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사 경판, 태평양 건너 65년 만에 ‘환지본처(還至本處)’

6.25 참전 미 해병 리차드 락웰씨 자택에서 경판을 돌려받은 후 기념 촬영 모습
좌로부터 능인사 주지 지상스님, 리차드 락웰 시 ,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6.25전쟁 직후 미군에 의해 국외로 반출되었던 신흥사 소장 경판(<제반문(諸般文)> 87장~88장 양면 판각 목판)
1점(板)이 65년 만에 다시 고국 땅을 밟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 설악산 신흥사(주지 우송스님)는
지난 3월 18일 미국 시애틀에 능인사 주지 지상스님 등을 보내, 6.25전쟁 직후 경판을 반출한 당시 美 해병대
중위 리차드 B. 락웰(Richard B. Rockwell, 92세, 美 시애틀 거주, 이하 ‘락웰’) 씨로부터 경판을
직접 돌려받았다.

▲ 경판의 반출 및 환수 경위
1954년 10월 속초에 주둔하던 미 해병대 중위 락웰 씨는 부대원들과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신흥사에 들렀다.
이때 락웰 씨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신흥사 경내를 살펴보다가 파괴된 전각 주변에서 경판 1점을 수습한 뒤, 같은 해
11월 이를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갔다.이후 락웰 씨는 신흥사에서 수습한 경판 1점을 자택에 보관해 왔으나, 신흥사에서
수습한 경판이 한국의 중요한 역사자료란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다시 돌려주고자 했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2018년 1월, 락웰 씨는 한국에서 미 해병대 장교 재직(1953~1954) 시절 자신이 직접 촬영한 속초시 옛
사진자료(35㎜ 컬러슬라이드필름) 등 279점을 속초시립박물관에 기증 의사를 밝히던 과정에서 경판의 소장 사실도 알려,
이를 함께 돌려주고 싶다는 의사를 속초시립박물관을 통해 전했다.

이에 속초시립박물관은 2018년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 이하 재단)에 미국인 소장 기록사진과 경판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등 조사 및 환수업무를 요청했다. 재단은 락웰 씨가 이메일로 보내온 경판 사진을 전문가에 의뢰해
분석하는 한편, 재단 소속 미국사무소 직원을 시애틀에 거주하는 락웰 씨에 보내 경판의 실물 확인과 국외 반출경위 등을
조사하고 신흥사에서 반출된 경판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이어 2019년 2월, 신흥사는 재단으로부터 “신흥사
경판 1점을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주한미군 출신 락웰 씨가 보관하고 있으며, 이를 신흥사에 돌려주고자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신흥사는 능인사 주지 지상스님을 현지에 보내기로 하고, 2017년 문정왕후 어보 환수를 비롯, 현재 미국 내
신흥사 불화 환수활동도 적극 나서고 있는 국회 안민석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려, 3월 18일
시애틀 소재 락웰 씨 자택을 함께 찾았다. 락웰 씨 자택을 찾은 지상스님과 안민석 의원은 신흥사 경판을 실견하고 경판의
보관 상태가 매우 양호함을 확인했다. 이에 지상스님은 경판을 잘 보관한 뒤 이를 돌려주기로 결심한 락웰 씨에게 신흥사
주지 명의의 감사패를 전달했다. 안민석 의원 또한 조건 없는 자진 반환방식으로 경판을 흔쾌히 돌려 준 락웰 씨에게 감사의
뜻을 함께 전했다.

신흥사 경판 <제반문> 목판 사진

앞면 제반문 87장
뒷면 제반문 88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