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클래스2

약간 지능이 부족한 친구인데 슬픈 일은 이 친구의 아버지도 이 친구와 함께 우리 사무실이 운영하는 쉘터에 현재 20여 년째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친구 아버지와 엄마가 홈리스에서 만나서 이 친구를 낳고는 엄마는 행방불명이고 이 친구 아버지는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어서 아이는 포스터 홈에서 자랐다가 성년이 되어 아이는 아버지를 찾아 쉘터로 와서는 그로부터 지금까지 쉘터 가족이 된 경우이다.
백인 여자인데 모습도 지능도 약간 부족한데 마음만은 너무 착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골탕 먹는 친구이다. 아이 둘을 어찌 낳았는지 잘은 모르는데 두 아이 아빠가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속상한 것은 이 친구가 또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상대는 46살 먹은 닳고 닳은 홈리스 늑대이다. 아주 잘생긴, 그리고 말주변이 너무나 괜찮은 이 친구의 남자 친구는 코케인 중독자인데 말끔히 샤워하고 옷 깨끗이 입고 백팩 하나메고 나가면 이 친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저 남자 꽤 괜찮다!라고 생각할만한 준수한 모습의 코케인 중독자인데 얼마 전 여자 친구하고 헤어지고 워낙에 이 판에서 바람둥이로 소문난 데다가 사람을 잘 이용한다고 소문이 더 붙어서 이 바닥에서 사귈만한( 아니, 어쩌면 이용당할만한 여자)를 만나기 쉽지 않으니까 지능은 부족하지만 순진한, 그리고 약물 복용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 친구를 꼬드긴 모양이다.
쿠킹클래스 하기 전 내가 이 친구가 이 늑대와 어깨동무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는 이 친구를 내 사무실로 불러서 물어보았다! 헤이, 000 누구지?
이미 늑대에게 물려버린 순진한 이 친구는 그 커다란 몸짓을 배배 꼬며 순진하게도 레지나, 나는 지금 사랑에 빠졌어! 나는 속으로 야! 너 지금 미쳤구나! 하고 싶은 것을… 그래! 그런데 상대방은 누구? 이 친구는 자기의 전화에 저장된 그늑대의 사진을 내게 보여주며 Regina, He is a half of my life! 레지나, 이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내 생명과도 같은 사람이야! 라며 누런 덧니를 드러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나는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이들에게도 인권이 늑대든 여우든 있으니까 조심해야 하기에 이 친구에게 물었다. 너 그 사람 어떤 사람인 줄 알아? 순진하다 못해 바보스러운 착한 이 친구는 나에게 가르친다. 레지나,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현재가 중요해! 뭐라고? 나는 마음속으로는 아이구! 열녀 나셨네! 네가 지금 정신 나간 거 알아?라고 묻고 싶은데 그래! 그 사람의 미래는 뭐가 있는데?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냥 함께 있으면 돼!
그럼, 너 피임은 하니? 아니, 나 그 사람 아이를 낳을 거야! 아니, 얘네들은 애 낳는 것을 계란 낳는 거 정도로 생각하나? 생명에 대한 책임감, 아이에 대한 미래의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생각조차 없이 낳는단다. 그럼, 그 아이는 또 누가 키우나?
정부가? 무슨 돈으로? 우리들의 세금으로?
이쯤 되면 누가 말해도 듣지 않으니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 늑대는 어느 정도 이 친구 데리고 다니며 필요한 것 다 채우고 또 다른 헌팅을 할 텐데 순진한 이 친구가 당해야 할 상처는 어찌하누!
이 친구가 쿠킹클래스에 조인하여서 자기의 사랑이야기를 떠벌리고 있는데 5명의 남자들은 별 관심도 없다. 다만 이 친구를 케이스로 갖고 있는 나만 애가 탈뿐이다.
이날 쿠킹클래스 6명이 나눈 이야기들 중에서 어떤 이는 7년 만에, 어떤 친구는 5년 만에, 어떤 친구는 홈리스 생활 10여 년 만에 처음 음식을 만들어보는 것이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잘하고 있는 거구나!라는 확신이 생겼었다. 쿠킹클래스 중간에 음식이 되어가는 동안은 우리 그룹은 자기들의 백그라운드에 대해서 얘기도 나누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나누어보며 쿠킹 퍼즐게임도 하고 다른이 들하고 잘 어울릴 수 있는 스킬도 배우는 시간들이다. 물론 거친 이들과 함께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혹시라도 이들의 감정에 이상이 생겨 야채 다듬던 칼로 칼춤이 벌어질 수도 있고 또 다른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들과 하는 쿠킹클래스 내내 쉴 틈 없이 음식 만든 법 얘기를 들려주며 내 눈은 이들을 살펴야 하고 자주 이들을 격려해주며 흥을 북돋아 주고… 정말 바쁘다! 궁금하다!
