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워싱턴주의 교육 역설…학업성취도는 추락하는데 PSAT 전국 최상위권은 왜 유지될까

워싱턴주의 교육을 바라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 하나 있다. 최근 발표된 교육 평가에서는 워싱턴주의 초·중등(K-12) 교육 수준이 전국 31위까지 떨어졌지만, 정작 미국 최우수 학생들을 선발하는 SAT/NMSQT(Preliminary SAT/National Merit Scholarship Qualifying Test)의 내셔널 메릿(National Merit) 커트라인은 여전히 미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성적은 하락하는데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쟁력은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통계의 모순이 아니라, 현재 워싱턴주 교육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워싱턴주 교육 순위는 왜 계속 하락할까

미국 아동복지재단인 애니 E. 케이시 재단(Annie E. Casey Foundation)이 발표한 ‘2026 키즈 카운트 데이터북(KIDS COUNT Data Book)’에 따르면 워싱턴주의 교육 순위는 지난해보다 더 하락하며 전국 31위를 기록했다. 10여 년 전 20위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속적인 하락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워싱턴주의 학업 성취도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8학년 학생의 70%가 수학에서 ‘학년 수준(Proficient)’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 4학년 학생의 68%는 읽기 능력이 학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 이러한 수치는 지난해와 비교해도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 평가 기준이 일부 변경되면서 전국 순위는 27위에서 31위로 더 내려갔다.

즉, 평균적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팬데믹 이후 회복 속도가 더디고, 기초학력 격차 역시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PSAT 커트라인은 왜 계속 높아질까

흥미로운 점은 이와 정반대의 결과도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우수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대학 입시 경쟁력을 제공하는 내셔널 메릿 프로그램의 선발 기준인 PSAT/NMSQT 커트라인은 워싱턴주가 지난 10년 동안 대부분 220~221점을 유지하며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유는 PSAT가 측정하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 순위는 전체 학생들의 평균 학업 수준을 평가하지만, PSAT 내셔널 메릿 커트라인은 시험을 본 학생 가운데 상위 약 1%만을 대상으로 산정된다. 즉, 평균이 아니라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워싱턴주 최상위권 학생들이 강한 이유

워싱턴주가 높은 PSAT 커트라인을 유지하는 데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첫째, 벨뷰(Bellevue), 머서아일랜드(Mercer Island), 레드먼드(Redmond), 새머미시(Sammamish), 이사콰(Issaquah) 등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학군이 밀집해 있다.

이들 지역은 해마다 많은 내셔널 메릿 학생들을 배출하며 높은 학업 성취도를 유지하고 있다. 둘째,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 산업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코리도어(Microsoft–Amazon Corridor)’에는 교육 수준이 높은 전문직 부모들이 대거 거주하며 자녀 교육에 대한 기대와 투자가 매우 높은 편이다.

셋째, 아시아계 학생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전체 표준화 시험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하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넷째, 사교육과 영재교육 접근성이 높다. 경쟁이 치열한 학군에서는 수학 선행학습, PSAT 대비 프로그램, 개인 튜터링, 방과후 심화교육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워싱턴주 교육당국도 동일한 시험 체계를 사용하는 여러 주 가운데 영어는 전국 2위, 수학은 4위 수준의 경쟁력을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높은 천장과 낮은 바닥’이라는 교육 역설

결국 워싱턴주의 교육은 ‘높은 천장(High Ceiling)과 낮은 바닥(Low Floor)’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우수한 학군과 높은 부모의 교육 수준, 풍부한 교육 자원,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반면 평균 학생들은 조기교육의 부족, 팬데믹 이후 학습 결손, 지역 간 교육 격차, 경제적 어려움, 학교별 교육환경 차이 등의 영향을 받으며 기초학력이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워싱턴주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을 길러내는 주 가운데 하나인 동시에, 평균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중적인 교육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PSAT 커트라인은 최상위 1%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고, 교육 순위는 전체 학생들의 평균을 반영한다는 점을 이해하면 두 결과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많은 한인 학부모들은 “워싱턴주는 교육열이 높고 좋은 학교가 많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는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그 혜택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벨뷰나 레드먼드처럼 교육 인프라가 뛰어난 지역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학생들이 계속 배출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기초학력 회복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가정이라면 단순히 ‘워싱턴주 교육 수준’이라는 평균적인 평가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학군의 특성과 교육 환경, 그리고 학생 개인에게 필요한 학습 지원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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