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숲길 끝에서 만나는 프래그런스호수
시애틀서 2시간 이내 만나는 숲·호수·바다 전망…척카넛 드라이브와 페어헤이븐까지 하루 여행

이름부터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호수가 있다. 벨링햄 남쪽 척카넛산맥의 울창한 숲속에 자리한 프래그런스호수(Fragrance Lake)다.
라라비 주립공원 안에 있는 이곳은 거대한 빙하호수나 화려한 폭포를 앞세운 여행지는 아니다. 대신 오래된 삼나무와 전나무 사이를 걸어 호수에 도착하고, 중간 전망대에서 바다와 섬을 내려다보는 과정 자체가 매력적인 곳이다. 시애틀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벨링햄과 척카넛 드라이브를 연결한 당일 여행지로도 적당하다.
시애틀에서는 어떻게 가나
시애틀에서는 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한 뒤 벌링턴의 231번 출구로 나온다. 이후 워싱턴주 11번 도로인 척카넛 드라이브를 따라 북쪽으로 약 14마일 이동하면 라라비 주립공원에 도착한다. 이 길은 단순한 진입로가 아니라 워싱턴주의 대표적인 해안 드라이브 코스다. 도로 한쪽으로 척카넛산맥의 숲이 이어지고 다른 쪽으로 새미시베이와 산후안제도 방향의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일부 구간은 도로가 좁고 굽은 길이 많아 속도를 줄여야 한다. 전체 이동시간은 교통상황에 따라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다. 내비게이션에는 ‘Fragrance Lake Trailhead’ 또는 ‘Larrabee State Park’를 입력하면 된다. 트레일 입구의 작은 주차공간이 가득 찼다면 길 건너 라라비 주립공원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주립공원 주차에는 디스커버패스가 필요하다. 연간 이용권은 45달러, 하루 이용권은 10달러다. 트레일 입구와 공원 사이에는 차량이 빠르게 지나는 척카넛 드라이브가 있으므로 도로를 건널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상록수 숲길 지나 만나는 고요한 호수
프래그런스호수 트레일은 척카넛 드라이브로 불리는 워싱턴주 11번 도로를 사이에 두고 라라비 주립공원 정문 맞은편에서 시작된다. 트레일은 초반부터 완만한 지그재그 형태로 숲을 오른다. 길 주변에는 이끼로 덮인 바위와 양치식물, 키 큰 상록수가 이어져 전형적인 태평양 서북부의 숲을 느낄 수 있다.
중간에는 주 트레일에서 잠시 벗어나 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대 갈림길이 나온다. 거리는 길지 않으므로 지나치지 말고 들러보는 것이 좋다. 날씨가 맑으면 척카넛베이와 새미시베이, 멀리 산후안제도 방향까지 시야가 펼쳐진다.
전망대를 지나 다시 숲길을 오르면 나무로 둘러싸인 프래그런스호수에 도착한다. 호수 주변에는 짧은 순환 산책로가 있어 물가와 숲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호수 표면에 나무가 비치는 조용한 풍경은 화려하지 않지만 편안하고 차분하다.
왕복 약 5마일의 중간 난이도 산행
왕복 거리는 전망대와 호수 둘레길을 포함하면 약 5마일 안팎이며, 고도 상승은 약 1,000∼1,200피트다. 보통 2시간 30분에서 3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짧은 산책 수준은 아니지만 특별한 등산기술이 필요한 코스도 아니다. 다만 정상 부근의 평탄한 호수만 생각하고 출발하면 초반의 지속적인 오르막이 예상보다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과 충분한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시원한 그늘을 즐길 수 있고, 가을에는 단풍, 겨울과 봄에는 이끼와 안개가 어우러진 서북부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해발고도가 매우 높은 산악 트레일이 아니어서 눈이 많이 쌓이는 한겨울을 제외하면 비교적 긴 기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비가 온 뒤에는 길이 진흙투성이가 되거나 나무뿌리와 돌이 미끄러울 수 있다.


프래그런스호수가 좋은 이유
프래그런스호수가 좋은 가장 큰 이유는 한 번의 여행에서 숲과 호수, 바다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목적지인 호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오르는 길의 상록수림과 중간 전망대, 호수 둘레길이 서로 다른 풍경을 제공한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해변과 해안 드라이브, 역사마을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오이스터돔처럼 가파르고 긴 산행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충분한 운동과 자연 풍경을 제공한다. 여름에는 숲이 그늘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햇볕이 강한 날에도 비교적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또한 시애틀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으면서도 도심과 전혀 다른 숲속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라라비 주립공원 해변과 클레이턴비치
산행을 마친 뒤에는 길 건너 라라비 주립공원의 해변으로 내려가 보는 것이 좋다. 라라비는 워싱턴주 최초의 주립공원으로, 새미시베이와 산후안제도를 바라볼 수 있는 해안과 조수웅덩이로 유명하다. 썰물 때는 바위 사이에 남은 바닷물 속에서 작은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라라비 주립공원에서 조금 남쪽으로 이동하면 클레이턴비치가 나온다. 숲길을 지나 바닷가로 내려가는 비교적 짧은 코스로, 시간이 남는다면 프래그런스호수 산행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보다 강한 산행을 원한다면 남쪽의 오이스터돔을 선택할 수 있다. 정상의 바위 전망대에서는 샐리시해와 산후안제도 방향이 넓게 펼쳐진다. 다만 프래그런스호수와 오이스터돔을 하루에 모두 걷는 일정은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페어헤이븐에서 즐기는 식사와 커피
산행 후 식사와 휴식을 원한다면 북쪽의 페어헤이븐 역사마을로 이동하면 된다. 프래그런스호수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다. 빅토리아 시대의 붉은 벽돌 건물 사이에 독립서점과 카페, 식당, 작은 상점들이 모여 있어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 좋다. 굴과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척카넛 드라이브 주변 식당이나 테일러 셸피시 농장도 일정에 넣을 수 있다. 숲속 산행을 마친 뒤 바다를 바라보며 태평양 서북부 지역의 굴을 맛보는 코스로 구성하기 좋다.
하루 여행 추천 일정
오전 8시께 시애틀에서 출발해 척카넛 드라이브를 따라 라라비 주립공원으로 이동한다. 오전 10시 전후 산행을 시작해 프래그런스호수와 전망대를 둘러본 뒤 오후 1시께 내려오는 일정이 적당하다. 산행 후에는 라라비 주립공원 해변이나 클레이턴비치를 둘러보고, 페어헤이븐으로 이동해 늦은 점심과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프래그런스호수는 목적지 하나만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향기로운 숲길과 고요한 호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척카넛 드라이브가 하나의 여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시애틀 근교 당일 여행지로 충분한 매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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