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이 치료하기

부쩍 아침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치과 대기실에는 이가 시리다는 환자들이 늘기 시작한다. 찬물로 양치하기가 힘들다는 분들부터 칫솔만 갖다대도 자지러진다는 분들까지 모두 이가 시리다고 표현하지만 각각 원인과 양상은 다양하다.시린 증상은 이가 많이 썩거나 부러지면 흔히 나타난다. 이런 경우 한 두개 해당 치아에서만 시린 증상이 나타나므로 원인 치아를 찾기가 쉽다. 심할 경우 신경치료 후 이를 씌워줘야 하지만 간단히 떼워서 해결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잇몸이 약해지는 치주질환은 중년 이후의 나이에서 흔한 시린이의 원인이다. 흔히 풍치라고 불리며 한겨울 찬바람만 닿아도 치아에 바람이 스며들듯 모든 이가 시리다.

염증으로 인해 잇몸이 줄어들면서 치아 뿌리가 노출되면 찬물에도 시리지만 심한 경우 칫솔로 문지르기만 해도 시큰시큰해서 고통스럽다. 단단한 음식을 씹을 때도 힘이 없고 불편한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치주질환의 경우 잇몸을 완전히 재생시켜 뿌리를 덮어주는 치료법은 아직 없기에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잇몸치료를 하고 많이 시린 뿌리쪽을 코팅해줄 순 있다. 찬물에 잠깐 시린 정도가 아닌 통증에 가까운 시린이는 충치가 없더라도 신경치료를 해줘야만 한다.

20~30대의 젊은 층에서는 송곳니 주변의 몇몇 치아에서 찬물이나 칫솔로 문지를 때 시린 증상은 흔히 치경부 마모가 원인이다. 잇몸은 비교적 건강한데 치아의 머리와 뿌리 부분의 연결부가 패이면서 치아의 속층이 드러나 이가 시리게 된다.

과거에는 주로 양치질시 가로방향으로 너무 강하게 문질러서 이가 닳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식사시 위아래 치아를 좌우로 문지를 때 미세하게 치아가 휘청거리면서 깨지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밝혀져 있다.

치료법은 치아 색상이 나는 레진과 같은 재료로 패인 부위를 메워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갈이가 있다거나 씹는 힘이 강해서 치아가 많이 닳은 환자들에서는 레진이 잘 떨어져 나오기도 해 치아의 씹히는 면을 수정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신경에 가깝게 금속재료로 커다랗게 떼우거나 씌워둔 경우에도 열전도가 잘돼 치아가 시릴 수도 있다. 치아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거나 과거에 떼웠던 재료의 접착제가 녹아 미세한 틈이 생기면 찬물이나 뜨거운 물을 먹을 때 치아 앞으로 스며들듯이 시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 어떤 치아인지 하나만을 지적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치과에서 하나씩 치아를 격리해 냉온 검사를 하면 원인 치아를 찾을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적절히 재치료를 하거나 신경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찬 것이 닿는 순간 잠깐동안 시리다가 금방 증상이 없어지고 치아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신경이 예민해진 단계로 보고 찬 것을 피해 조심히 사용할 것을 권한다.

한국말은 활용이 다양해서 시리다 외에도 ‘시큰거린다, 새그럽다, 찬물에 아린다’ 등등 다양한 표현으로 환자분들은 불편감을 설명한다.

원인도 위와 같이 다양하며 단 하나의 원인만이 아니라 여러 개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신경치료 외의 다른 치료법의 경우 완벽하게 시린 증상을 차단하기가 힘들다.

치료 후에도 약간 시린 증상이 남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환자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찬물로 양치하지 마세요. 그러면 괜찮으실 거에요” 밖에 없다.

치과의사인 나부터도 가을이 되면 온수로 이를 헹굴 수밖에 없어 빨리 시린이를 감쪽같이 안 시리게 만드는 좋은 약재나 치료법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