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건강 (우울증 9)
우울한 사람들이 지니는 부정적 생각과 신념은 매우 집요한 경우가 많아서 아무리
긍정적인 ‘대안적 사고’(상황을 여러 가지 방향에서 생각하는 방법)를 찾아내어
생각을 바꾸려고 해도,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릅니다.
이제까지 설명 드린 ‘인지 치료’ (상황에 대하여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의미를
부여하며 해석하는 치료) 방법들이 모두 비효과적으로 느껴지며 우울증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포기하게 됩니다. 부정적인 사고방식은 습관처럼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고방식도 하나의 습관입니다. 우울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속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다른 사람을 비난하듯이, 혼잣말로
자신을 부정적인 속말로 비하하는 것이 우울한 사람들의 주된 특징입니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자기대화를 하면서 생각을 전개합니다. 스스로 묻고 대답하고
때로는 상반된 생각으로 갈등하기도 합니다. 긍정적 속말을 하는 ‘건강한 자아’와
부정적인 속말을 하는 ‘병적 자아’가 그것입니다. 이 두 개의 자아가 마음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리의 사고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병적 자아’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너는 열등해. 너는 무능해.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잖아. 너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차라리 너는 이세상에서 없어지는 게 나아. 이렇게 ‘병적 자아’가 하는
속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설들 당하게 되면 우울증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부정적인 속말이 나타났을 때 이에 대응하여 대안적인 긍정적인 속말을 하는 것을
상담심리학에서는 ‘되받아 치기’ 또는 반격하기 (COUNTERING)하고 합니다.
일상적인 인간관계에도 대화기술이 필요하듯이, 자기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부정적인 속말을 내뱉는 병적인 자아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병적인 자아의 목소리를 약화시키기 위한 ‘반격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현실적인 내용으로 반격합니다.
2. 간결하고 짧게 반격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단점투성이야’에 대해서 ‘아니야,
나는 장점도 많아’, ‘사람은 누구도 단점이 있어’와 같이 짧고 간결한 속말이
효과적입니다.
3. 부정적 사고와 반대되는 내용으로 반격합니다. 예를 들어 ‘난 늘 실수해’에
대해서 ‘아니야, 나도 잘할 때가 있어’,
4.가능한 다양한 내용으로 반격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단점투성이야’에 대해서
‘나는 장점도 많아’, ‘단점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너무 완벽해도 매력 없어’,
‘내 단점을 알고 있는 것이 나의 장점이 될 수 있어와 같이 다양한 측면의
‘대안적 사고’로 반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생을 건설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자기대화를 통해 건강한 자아의 힘을
길러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울한 환자 중에는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거절하지 못하여 수락하고 애를 쓰다가 결국은 부탁한 일을 해
주지 못하고 비난을 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울한 상태에서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증가하여, 친밀한 사람도 이기적이고 위선적으로 느껴지며 겉으로는
위로를 해주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비웃을 것이라는 생각이 늘어납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자신을 잘 아는 신뢰하는 사람과 솔직하게 어려움을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어려움을 상대방에게 털어놓은 행위 자체가 무거운
마음을 경감시켜줍니다. 특히 상대방이 나의 어려움을 잘 이해해 줄 때는
이러한 효과가 커집니다. 더 나아가 고민을 털어놓는 상대방과의 인간관계가 더욱
친밀해지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고민을 털어놓고 상의해 온다는 것은
나를 가깝게 여기고 신뢰한다는 표시입니다.
서로의 고민을 터놓고 교환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인간관계가
더 깊어지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어려움과 고민을 상의하는 것은 결코
자존심 상하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힘들 때 다른 사람에게 솔직히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용기 있는 성숙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말 한마디가 커다란 위로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면 우리를 이해하고 도와 줄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주위에는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