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없이 만나는 가을 바다…아나코티스에서 김치 한 병까지

해가 기울 무렵에는 캡 산테(Cap Sante) 전망대로 향하면 좋다. 마리나와 요트, 다운타운, 피달고 베이, 멀리 캐스케이드 산맥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37에이커 규모의 숲 언덕이다. 항구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시간에 가면 아나코티스다운 풍경이 가장 또렷하다. 평평한 마리나 워크웨이는 가볍게 걷기 좋고, 공공 해변 접근로와 피크닉 테이블도 갖추고 있다.

이 도시의 특이한 볼거리로는 물가에 자리한 W.T. 프레스턴(W.T. Preston)을 꼽을 만하다. 미국 국립 역사 랜드마크로 지정된 선미 외륜 증기선으로, 한때 강과 항만의 준설 작업을 맡았던 배다. 바로 옆 해양유산센터(Maritime Heritage Center)와 함께 들르면 단순한 해변 드라이브가 아니라 워싱턴주의 해양 산업과 선박 역사를 만나는 코스가 된다. W.T. 프레스턴은 9~10월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다운타운의 중심인 커머셜 애비뉴(Commercial Avenue)도 놓치기 아쉽다. 오래된 상점가에 갤러리, 앤티크숍, 서점, 카페와 소규모 식당이 이어져 있어 바닷바람을 쐰 뒤 천천히 걷기에 알맞다. 아나코티스는 가을에 선선한 날씨와 함께 맥주·사이다 행사, 할로윈 프로그램 등이 열리는 해안 소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한인에게는 특히 ‘수진스(SUJIN’S)’를 들러볼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자란 조수진 씨가 운영하는 가족·여성 소유 김치 전문점으로,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배운 방식에서 출발한 김치를 2015년부터 아나코티스에서 만들어 왔다. 방부제와 설탕을 넣지 않고, 발효 과일과 직접 만든 액젓으로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지역 농산물을 우선 사용하며 김치를 매일 소량으로 만든다. 김치만으로도 60종이 넘는 레시피를 개발해 온 곳이다.

수진스 매장은 현재 820 Commercial Ave., Anacortes에 있다. 바다 구경을 마친 뒤 김치 한 병을 사 들고 오는 코스는, 아나코티스 여행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드는 작은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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