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붙어야 확 타오르는데” 착각에 빠진 노총각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스파크가 좀이라도 튀어야 하는데….”
그의 말에 난 경기를 일으킬 뻔 했다. 47세 노총각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될 말이었다.
그에게 40대 초반의 여성을 소개한 것은 한 달 전이다. 그는 첫 만남에서 여성의 인상이 좋다고 했고, 두 번째에는 하루 내내 만났다고 해서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3번째 만남에서는 잘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그가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었다. 그가 쉽게 만나기 어려운 커리어를 갖고 있는 여성이었다. 스파크나 느낌 타령을 하다가 만남이 끊기면 나중에 후회할 게 분명했다.
“그분 스펙이 정말 좋습니다. 나이가 40대 초반이고, 본인이 재혼자는 싫다고 해서 만남이 성사된 거예요.”
“그래도 감정이 안 생기는 걸 어떡합니까? 마음에 불이 붙어야 확 타오를 거 아닙니까?”
안타깝긴 해도 싫다는 걸 밀어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속상한 마음은 쉽게 달래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남성에게 e-메일을 보냈다.
“두 번 다시 이런 만남은 없을 겁니다. 말씀하시는 스파크라는 건 신기루일 뿐입니다. 선생님의 연령대에서는 현실성 없습니다. 자산이 10억 원 이상 되면 열 살 이상 어린 여성과 만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결혼 후에도 여성을 전적으로 책임질 각오를 해야 하며, 결혼생활 동안 여성을 떠받들고 살아야 합니다. 그 정도 준비가 되면 제게 연락 바랍니다.”
‘뒤 끝 작렬’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너무도 현실을 모르는 노총각에게는 따끔하게 한 마디 해줄 필요가 있다.
그 남성이 말하는 ‘스파크’란 20대의 순수함과 열정이 있는 연령대에서나 가능하다. 그런데도 자신이 나이 든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 시절만 기억해서 그 감정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남성들이 감정적 사치를 부리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시대가 지나면 이런 만남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이제 여성들 스스로 자의식을 갖고 당당하게 살고 있고, 남성들의 호시절도 끝나가고 있다.
나이가 꽉 찬 남성들은 스파크에 대한 환상을 깨고, 나이 차가 적게 나는 여성들을 먼저 만나라고 말하고 싶다. 10가지 조건 중 나이 하나 많은 것 외에 다 괜찮다면 만나보는 게 좋다.
20대에는 밑도 끝도 없이 달려드는 사랑이 가능하다. 다른 것 안 보고 사랑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0대는 많은 걸 따진다. 그러면서 스파크가 튀어야 하고, 미친 듯이 사랑하는 것까지 바라는 것은 착각이다.
스파크가 튀는 사랑을 원하는 노총각들이여, 하루라도 빨리 그 감정의 불꽃을 끄면 그만큼 노후가 편해진다는 걸 아시기를….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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