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90을 달리다 만나는 워싱턴주의 상징…‘와일드 호스 모뉴먼트’ 이야기

워싱턴주 서쪽의 푸른 숲 풍경을 지나 I-90를 따라 동쪽으로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풍경이 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울창했던 숲은 점차 사라지고, 시야가 넓게 열리며 거대한 강과 황갈색 절벽 지형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로 많은 여행객들이 워싱턴주 드라이브 최고의 장면 가운데 하나로 기억하는 밴티지 브리지(Vantage Bridge) 구간이다.

특히 I-90를 따라 컬럼비아강(Columbia River) 위를 건너는 순간의 풍경은 강렬하다. 아래로는 거대한 컬럼비아강이 흐르고, 양옆으로는 수만 년에 걸쳐 형성된 협곡과 현무암 절벽 지형이 이어진다. 서부 워싱턴의 푸른 숲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마치 다른 주(州)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지역은 워싱턴주에서도 대표적인 ‘지형 변화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캐스케이드 산맥 서쪽은 비가 많아 숲이 울창하지만, 산맥 동쪽은 비 그림자(Rain Shadow) 현상으로 인해 건조한 사막성 기후가 형성된다. 밴티지 인근은 바로 그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장소 가운데 하나다.

다리 위에서 보이는 풍경은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여름에는 강과 황금빛 언덕이 대비를 이루고, 해질 무렵에는 붉은 석양이 절벽과 강 위로 퍼지며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이 때문에 사진 촬영 명소이자 장거리 드라이브 중 꼭 한번 들러야 하는 워싱턴주 대표 전망 구간으로 꼽힌다.

컬럼비아강을 건넌 뒤 Exit 139 방향 언덕 위로 올라가면 워싱턴주의 상징적인 공공예술 작품인 ‘와일드 호스 모뉴먼트(Wild Horses Monument)’도 만날 수 있다. 많은 여행객들이 밴티지 브리지와 와일드 호스 모뉴먼트를 함께 둘러보며 동부 워싱턴 특유의 풍경을 경험한다.

와일드 호스 모뉴먼트는 주차장에서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지만, 실제 조형물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짧은 언덕길을 직접 걸어 올라가야 한다. 길 자체는 왕복이 길지 않은 편이지만, 생각보다 경사가 있는 흙길과 자갈길이 이어져 가볍게 오르는 느낌은 아니다.

특히 동부 워싱턴 특유의 강한 햇빛과 바람까지 더해지면 올라가는 동안 숨이 차다고 느끼는 방문객들도 많다. 하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은 보통 10~15분 정도로 길지 않은 편이며,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누구나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언덕을 오르는 동안 뒤를 돌아보면 점점 넓어지는 컬럼비아강과 밴티지 브리지 풍경이 펼쳐진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시야가 크게 열리며 동부 워싱턴 특유의 광활한 지형과 사막성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정상에서 직접 마주하는 강철 야생마 조형물의 규모는 아래에서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거대한 말들이 실제로 언덕 위를 달리고 있는 듯한 모습과 컬럼비아강 전망이 어우러져 워싱턴주 대표 전망 명소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를 느끼게 한다.

길이 다소 가파르긴 하지만, 많은 방문객들이 “올라온 보람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정상 풍경의 만족도가 높은 장소다. 장거리 운전 중 잠시 쉬어가며 워싱턴주의 또 다른 자연 풍경을 경험하기 좋은 명소로 꼽힌다.

와일드 호스 모뉴먼트를 둘러본 뒤 다시 컬럼비아강을 건너 반대편으로 이동하면, 동부 워싱턴의 또 다른 대표 명소인 ‘징코 화석 숲 주립공원(Ginkgo Petrified Forest State Park)’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수천만 년 전 고대 숲의 흔적을 직접 볼 수 있는 워싱턴주의 대표 자연·지질 명소로 유명하다.

현재의 건조한 동부 워싱턴 풍경과 달리, 약 1천500만 년 전 이 지역은 울창한 숲과 습지가 형성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화산 활동과 지질 변화 속에서 나무들이 흙과 화산재에 묻혔고, 오랜 세월 동안 광물 성분으로 바뀌며 지금의 돌처럼 단단한 ‘석화목(Petrified Wood)’이 만들어졌다.

공원 내에는 다양한 종류의 석화목이 전시돼 있으며, 실제 나무의 결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화석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일반 돌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나이테와 나무 조직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신기한 경험을 준다.

특히 이곳은 컬럼비아강과 완나품 호수(Wanapum Lake)를 내려다보는 전망이 뛰어난 장소로도 유명하다. 공원 곳곳에는 피크닉 테이블과 쉼터가 마련돼 있는데, 강 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잠시 쉬어가기 좋은 장소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많은 방문객들이 장거리 운전 중 이곳에 들러 풍경을 감상하며 피크닉을 즐긴다.

공원에는 작은 박물관 형태의 방문객 센터와 자료 전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동부 워싱턴의 지질 역사와 화산 활동, 석화목 형성 과정 등을 소개하는 전시 자료들을 볼 수 있으며, 다양한 화석 표본들도 전시돼 있다. 다만 운영 시간이 제한돼 있어 주말 늦은 시간이나 공휴일에는 문이 닫혀 있는 경우도 있다.

와일드 호스 모뉴먼트가 워싱턴주의 상징적인 공공예술 작품이라면, 징코 화석 숲 주립공원은 동부 워싱턴의 오래된 자연 역사와 지질학적 특징을 보여주는 공간에 가깝다. 두 장소 모두 I-90 인근에 위치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은 대표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특히 시애틀에서 출발해 동부 워싱턴 방향으로 여행할 경우, 밴티지 브리지와 와일드 호스 모뉴먼트, 그리고 징코 화석 숲 주립공원을 차례로 둘러보면 워싱턴주의 극적인 풍경 변화와 자연의 역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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