예전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무언가 슬픈 날을 참고 견디어 왔다는 신호탄 인듯했다.

그 동안 배신의 아픔으로 죽음의 문턱을 수 없이 드나들다 보니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어 연락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모아놓은 전 제산을 잘못 만난 이웃의 인연으로 인해 다 잃어 버리고 지금은 그 이웃을 위하여 용서하며 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 참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평소의 그의 성품으로 보아 당신을 알 것 같다.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이 주마등 같이 머리를 스쳐갔다. 어떻게 그런 여건에서 이해와 용서라는 말들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푸시킨이 예고한 넓고 깊은 인생철학의 한 페이지 을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 살면서 쌓여지는 아픔과 고통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리. 지난 날 의 아픔이 가져다 준 기억 들이 모든 것을 이겨 낼 수만 있다면 먼저 마음을 비우고 버리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일들은 결코 소극적인 삶처럼 보일 수 있다 한편 바보스럽게도 느껴질 수도 있을 것 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현명한 사람의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마음은 미래를 바라보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한 없이 우울한 과거를 버리고 비웠기에 새로운 삶이 들어설 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친구여! 당신의 가슴에 희망의 이름표를 붙이던 날 새로운 신념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음은 미래를 바라보라, 선뜻 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은 분명 새로운 삶의 출발로 이어질 때 당신을 향한 앞날의 축복일 것이다.
친구여! 뒷걸음치는 일상의 삶에서 당신의 자유 함이 있었기에 부단히 자신을 비우고 버릴 수 있는 그런 결단과 용기가 있는 친구가 부럽다.
삶의 욕심을 제하면 늘 행복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선뜻 버리지 못함은 삶의 힘듦 보다는 내면의 욕망이 자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인가 한다. 잘못된 지성과 길들여진 관능을 조금씩 조금씩 버리고 아름다움과 너그러움으로 채워가는 참다운 지혜가 바로 마음을 비우는 것과 용서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할 다짐이라 여겨진다. 흐뭇함이 배어있는 감동, 정갈함이 묻어있는 손길, 당당함이 고동치는 맥박, 사랑함이 피어나는 인생의 술래잡기 술래를 통하여 삶의 한 부분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

그 안에 우리는 살고 있다 기울기도 하고 넘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삶의 무게가 어깨를 누르기도 한다 희망이라는 이름표를 가슴에다 달아 놓고 힘들 때마다 꺼내어 쓸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은 위로가 될 태니까 말이다.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 매일 물과 햇빛이 필요하듯이 행복이 자라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내가 가진 것이 없어 보이는 건 가진 게 없는 게 아니라 내 자신에게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웃음을 행복으로 보고 아무일 도 없던 늘 그런 일상에서 감사를 느낀다.
행복을 저금하면 이자가 붙듯이. 삶에 희망이 불어나는 건 아닐까? 지금 어려운 건 훗날 커다란 행복의 그늘을 만들어 줄 것임을 믿는다.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건 두려움이 아니라 또 다른 행복의 열매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썩은 열매는 스스로 떨어지고 탐스런 열매만이 살찌우게 된다는 것을. 행복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마음 의 밑바닥에서 아픈 마음들을 버리고 새로운 행복을 꺼내고 키워보라.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으려는 것 그것은 삶의 포기일 뿐이다.
누군가 나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던지 두려워하지 말라 지난날은 우울하였으나 시간 속에 모든 것은 덧 없이 지나가는 것 과정 속에 행복의 시작이 될 것이다.

< 칼럼리스트 윤상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