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정책과 건강

영양 정책은 농경민족이 주축이 된 국가에서 발달된 정책이 아니고 유목 민족이 주축이 된 축산업 국가에서 발달한 학문이다. 사람과 가축의 차이를 살펴보자. 사람은 건강하게 살다가 늙어 죽는 존재이고 가축은 살다가 사람이 필요로 할 때 죽임을 당하는 존재이다. 축산 정책에 있어서의 대량 생산 정책은 경제적으로 가장 최단 기간에 많은 양의 육류, 난류, 유제품 등을 대량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같은 맥락에서 도입된 것이 가축 영양학이다.

가축 영양학에서는 어떤 수단을 쓰던 살이 빨리 찌는 가축, 젖을 많이 내는 가축, 알을 많이 낳을 수 있는 가축을 시설, 사료, 환경, 약품을 총 동원해서 만들어 경제적으로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일순위이다.

불행하게도 2차 세계대전 후, 가축사료 영양학이 인체 영양학으로 필터링 없이 그대로 도입이 되면서 3대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영양학과 칼로리 영양학으로 변하여 인간에게 적용되었다. 오늘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비만과 갖가지 만성적인 성인병은 농업 정책에 의해서 대량 생산된 원료를 영양학에 입각해서 많이 먹게 된 결과이다.

식품가공학은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학문이다. 식품은 가정에서 그냥 조리해서 먹었고 오랜 옛날에는 원료를 있는 그대로 먹는, 야생 동물과 비슷한 삶을 살아왔던 것이 인류의 먹을거리 역사이다. 농업의 발달 이후로 대량 생산과 칼로리 영양학이 정립되었고 산업 혁명에 의해서 기계화가 당겨지고 식품이 대량 생산됨으로써 주방이 공장으로 이동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에 따라 식품 가공학도 발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식품을 집에서 조리해 먹던 시절에는 정성이 곁들여지고 가족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먹게 되므로 가정의 음식 이력에 따라서 유발되는 질병의 패턴도 달랐었다. 예를 들어 육식을 즐겨 먹고 단것을 즐겨 먹는 집안에서 당뇨병 환자가 나오는 식이었다. 그러나 식품 가공학에 의한 대량 생산으로 가고 보니 음식의 기본은 새콤, 달콤, 고소하게 만들어서 기호성을 높이는 쪽으로 발달했다. 아울러 경제성을 높이고 저장성을 높여 대량생산, 대량 소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런 이유로 너도나도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게 되고 먹는 때를 가리지 않게 되었다. 식품 산업은 발달되었지만 그에 비례해서 그 산업의 수혜자들이 아닌 피해자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편의주의를 사는 이 시대 사람들은 걷는 대신 엘리베이터를 탄다. 여성의 산업 사회 진출이 발달됨에 따라 음식은 주부들의 손길에서 떠나 공장의 작업대로 넘어갔다. 식생활 패턴이 푸드 코트 주도형, 외식산업 주도형으로 가면서 진정으로 사람의 먹거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이 없는 포식시대를 만든 것이 오늘날의 영양학과 식품 가공산업이다. 이러한 사회현상 속에서 과연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개인이 그 문제점을 인식하게 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언론이 참여해서 국민들이 깨닫게 하는데 앞장서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요사이 언론을 보면 정치적인 공론이나 인권에 관한 공론 등에는 채널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부분에서는 전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유기농 식품으로 대변되는 친환경 농업에 대한 바른 이해, 영양학에 대한 바른 이해, 식품 가공학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국민을 개도하고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도 역시 빨리 깨달아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