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IT PRO LAW – 칼럼

조윤진 변호사의 <미국에서 만나는 한국법> (1)

미국 유언장을 써도 한국 재산이 내 뜻대로 상속되지 않을 수 있다 — 유류분 이야기

(문) 시애틀에 20년째 거주 중인 영주권자입니다. 자녀가 둘인데 서울에 있는 아파트는 큰 아이에게만 물려주고 싶어 미국에서 유언장을 작성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친구가 “한국에서는 유언장이 있어도 다른 자녀가 자기 몫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해서 걱정이 됩니다. 정말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나요?

(답) 네, 그럴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유언이나 생전증여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몫을 보장하는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국에 재산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한국 상속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국제사법상 상속은 원칙적으로 사망 당시 피상속인(망인)의 본국법에 따릅니다. 따라서 한국 국적을 유지한 미국 영주권자라면 원칙적으로 한국법이 적용되지만, 국적·거주지와 유언에 포함된 준거법 지정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한국법이 적용되는 경우, 2026년 현재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고 직계존속은 3분의 1입니다. 과거와 달리 형제자매에게는 유류분이 없습니다. 최근 개정법에는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이나 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한 상속인의 유류분을 상실시킬 수 있는 근거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의 기여분을 반영하는 내용도 마련됐습니다.

유류분은 남아 있는 재산을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는 단순한 제도가 아닙니다. 상속개시 당시의 재산에 일정한 생전증여를 더하고 채무를 공제한 뒤 부족액을 계산하며, 권리자가 실제로 반환을 청구해야 문제가 됩니다. 공동상속인에 대한 생전증여는 오래전에 이루어졌더라도 유류분 산정에 반영될 수 있으므로, 미리 큰 아이에게 아파트를 넘기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청구기간도 주의해야 합니다. 유류분 반환청구권은 상속개시와 반환 대상인 증여 또는 유증을 안 때부터 1년,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10년이 지나면 유류분 반환청구권이 소멸할 수 있으므로,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한국의 상속 절차를 미뤄서는 안 됩니다.

미국에서 작성한 유언장이나 리빙 트러스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부동산의 상속·등기 절차가 자동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과 등기 절차에는 한국법이 적용되며,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도 한국 법원에서 이루어집니다.

또 한 가지 놓치기 쉬운 점은 유언장을 작성한 뒤 국적이 바뀌는 경우입니다. 상속의 준거법은 원칙적으로 유언 작성 당시가 아니라 사망 당시의 국적을 기준으로 하므로, 영주권자가 이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 검토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언장을 한 번 만들어 보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시민권 취득, 혼인·이혼, 자녀 출생, 한국 재산 취득과 같은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따라서 한·미 양국에 재산이 있을 때 유언장을 작성할 때에는 재산의 명의와 소재지, 본인과 가족의 국적·거주지, 적용될 법과 유류분 가능성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결국 좋은 상속설계란 유언장 한 장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뜻이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실제로 실현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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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진 변호사

경력: 서울대 법학과 졸업, 고려대 로스쿨 법학전문석사(J.D.), Emory University LL.M., 한국 변호사 및 미국 워싱턴주·뉴욕주 변호사, (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Private Wealth & Family Law Group), (현) Summit Pro Law 선임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