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릴 수 있으면 살려야 한다!

살릴 수 있으면 살려야 한다!


예전에 제가 어린 아이였을 때 일입니다. 저희 할머니께서는 주무실 때 마다 항상 머리맡에 물 한컵을 놓고 주무시곤 했었는데요. 그것은 할머니께서 주무시다가 목이 마르면 드실 물이 아니라, 당신께서 쓰시던 틀니를 보관하기 위해서 떠놓은 물이었습니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물위에 둥둥 떠있는 틀니 두개를 보고있노라면 신기한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나도 나중에 노인이 되면 이렇게 틀니를 껴야하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던 일이 어렴풋이 기억 납니다. 제가 딱딱한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씹을 때마다, ‘내 이빨로 음식을 씹을 수 있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하시면서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시던 할머니의 모습도 함께 말이죠.


1. 자연 치아로 씹을 수 있는 즐거움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내가 가지고 태어난 치아로 음식을 자유롭게 씹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큰 축복이자 기뿜입니다. 또한, 자연 치아를 많이 가지고 있을 수록 노년에 치매가 올 확률도 적고, 더 건강하게 오래산다는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자연 치아를 잘 보전한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에게 음식을 잘 씹는 것 이상의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다보면 종종 자연 치아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생기기도 합니다. 크고 작은 사고로 치아가 빠지거나 부러지기도 하고, 작은 턱뼈에 비해 너무 크게 자리잡은 치아를 교정하기 위해 발치를 해야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발치를 해야하는 경우보다는, 많은 환자분들께서 방치해서 키운 충치나 풍치때문에 치아를 포기해게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더군다나,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치아인데도 환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치아를 너무도 쉽게 포기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발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2. 그래도 살릴 수 있으면 살려야 한다

특히, 충치와 같은 경우는 오랜 시간 방치를 해서 치아가 많이 상했다 하더라도, 신경 치료와 같은 방법으로 치아를 살릴 수가 있습니다. 감염된 치아 신경을 소독하고 제거한 뒤 빈 공간을 치료 재료로 메워주는 신경 치료 후에는 비록 치아가 신경 치료를 받기 전보다 약해지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크라운을 씌워 치아를 보호해주면 손상된 치아의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게 됩니다.

풍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풍치, 즉 치주질환의 치료 및 손실된 기능의 회복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환자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이미 잃어버린 치아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지금 가지고 계신 자연 치아만큼은 평소 정기 검진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 최대한 오랫동안 보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3. 이제는 ‘여치통치(如治痛齒)’의 시대

‘여발통치(如拔痛齒)’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는 우리의 속담과 같은 뜻으로 ‘괴로운 일을 벗어나서 시원하다’는 뜻인데요. 이 표현을 볼 때마다 환자 입장에서 ‘앓던 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공감할 수 있어서, 치과 의사로서 치통을 앓고 있는 환자를 대할 때 마다 늘 가슴에 새기고 있는 사자성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자성어를 볼 때마다, 한가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에 치과 기술이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을 시대에 ‘앓던 이’의 치료 방법은 그저 뽑는 것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대부분의 ‘앓던 이’를 뽑지 않고도 잘 치료해서 살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만큼 치과 기술이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 사자성어도뽑을 ‘발(拔)’자를 쓴 ‘여발통치(如拔痛齒)’ 대신에, 다스릴 ‘치(治)’자를 써서 ‘여치통치(如治痛齒)’라고 바뀌어야 할 때가 왔다고 감히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의 치아를 잘 관리하고 치료 받아 오랫동안 보존하는 ‘여치통치(如治痛齒)’의 시대. 물론 이 모든 것은 환자분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협조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