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관리에 임하는 자세
30대 초반의 H씨는 생일을 하루 전날 문득 3개월째 만나는 남자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없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 남자와는 처음부터 그랬다. 서로 먼 곳에 있어서 2주일에 한번씩 주말에 만났는데, 만나는 날 전후로는 연락이 잘되다가 다음 주말에는 혹시나 싶어 전화를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바빠서 그러나 싶다가도 전화번호가 찍혀 있으면 답이라도 해주는 게 예의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다가 만나는 주가 되면 또 자주 연락이 왔다.
이런 식으로 3개월 동안 이 남자와 가까워질 만하면 멀어지고, 또 가까워지는 걸 반복했다.
“관심이 생기면 안부가 궁금할텐데, 그 사람은 안 그랬나 봐요. 두어번 그런 내색을 했는데도 달라지는 게 없더라고요. 사람 만나는 방식이 그런가,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해서 남자를 만나야 하나, 내 자신이 한심하다고 할까, 자괴감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서로 일정이 안 맞아서 한 달을 못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 거의 연락이 없다가 어느 날은 뜬금없이 “뭐하세요?” 라고 톡이 왔다.
마음을 접을까 하던 참이었는데,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마치 엊그제 만난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다. 그리고는 또 무소식. 이런 그를 두고 친구들은 “어장관리 같다”고 했다.
3개월 정도면 어떤 식이로든 결론이 나는 게 남녀관계라는 것이다. 그런가 싶다가도 만날 때는 매너 있게 대해주던 그 남자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고 싶기도 했다. 그 남자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추측대로 어장관리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그 남자 마음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이다. 왜 두 사람 관계의 주도권이 그 남자에게 있는가. 그녀는 스스로 판단해서 애매한 상황을 어떤 방향으로든 정리해야 한다.
물론 결정하기 힘든 감정의 경우, 놓지도 붙잡지도 않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장관리 당하면 본인이 상처를 입는다.
“소개팅 후 10일 만에 남자가 연락이 와서 만나자고 하는데, 어장관리 아닌가요?”라고 묻기도 한다.
상대가 쉽게 결정을 못해서 연락이 늦었을 수도 있는데, 이렇듯 툭하면 어장관리라는 이유를 굳이 갖다 붙인다. 마음에 든 사람이라면 결국 연락이 왔다는 게 중요한 거다. 그런데도 늦게 연락했다고 문제를 만든다.
어장관리는 사귀기 전에 여러 이성들을 두고 고민하는 것이다. 계산속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고민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오래 뜸을 들이는 상대의 애매한 태도가 싫은데도
그저 속만 끓이고 있다면 당신의 마음도 애매한 건 마찬가지다.
어장관리가 싫다면 본인이 먼저 확실한 태도를 보이면 된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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