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시장’ 둘러싼 미국의 새 전쟁…주정부 “도박” vs 플랫폼 “투자”
온라인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을 둘러싼 미국의 법적 공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칼시(Kalshi)와 폴리마켓(Polymarket) 같은 플랫폼들은 자신들이 합법적인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각 주정부는 스포츠 도박 규제를 우회하는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도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주의회협의회(NCSL) 연례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다뤄졌다. 공화당 소속 댄 도슨 아이오와주 상원의원은 자신의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칼시에 가입해 월드컵 경기 결과에 돈을 걸고 있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문제가 생기면 결국 이를 감당하는 것은 주정부”라고 비판했다.
예측시장은 선거 결과나 스포츠 경기, 경제지표, 금리 변동 등 미래에 발생할 사건의 결과를 예측해 계약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칼시는 이를 원유나 곡물 선물거래와 같은 금융상품이라고 설명하지만, 상당수 주정부는 사실상 스포츠 베팅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칼시는 연방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을 받는 금융거래소인 만큼 연방 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라 슬레인 칼시 기업개발 책임자는 “예측시장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 아래 운영되어야 하며 주마다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44개 주 법무장관들은 최근 공동 서한을 통해 스포츠 경기와 관련된 예측계약은 전통적인 주정부의 도박 규제 대상이라며 연방정부의 해석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논란은 단순한 규제 문제를 넘어 내부정보 이용 가능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백악관은 대통령 연설 내용을 미리 알고 칼시에서 베팅했다는 의혹을 받은 텔레프롬프터 담당 직원을 해고했다. 이에 미네소타주는 공무원이 직무상 취득한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예측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며,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메릴랜드, 위스콘신 등 여러 주도 비슷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원주민 부족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캘리포니아 샌마누엘 부족은 예측시장이 부족 카지노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부족의 자치권과 게임 운영 권한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카지노가 많은 원주민 부족의 핵심 경제 기반인 만큼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베팅 시장 확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박 중독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다.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의 도박중독 연구자인 레이철 볼버그 명예교수는 “규제 방식만 다를 뿐 온라인 스포츠 베팅과 개인 및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등록 유권자의 약 67%가 예측시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지했으며, 합법화에 찬성한 응답은 24%에 그쳤다. 반면 기존 스포츠 베팅에 대해서는 현재의 규제 수준에 대체로 만족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업계와 주정부 모두 이번 논란이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차원의 감독 권한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각 주는 도박 규제는 전통적으로 주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 결과가 단순히 칼시나 폴리마켓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미국에서 온라인 예측시장과 스포츠 베팅 산업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