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훈
문) 저희 어머니가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심한 빈혈증세라고 합니다. 자주 어지럽고 피로감이 심하십니다.
빈혈은 한방의 현훈 범주에 속해 출혈 및 철의 결핍 등이 원인
답) 일반적으로 혈색소의 농도가 정상 범위의 최저치에 못 미치는 경우 빈혈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혈색소의 양은 비교적 차이가 심해서 정상범위에 속하는 혈색소치를 지녔으면서도 빈혈증상을 보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한의학 측면으로 보면 빈혈은 현훈의 범주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현은 안목의 혼현(어지러움), 훈은 두뇌의 훈전(어지럽고 흔들림)을 말합니다.
현훈이란 용어는 ‘어지럽다’는 간단한 증상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회전성 어지러움 외에도 비회전성 비틀거림, 무력감, 머리가 텅 비거나 멍한 느낌, 눈앞이 깜깜해지고 아찔하여짐, 안면창백, 속이 매쓱거림, 발한, 심하면 실신하는 등의 증상을 포함하여 일컫습니다.
일반적으로 빈혈환자는 쉽게 피로하고 운동시 호흡곤란이 있음을 호소합니다. 두통이 있는 경우도 흔하며 가끔 이명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더 흔한 증상으로는 창백, 빈맥, 저혈압, 미열, 부종 등이 있습니다.
빈혈의 원인으로는 출혈로 인하여 올 수 있으며, 철 결핍으로 인하여 올 수 있습니다. 철결핍성 빈혈은 월경으로 인하여 철분이 배석되는 여자에게 더 많습니다.
철분의 체내소모가 흡수보다 많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 몸 속에 저장되었던 철이 모두 소모되고 나면 빈혈이 생기게 되는데 적혈구 크기가 작아지고 혈색소 함량이 적어진 저색소성, 소구성 빈혈을 나타냅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빈혈 형태입니다. 철의 결핍은 철의 요구량이 증가된 경우(영아,유아기 및 임신부)나 혈액의 손실(반복되는 출혈, 월경과다), 다태 임신이 있는 경우에 생깁니다.
성인 남자의 경우에는 생리적으로 철의 요구량이 늘지 않기 때문에 체내에 저장 상태로 지니고 있는 1000mg의 철만 가지고도 공급없이 3~4년은 빈혈을 나타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인 남자에서의 철결핍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가 만성적인 출혈을 의미합니다. 그 외에 말초성 전정기관, 또는 중추성 전정기능(뇌간)장애로 올 수 있습니다.
마른 체격, 여성에게 빈발
기허 보하고 증상 따른 처방 써
한의학적으로 볼 때 원인은 대체로 풍, 화, 담, 허로 봅니다.
정신적으로 억울분노가 오래되면 기가 울체되어 화로 되어 현훈이 생길 수 있으며, 기혈의 허로 인하여 즉, 구병이나 실혈 등의 원인으로 기혈이 허해져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선천적 혹은 방노과도하여 신정이 소모되어 골수를 생산하지 못하고 따라서 뇌수가 부족하여져서 현훈이 생기며, 담습이 울체되어 발생되기도 합니다. 치료에 있어서 현훈이 있으면서 두통, 안면홍조, 가슴이 답답하거나, 잠을 잘 못자면서 꿈이 많을 때에는 천마구등음 계통의 약을 씁니다.
현훈이 있으면서 안면창백, 사지에 힘이 없으며 말하기도 싫어지고 음식을 먹기가 싫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보중익기탕 계통의 약이 좋습니다. 또한 현훈이 있으면서 이명, 기억력 감퇴, 허리, 무릎이 아프고 유정, 도한(밤에 자면서 땀을 흘림) 등의 증상이 있을 때에는 육미지황환 계통의 약을 쓰며, 현훈이 있으면서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며 속이 매쓱하며 구토하거나 몸이 무거우며 눕기를 좋아할 때에는 반하백출천마탕 계통의 약을 씁니다.
한의학 서적에 보면 “현훈의 십중팔구는 허한 때문이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임상에서 역시 그러하며 빈혈은 대체로 마른 사람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많습니다.
마른 사람에 있어 빈혈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주로 혈허하여져서이며 여자에게 더 많은 것은 생리, 임신, 출산과 관련성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 뚱뚱한 사람중에서도 간혹 빈혈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기허한 때문입니다. 이는 한의학적으로 볼 때 기허하게 되면 혈의 작용도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만한 사람이 빈혈을 호소할 경우에는 오히려 기허를 보하는 약을 써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心身 건강 묵상]
“재작년 남편이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비록 남편과 이혼한 사이였지만 살 날이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사람을 위하여 다시 그녀가 병구완에 나섰다. 처음에 남편은 자기의 병을 인정하지 못하여 난폭하게 굴었지만, 묵묵히 자신의 병상을 지키는 부인에게 끝내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숨을 거두었다. 그 눈물 하나로 그녀는 결혼 생활 40년 동안 받았던 억울함과 고통의 큰 바윗덩이가 가슴에서 쑥 빠져 나간 것 같았다고 했다.” 황영애 교수의 「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에서 인용한 글 이다. 이혼한 남편의 임종을 지켜 준 이 글의 주인공은 이 책을 쓴 저자의 집에서 가사를 도와주는 분이다. 그분은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어렵게 유년시절을 보냈고, 남편과 혼인하면서 평생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야 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이혼한 남편의 임종을 지키며 한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했다. 눈물을 흘리며 죽음을 맞이한 남편도, 그분도 모두 구원되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억울한 사연들이 있다. 우리 삶에서 만난 억울한 일들을 그저 ‘억울함’으로 안고 살면 그것은 억울한 채로 남아서 ‘슬픈 인생’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그것을 적극적인 사랑으로 승화시키면 자신의 인생에 의미가 되고 축복이 된다. 우리 삶에서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똑같이 햇볕을 주시고 비를 내려 주시는’ 착한 하느님 마음만을 담고 살아야한다. 그러나 인간적인 마음으로 다른 계산을 하면 금방 우리는 자신의삶이 억울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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