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주의

사실주의의 사조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이에 예술적인 격론이 오고가던 시기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주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묘사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하는 현실주의적인 미술사조이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예술가들이 모든 기술적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자연을 사진과 같이 정확하게 묘사하는데 성공했다. 얀 반 아이크에서 베르메르와 벨라스케즈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은 현실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묘사해 보였다. 사실주의 이전의 신고전주의나 낭만주의 화가들이 그들의 주제를 이상화하거나 극적으로 다룸으로써 어느 정도 수정을 가해 작품을 제작하던 것에 비해 새롭게 나타난 사실주의 화가들은 눈으로 인지된 것을 수정하지않고 정확하게 묘사하기를 고집했다. 사실주의의 주제 역시 그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서 화가들은 개개인이 체험할수 있는, 그 당시에 일어난 일만을 그리는 것으로 주제를 한정 시켰다. 즉 자신들이 보거나 만질 수 있는 것만을 진실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따라서 고대의 신이나 여신들, 영웅들 대신 농부나 도시의 노동자 계층을 다루게 되었다. 사실주의는 색채에서부터 주제에 이르기 까지 모든것이 엄숙하고 절제되게 표현이 되었다.

사실주의에서 빼놓을 수없는 것이 프랑스의 사실주의이며 이런 프랑스 사실주의 운동의 중심의 화가는 쿠스타브 쿠르베이다. 실용주의를 신봉한 그는 역사나 시적인 주제들을 다루는 보수적인 취향에 반대하여 작품을 만들었으며 일예로 천사를 그려달라는 주문을 받았을때 “나는 천사를 본 적이 없다. 나에게 천사를 보여주면 그리겠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는 회화를 구체적인 예술이며 실제하거나 존재하는 사물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였다. 쿠르베는 그림의 소재를 가까운 곳에서 찾았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오르낭의 장례>는 대형 캔버스에 황량한 잿빛의 색조로 시골의 장례식을 그린 것이다. 전에는 역사화에나 맞을 법한 대형 화면 위에 평범한 농부들 같이 평민이 주제로 그려진 적이 없었다. 이에 비평가들은 그 그림이 절망적일 정도로 비천하다고 악평 하였다. 그렇지만 쿠르베는 전통을 중시하는 미술의 과장된 표현 방식을 싫어하였기에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 역시 일상의 일에 몰두해 있는 하층 계급의 사람들이었다.

쿠르베 이외에도 윌리암 호가드(로코코 시대의 영국화가)의 정신적인 계승자인 도미에는 귀족과 정치가들을 풍자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그의 대표작인<삼등열차>에서 그는 마치 비좁은 열차안에 꼭 끼어 있는 노동자 계층을 현실감있게 묘사하였다. 어두운 기차의 실내에는 늙은 노파와 아이를 안고 젖을 먹이는 아낙, 졸고 있는 아이가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한 가족이며 무기력한 시민들의 모습이 배경으로 가득 그려져 있다. 열차안에 있는 이들은 하루의 고된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시민들로 서로간의 대화나 웃음은 없고 그저 지친 몸을 기차에 실고 집을 향하는 광경인 것이다. 이렇듯 두 작가의 그림을 통해 보여지는 사실주의 작품들은 이상적이거나 아름답게 꾸며진 내용이 아닌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사실적인 내용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J Art Academy 원장 / 이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