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할 때에 이방인과 같이 중언부언 하지 말라”(마태복음 6장 7절).
이방인들은 그들의 기도 속에 죄를 속하는 공효(功效)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기도를 오래 하면 할수록 공효가 더 커지는 줄 생각했다. 만일, 그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거룩해질 수 있다면, 스스로 즐거워 할 수 있는 무엇, 곧 자랑할 어떤 근거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도의 사상은 거짓 종교의 모든 제도의 기초를 이루는, 자력(自力)에 의한 속죄의 원리에서 생긴 것이다. 바리새인들은 기도에 있어서 이 이교의 사상을 받아들였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그리스도인이라고 공언하는 사람들 사이에까지 퍼져 있다. 마음에 하나님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틀에 박히고 습관적인 말을 되풀이하는 것은 이방인의 “중언부언”과 똑같은 성격을 가진다.
기도가 죄를 속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자체에는 아무런 효능과 공효가 없다. 우리가 멋대로 내뱉는 화려한 말은 모두 합해도 거룩한 소원 한 가지만 못하다. 가장 유창한 기도라 할지라도 마음의 진정한 뜻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면 무익한 말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상 친구에게 당연히 받을 것으로 믿고 은혜를 구할 때와 같이 진정한 마음으로 영혼의 단순한 소원을 아뢰며 드리는 기도, 이것은 믿음의 기도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격식을 차린 찬양을 원치 않으신다. 그러나 상하고 억눌린 마음이, 죄가 많고 더없이 약하다는 것을 깨닫고 부르짖는 무언의 절규는 무한히 자비하신 하나님께로 나가는 길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