과연 나는 전생에 뭘 했던 사람이었을까?
그런데 4번째 쿠킹클래스 때 드디어 사고가 날 뻔했다. 네 번째까지 다 잘 참여하던 아프리칸 어메리컨 00가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부정을 하지만 내 경험과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을터…
00가 술을 많이 마시고 온 것 같다. 자기 딴에는 흔들리는 몸을 제대로 가누어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비틀거리는 몸짓을 누가 모를까 봐?
나는 이번 주에 모인 7명에게 큰소리로 다짐을 했다. 너희들이 코케인을 하든, 헤로인을 하든, 술을 마시던 너희의 선택인데 쿠킹클래스 오려면 약을 하거나 술에 취해 올 테면 아예 오지를 말아야 해!
모두들 커다란 목소리로
Yes, mam! Don’t called me mam.
Call me Regina. Yes, Mam.
말들은 잘하는데 실천을 해야지! 술로 인해서 기분이 업된 00가 우리 쿠킹클래스 멤버가 아닌 다른 홈리스 친구가 고개를 기웃거리고 구경을 하자 공연히 시비를 건다.
헤이, 너 보지 말고 그냥 가라고! 상대방은 보면 어떠냐면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사태가 어찌 진행할까? 참견을 하지 않고 지켜보는데 술에 취한 00가 시비를 건다. 술에 취한 00가 여기는 쿠킹클래스 조인한 사람만이 오는 곳이니 그냥 가란다. 나는 이때 한마디 했다. 아니, 괜찮아 너 바쁘지 않으면 너도 조인해도 돼! 나의 말에 화가 난 00가 백팩을 어깨에 멘다. 그리고는 한마디 한다.
그럼 여태까지 음식 준비한 우리보다 레지나, 넌 재가 더 좋다는 얘기냐고 묻는다. 속으로는 아이고! 이꼴통, 00 하고 자빠졌네! 하고 싶지만 나는 술 취한 00의 비위를 건드려 보았자 아무 소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아니, 쿠킹클래스는 재도 와도 좋고 너도 와도 다 좋아! 그러니까 너 여기서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앉아 있어. 별안간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그런데 00가 한마디 한다.
그럼 자기도 다음 주부터는 쿠킹클래스 시간 처음부터 오지 않고 중간에 아무 시간에나 오겠단다. 한심한 00을 가만히 쳐다보며 ( 속으로는 아이고! 이 꼴 통! 하고 싶은데… )
대답할 가치가 없어 대답을 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니까 00가 좀 더 심하게 강짜를 부린다. 결국 강짜를 보다 못한 새로운 방문자가 주먹을 든다.
쿠킹클래스는 별안간 살벌해지고 나는 이들이 쓰던 날카로운 칼들과 집기들을 얼른 캐비닛 안에 넣고 자물쇠로 잠가버린다.
야! 야! 야! 너희들 그만두지 않을래?
지금 너희들 여기서 그만두지 않으면 경찰 부를 거야! 그만둬!
지난주부터 목감기가 든 내 쇳소리 나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대자 목이 더 아파온다. 결국 경찰을 부른다는 내 말에 술이 취했던 내 홈리스 고객 00가 자리를 떠남으로써 싸움은 일단락되고 우리는 이날 요리한 스파게티 누들을 먹으면서 감탄을 한다. 이번 주 재료 스파게티 누들 3팩 도네이션, 돼지고기 6불, 호박, 토마토, 양파 4불, 양념과 올리브 오일과 양념들은 우리 집에서 공수했다. 이들에게 앞치마도 입히고 싶은데? 다음 주는 무슨 요리를? 돈 없이 하는 요리? 아님, 돈을 얻어봐? 누구한테? 나는 요리전문가가 아니다.
그런데 요리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만든 음식은 맛이 있다. 이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이 친구들에게 가정, 공동체, 사랑을 느끼게 하고 싶은 거다. 물론, 쉽지가 않다는 것을 매번 경험을 한다. 그런데 한 번도 시작한 쿠킹 세러피 그룹에 대해서 후회한 적이 없다.
상담과 서류 등에 쌓여서 시간 내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들의 인생에 함께 나누었던 이 시간들의 기억들이 행복한 시간들이 되어서 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해보며… 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든지 함께 나누고 싶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