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에서 답을 찾다…장성길 신임 총영사가 밝힌 서북미 외교의 방향

장성길 신임 주시애틀대한민국총영사가 부임 일주일 만에 지역 언론인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지난달 31일 시애틀총영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새로운 정책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새로 부임한 총영사가 어떤 철학으로 공관을 운영하고, 서북미 한인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함께 걸어갈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자리였다.
간담회는 예상보다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소파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시애틀에 도착한 이야기와 첫인상, 미국 생활에 대한 소회를 나눴고, 장 총영사는 부임 직후 느낀 점들을 편안하게 이야기했다. 공식적인 업무계획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먼저 이어졌고, 그 속에서 그의 업무 철학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이번 시애틀 부임은 그의 다섯 번째 해외 공관 근무다. 그러나 공관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와 산업통상 분야를 두루 경험한 그는 경제통상을 자신의 전문 분야로 소개하면서도, 총영사의 역할은 특정 분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의 권익을 보호하고, 경제와 문화, 교육, 지역사회 협력을 함께 아우르는 것이 총영사관의 본연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장 총영사는 시애틀총영사관이 워싱턴주뿐 아니라 오레곤주, 아이다호주, 몬태나주, 알래스카주 등 서북미 5개 주를 관할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제한된 인력으로 방대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헌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사 민원부터 재외동포 지원, 경제·문화 교류, 지방정부와의 협력까지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직원들은 “일당백”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업무를 지시하기에 앞서 먼저 조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업무를 충분히 파악하고, 직원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공관장의 역할이며, 직원들의 헌신이야말로 총영사관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장 총영사는 동시에 총영사관의 인력만으로는 서북미 5개 주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제시한 해답은 조직 확대가 아니라 ‘협업’이었다. 정부 조직을 늘리기보다 지역 한인회와 한국교육원, KSC, 시애틀한인상공회의소를 비롯한 동포사회 기관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로의 경험과 전문성을 연결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총영사관이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구조가 아니라, 동포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총영사관 혼자서는 모든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여러 차례 강조된 메시지였다.
장 총영사는 동포사회의 참여와 협력이 있을 때 총영사관의 역할도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앞으로도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는 공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임기 중 추진할 기본 방향으로는 재외동포의 권익 보호와 신장, 대한민국 국익 증진, 그리고 한미동맹의 강화와 발전을 제시했다.
그는 재외동포 지원은 단순한 영사 민원 서비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이고 주류사회와의 연결을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서북미 지역이 가진 산업적 강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워싱턴주의 첨단 IT 산업과 항공우주 산업, 오리건주의 반도체 산업, 아이다호와 몬태나의 농업과 에너지 산업, 알래스카의 자원과 물류 산업 등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협력 방안을 발굴하고, 한국 기업과 현지 기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뿐 아니라 동포 기업들도 이러한 산업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관할 5개 주와 한국 지방자치단체 간 인적 교류 확대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기존 자매결연 지역의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는 한편, 아직 한국과 자매결연이 없는 지역에는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해 경제와 문화, 교육 교류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미동맹 역시 군사·안보에만 국한하지 않고 경제와 첨단산업, 교육과 문화, 인적교류를 포함하는 보다 폭넓은 협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장 총영사는 이미 잘 구축된 총영사관과 동포사회의 협력 기반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필요한 부분은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전임자의 성과를 이어받아 새로운 사업을 더하고, 규칙과 원칙은 지키되 현장에서는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하는 실용적인 리더십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간담회에서는 그의 소탈한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평소 조깅과 하이킹을 즐긴다는 그는 시애틀에 도착한 뒤 사마미시호 주변을 달리며 지역의 자연을 직접 느껴봤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레이니어산과 올림픽국립공원은 물론 서북미 각 지역을 직접 찾아가 동포사회와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간담회를 관통한 키워드는 화합과 협업이었다. 장 총영사는 “총영사관의 역할은 혼자 성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직원들의 헌신과 동포사회의 참여가 더해질 때 재외동포의 위상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익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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