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즐겁게 대화하고 차 마시고 식사도 하고 근처 공원도 함께 산책하고 집근처까지 바래다 주었어요. 첫 만남인데도 데이트 풀코스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딴에는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그녀에게 "오늘 즐거웠다.."는 문자를 보냈어요. 그런데 아무런 답장이 없네요.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냥 자는 것 같아서 다음 날 출근해서 "지금 뭐하세요?"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여전히 무응답.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마음에 안들면 그냥 차 한잔 하고 갈 것이지 비싼 레스토랑에서 저녁까지 사게 하고..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하루 봉사한 느낌입니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남자 하자는 대로 따라 나서면 남자들은 혹시나 하는 오해를 합니다. 희망고문이죠.
이런 경우는 면전에서 거절당하는 것보다 기분이 더 나쁘네요. 속상해서 넋두리 한번 해봤습니다. 절대 데이트 비용 아까워서 그런 거 아닙니다.
여성1:
“그러면 차는 왜 마시나요? 얘기 몇 마디하고 그냥 헤어지시지요. 여자들이 남자 탈탈 털어먹으려고 마음에 없는데도 만나고 그러지 않아요.”
남성1:
“차음 만난 남자 차 타고 집까지 오는 건 오해를 살만한 행동인 것 같네요. 저 같아도 첫 만남에서 차, 식사, 산책, 에스코트까지 해줬다면 이 여자가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구나, 생각했을 것 같네요.”
여성2:
“글을 보니 딱 제 경우네요. 저는 여자 입장이고요. 몇 달 전 한 남자를 소개받고 간단하게 차를 마시고서 식사를 하러 갔는데, 식당이 카페에서 버스로 한 정거장 정도라면서 산책 겸해서 걸어가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날 제가 하이힐을 신었는데, 발목을 삐긋해서 좀 불편했어요. 약간 절뚝거렸고, 남자분이 그걸 못봤을리 없는데 버스 정류장도 멀고 택시 타봤자 길이 막혀서 돈만 많이 나온다면서 계속 걷는 거예요.
그걸 보니 남성분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이 막히고, 택시비가 많이 나와도 같이 있는 사람이 발목이 불편하면 일단은 택시 타자고 하는 게 기본 아닌가 싶어서요. 이왕 나선 길이라 식사는 했지만, 그 후 그분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그 여성분도 저랑 비슷한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남성2:
“이런 경우는 자칫 남자, 여자, 입장 차이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요. 그 여자분이 처음부터 얻어먹으려고 작정한 것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적어도 만남 당일 남성분의 문자에 집에 잘 들어갔느나, 정도의 인사는 하는 게 예의라고 보여지네요. 남성분도 그 부분에 더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요.”
몇 번 얘기 나누면 그 사람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우리들에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지 못하기에 좋아서 만나다가 헤어지기도 하고, 차 마실 때는 좋았는데, 식사할 때는 그 사람의 식습관이나 매너를 보고 마음이 바뀌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야 차 한잔도 아까운 만남일지라도 만나는 동안 최선을 다했다면 좋은 기억으로 그분을 보내주시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 새로운 만남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