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33명, 시애틀서 보잉 상대 소송
“조류 충돌 뒤 안전·제어 시스템 제대로 작동 안 해”…179명 사망 사고 책임 주장

2024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33명의 유가족들이 항공기 제조사 보잉을 상대로 미국 시애틀 연방법원에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유가족 측은 지난 9월 4일 시애틀의 워싱턴주 서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사고 여객기인 보잉 737-800의 안전 및 제어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으며, 조류 충돌 이후 조종사들이 항공기의 속도를 충분히 줄이고 정상적으로 착륙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고는 2024년 12월 29일 발생했다. 제주항공 2216편은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벗어나 구조물과 충돌했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승객 175명과 승무원 4명 등 179명이 숨졌으며, 승무원 2명만 생존했다.
소장에 따르면 유가족 측은 착륙 접근 과정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 이후 항공기의 전기·유압·비행제어 계통에 문제가 발생해 조종사들이 착륙장치와 브레이크, 플랩 등 착륙과 감속에 필요한 장비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엔진 제어 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유가족 측은 조종사들이 출력을 낮추려고 반복적으로 시도했지만 한쪽 엔진이 상당한 추력을 계속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또 엔진 제어 시스템이 성능이 제한된 상태로 전환된 뒤 조종사에게 경고가 전달되기까지 약 15초가 걸릴 수 있었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유가족 측은 이 같은 문제가 항공기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하고 정상적인 착륙 지점보다 훨씬 뒤에 착륙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사고기는 약 2,600m 길이의 활주로 가운데 약 1,200m 지점에 시속 약 175마일(약 282㎞)의 속도로 착륙한 뒤 활주로를 벗어나 콘크리트로 보강된 둔덕과 충돌했다.
조류 충돌부터 최종 충돌까지 걸린 시간은 약 4분21초로 추산됐다. 유가족 측은 이 시간을 근거로 희생자들이 사고 직전 겪었을 공포와 불안, 신체적 고통에 대해서도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망에 따른 손해뿐 아니라 장례비, 소득 상실, 가족관계 상실 등에 대한 배상도 청구했다.
여객기 좌석과 안전벨트 등 승객 보호 장치에 대한 문제도 소송에 포함됐다. 소장은 영상 등 조사 자료를 근거로 충돌 과정에서 일부 좌석이 객실 구조물에서 분리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충격이 약 13.6~14.9g였으며, 소장에서 제시한 16g 동적 충돌하중 기준보다 낮았음에도 좌석이 분리됐다는 것이 유가족 측 주장이다.
생존한 승무원 2명이 일반 승객 좌석이 아닌 승무원용 점프시트에 앉아 있었다는 점도 소장에서 언급됐다. 유가족 측은 승객 좌석과 구속 장치의 문제 역시 사망 피해를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사고 여객기는 보잉 737-800 기종으로 워싱턴주 렌턴 공장에서 제작·조립돼 2009년 운항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일랜드 저비용 항공사 라이언에어에 인도됐으며, 이후 2017년 매각돼 제주항공에 임대됐다.
유가족 측은 보잉이 1960년대 초기 737 설계에서 유래한 전기·유압 시스템 구조를 계속 사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생산시설 재설계와 항공기 재인증, 조종사 훈련 변경 등에 따른 비용을 피하기 위해 기존 시스템을 유지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 측은 보잉에 과실과 보증 위반, 엄격책임 등이 있다고 주장하며 전기·유압 계통의 충분한 백업 시스템과 경고 장치, 조종사 훈련 및 비정상적인 엔진 추력에 대한 보호장치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존 소송과도 연결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희생자 23명을 대리하는 7건의 소송이 워싱턴주 서부 연방법원에서 병합된 바 있다. 이번 원고 측도 해당 소송에 합류하기 위한 이관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애틀의 항공사고 전문 로펌 허먼 법률그룹(Herrmann Law Group)도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보잉은 이번 소송의 구체적인 주장에 대한 입장을 즉각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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