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진 변호사의 <미국에서 만나는 한국법> (4)

한국에 남은 재산보다 빚이 더 많다면 —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문) 미국에 살던 중 한국 국적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남겨진 재산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데, 얼마 전 한국의 금융회사로부터 아버지의 채무를 갚으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미국 시민권자인 저도 그 빚을 갚아야 하나요?

(답) 상속에는 예금이나 부동산 같은 재산뿐 아니라 대출금 등 채무도 포함됩니다. 피상속인이 한국 국적자여서 한국법이 적용되는 경우, 상속인이 미국에 거주하거나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만으로 상속채무에서 제외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재산과 채무를 먼저 확인하고 상속을 그대로 받을지,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상속포기는 상속개시 시점으로 소급하여 상속의 효력을 전부 배제하는 제도이므로, 재산과 채무를 모두 승계하지 않게 됩니다. 반면 한정승인은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의 범위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하는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제도입니다. 어느 절차가 적절한지는 확인된 재산과 채무의 규모, 공동상속인의 구성, 보존할 상속재산의 유무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간입니다. 상속인은 원칙적으로 상속이 개시된 사실과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해야 합니다. 미국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지는 않습니다. 재산과 채무를 조사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기간이 지나기 전에 가정법원에 기간 연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결정하기 전에는 상속재산을 함부로 사용하거나 처분해서도 안 됩니다. 상속예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처분행위를 하면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되어 이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상속포기는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에 영향을 주거나 차순위 가족이 새로 상속인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가족 전체의 상속순위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3개월이 지난 후 예상하지 못한 채무가 발견된 경우에는 특별한정승인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채무가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법정기간 내에 알지 못했다면, 이를 알게 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속재산목록과 채무초과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위에 관한 자료를 갖추어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합니다.

한국 상속재산의 규모가 불분명하거나 채권자의 연락을 받았다면, 재산을 사용하거나 처분하기 전에 상속재산과 채무를 조회하고 한정승인·상속포기의 요건과 기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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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진 변호사
서울대 법학과 졸업
고려대 로스쿨 법학전문석사(J.D.)
Emory University LL.M.
한국 변호사 및 미국 워싱턴주·뉴욕주 변호사
(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Private Wealth & Family Law Group)
(현) Summit Pro Law 선임변호사 

문의 : 425-510-1671~4, admin@summitpro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