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거절당하는 아들, 상처 입을까 걱정하는 부모
얼마 전 한 어머니가 고민 상담을 해왔다. 만혼인 아들이 통 연애는 안하고 일만 하는 것 같아 대신 가입을 한 분이었다. 그래서 여성을 추천받을 때마다 좋아라 하고, 아들을 격려해왔던 차였다.
“추천받은 상대한테 자꾸 거절당하나 봐요. 걔가 마음이 좀 소심해서 거절 당하고 그러면 상처입을 수도 있는데...어렵사리 마음 먹었는데, 이러다가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예요”
어머니는 아들이 좋은 사람을 만나 빨리 결혼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상대방이 자꾸 거절해서 만남이 안되니 걱정이 컸던 모양이다.
“어머니, 그 부분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거절당하고, 잘 안되면 기분이 좋을리야 없지만요, 그래도 아드님 잘 해낼 거예요”
내가 이렇게 확실하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런 일은 결혼정보회사 뿐 아니라 일상적인 남녀 만남에서도 흔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보통의 일이라는 것이다. 만남이 잘 안되면 자녀도 그렇고, 그런 자녀를 보는 부모님도 그렇고 힘들어진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자녀의 NO는 NO가 아니다. 상대를 추천받고 마음에 안들면 거절하면 된다. 그렇다고 마음에 든다고 해서 단박에 의사표시를 잘 안한다. 상대에게 거절당할까봐 망설이는 것이다. 특히 자존심이 강할수록 머뭇거리고, 상대 반응을 기다린다.
이런 자녀의 모습이 부모에게는 그 만남을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자녀들은 대체로 부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부모의 걱정을 듣는 것도, 부모가 실망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에게 거절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혹시 자녀가 만남을 망설이는 것 같으면 부모는 한번 더 자녀 의사를 확인하거나 만남을 권유하는 것이 좋다.
물론 현실적으로 만남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실망하고 움츠러드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배우자 만남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정이다. 부모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자녀 장단에 맞춰 일희일비 하지 말고, 큰 틀에서 바라보고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자녀만 거절당하거나 실패하는 게 아니다. 더러 몇 번의 실연을 겪기도 한다. 오히려 첫 인연에 결혼하는 사람이 드물다. 이런 과정에서 겪는 피로도와 실망은 힘든 경험이다. 하지만 그게 싫어서 만남을 갖지 않는다면 나중에 그 몇 배 더 큰 상실감과 후회가 남는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고 하지만, 그 후회의 의미는 결혼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크다. 결혼하고 후회하는 사람은 많은 경험과 후회를 얻지만, 결혼 안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단지 후회를 얻을 뿐이다.
이성을 만나면서 상대를 보는 안목도 생기고, 좋은 인연을 만났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그런 결과를 생각하면서 과정을 극복하고 만남이 이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배우자 인연은 쉽게 만나지지 않는다. 여유있게 상황을 보면서 긴 호흡으로 만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지나고 보면 이 자체도 인생에 남는다. 거절하고, 혹은 거절당하는 것도 싱글일 때이니까 겪는 것이다. ‘메뚜기도 한철’이란 말이 있지 않나. 그 시기가 지나면 만나고 싶어도 기회가 안 생긴다. ‘그 때 결혼할 걸’, ‘그 사람이 괜찮았는데’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누구를 추천받고, 만나고, 이런 경험은 훗날 추억도 되고, 인생에 필요한 경험으로 남는다. 연애도 그렇고. 무슨 일이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시도도 안하면서 좋은 결과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젓는 게 순리다. 내가 노를 저을 때 물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실망만 가져다준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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