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엘 갈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는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가 인생의 중요한 고비들에서 호불호를 결정짓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조건이다. 취직을 하기 위해 원서를 내거나 결혼을 하는 젊은이들이 상대방에게 점수를 얻거나 까먹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스카이(SKY) 대학이나 인서울(in Seoul) 대학 등의 용어들이 거리낌 없이 인구에 회자한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각종 선거에서 학력을 위조하는 바람에 선거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았던 기억이다. 한국에서 곧 있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어떤 사람들이 하버드 출신이라 ‘하하 연대’라고 이름짓는 교묘한 작명법에도 이런 의식이 잠재해 있는 듯하지 않은가?
미국에 갓 이민 오신 분들이나 자녀와 함께 지상사에 파견 나오신 분들이 필자에게 심심치 않게 하시는 질문도 이러한 악습(?)의 학습에 길들여진 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기인한다: “미국에는 출신 학교 때문에 취직이나 출세에 지장이 많지는 (뜸을 들이신 후에 이어지는) 않겠지요?” 부정적인 대답을 기대하시며 묻는 질문에 두루뭉술하게 애매한 대답을 하긴 하지만, 대화의 말미에 나오는 결론은 “여기도 그리 다르지 않지요”이다. 지금까지 선출된 미국 대통령의 3분의 1이 한국의 스카이에 대비되는 아이비 리그 대학 출신들이고, 연방 대법원의 판사들 9명 중에 노트르 담 대학 법대 출신인 에이미 바렛을 제외한 8명이 이 학교 출신들이다. 주치의를 선택할 때 이력에 기록된 의대의 이름이 자신도 모르게 선택의 기준이 되는 때를 보고 의식 속에 자리잡은 명문대에 대한 선입견에 놀랐다는 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게다가 미국 최고 부자 400명으로 선정된 부자 리스트의 3분의 1 역시 브라운, 코넬, 컬럼비아, 다트머스, 하버드, 유펜, 프린스턴과 예일 대학으로 이루어진 여덟 아이비 리그 대학 졸업생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더 토를 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라는 유보를 달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유보의 이유는 요즘엔 회사의 발전을 위해 명문대 출신의 인재를 선발하기 원하는 미국의 기업들이나, 명문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희망하는 직장이나 사업을 위한 필수적인 교두보로 여기 온 학생들, 양자가 모두 대학 교육의 무용성에 대한 생각을 점점 굳혀 가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미는 실리콘 밸리에서 유행하는 농담 중에 “대학 졸업장을 이미 받았다면, 당신은 이미 (이 테크 업계에서는) 실패자”라는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다. 또한, 페이팰을 창업해 성공한 피터 틸은 ‘Thiel Fellowship’이라는 재단을 만들어 젊은 창업 희망자들에게 10만불을 제공하는데, 조건이 바로 재학 중인 대학을 그만 둬야 한다는 일견 이해할 수 없는 조건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학교라는 숨막히는 공간속에서 대학, 대학원, 인턴 레지던트 등 십수년을 보내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여긴다. 정말 대학을 가서 실질적으로 사회에 나가 써먹을 만한 진수를 배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의 소원인 명문 대학엘 들어가 주기는 하되 한두해 다니다가 중퇴하고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페이스 북의 마크 주커버그 같이 전세계의 다중을 상대로 하는 사업을 시작해 돈도 벌고 명예도 얻고 싶다는 야심을 피력한다. 아마도 이런류의 야심가들을 위해 피터 틸은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나섰을 것이다. 틸은 스탠포드 법대 출신으로 페이스 북에 처음으로 투자를 해 그 혜안을 인정받았고(지난 미 대선에서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정치적 혜안을 보이기도 함), 온라인 대금 지급 회사인 페이팰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대학에서 비싼 등록금을 내고 공부하는 것이 좋은 투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페이스 북을 위해 처음에 투자한 50만불은 지금 20억달러가 되었는데, 틸에 의하면, 2004년에 페이스북을 시작한 주커버그가 2006년에 졸업할 때까지 창업을 미루었다면, 그는 시기를 놓쳤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것이 그가 어린 천재들에게 투자를 하는 이유이다. 즉, 23세 이하의 대학생으로 학교를 쉬거나 중퇴하고 사이언스나 테크놀로지 분야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에게 2년에 걸쳐 10만불을 지급하는 틸장학회를 2011에 세워 지난해 까지 약 271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고 매년 평균 2800여명이 20여명을 선발하는 이 장학금에 지원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대학 중퇴가 답이 아니라,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엘 갈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는 ‘대학 교육 무용론’이 등장한다. 미국의 테크 기업들은 원래 직원 채용에서 학교 이름이나 성적보다는 코딩 테스트나 테크놀로지 인터뷰에 더 큰 비중을 두어 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의 방산 업체인 팰런티어는 고등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지 않은 소정의 자격(SAT 1469, ACT 33 이상)을 갖춘 학생들에게 4달동안의 인턴십 과정을 제공하며 매달 약 $5,400을 제공한다. 이 과정의 선발 요강이 재미있는데, 간단히 의역해 살펴 본다: 불투명한 미국 대학의 선발 과정으로 많은 실력과 능력있는 학생들이 선발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우리는 능력과 실력을 갖춘 고등 학생들을 선발해 인턴십을 통해 교육시켜 정직원으로 채용될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엘 가서 빚을 지고 소용없는 이론에 매몰되지 말고 이 팰런티어 학위를 따시요.
팰랜티어의 이 프로그램이 극단이기는 하지만, 아마존, 테슬라, 애플 등의 대부분 기업들이 학벌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나아 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지 않아도 거세게 불어 재치는 인공 지능의 폭풍 속에서, 앞으로 다가올 대학 교육의 미래는 어찌 될 것인지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닌가?
| 벨뷰 EWAY학원 원장 민명기 Tel.425-467-6895 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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