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의 자녀를 사랑하시는 분

“허밍 버드 꿀물을 만드는 회사들이 제일 많이 하는 기도 중에 하나가 “제발 우리 손님들이 자신의 팬트리에 있는 설탕과 물을 섞어 이 새들이 가장 좋아하는 꿀물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해 주세요’”라고 말 만들기 좋아하는 분들이 농담을 한다. 그도 그런 것이, 필자의 경험으로도 보통 설탕과 물을 1:4의 비율로 섞은 뒤 잘 저어 꿀물통에 넣어 주면 새들이 너무 좋아 하니 그런 사실을 알면 비싼 제품을 살 이유가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이 새들이 가장 빈번하게 하는 기도는 “이 꿀물을 집에서 만드는 분들이 이 물이 천상의 음료의 맛을 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해 주세요”란다. 지금은 돌아 가신 필자의 어머님께서 여름에 시원하게 타 주시던 꿀물을 연상하며 군침이 도니 이 새들이 자신들의 몫이 줄어듬을 걱정할 만하지 않은가? 모두가 자기의 편익을 위해 기도하니 모두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참 마음이 어려우실 것 같다.

매년. 지금쯤부터 3월 중순은 중고등 학교에 재학 중인 우리 자녀들이 다음해에 수강할 과목들을 정해 수강 신청을 하는 기간이다. 수강 과목을 정하기 위해 필자를 찾는 부모님들과 학생들은, 적지 않은 경우 부모님들은 상당히 어려운 과목들을 선택하도록 강요(?)하시는 반면, 아이들은 내년 수업에서 겪을 고생길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많다. 위에 언급한 꿀물과 관계된 세 당사자의 자기 중심적 사고를 예로 들며, 학생과 부모님께 가능한 원론적인 조언인, “원하는 대학이 경쟁이 심한 대학이라면 되도록 도전적인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할 것은 그 과목들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까, 너무 학생의 학업 능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선택은 금물입니다”라고 중심을 잡아드린다.

이 즈음에 떠오르는 생각은 칼릴 지브란의 산문시집 ‘예언자 (The Prophets)’에 나오는 구절이다. 여기에서 지브란은 가상의 예언자의 입을 통해 부모의 역할에 대해 설파한다: 부모는 활이고 자녀는 화살과도 같은 것이며, 하나님이 이 활을 당겨 쏘시는 분이다. 부모의 할 일은 즐거운 마음으로 한껏 몸을 구푸려 화살이 겨냥된 과녁에 명중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칼럼의 애독자들께서 이미 짐작하시는 것처럼,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화살을 멀리 정확하게 보낼 수 있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가능한 많이 구부리는 것이다. 아이가 학업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몸과 마음을 기꺼이 구부려 어떻게 도와 줄 수 있을 지를 함께 대화하며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사춘기의 고민으로 삐뚤게 행동하는 우리 아이에게 다시 몸과 마음을 구부려 그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조언을 하며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을 의미한다. 수강 과목을 정할 때, 아이의 장래를 위해 감당할만한 최고의 과목들을 선택하도록 논리적이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대와 욕심을 구부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1931년에 초판이 나온 뒤, 이미 백여개의 언어로 출판되었으니 많은 분들이 익숙할 칼릴 지브란의 산문 시집 “예언자”는 예언자 알 무스타파가 살던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자 동네의 사람들이 나와 이 현자에게 마지막 지혜를 나누어 줄 것을 부탁한다. ‘사랑,’ ‘결혼,’ ‘자녀’ 등등으로부터 ‘종교,’ ‘죽음’에 이르는 26가지의 주제에 답하는 내용의 산문시이다. 필자의 졸역으로 여기 일부분을 소개한다.

“한 여인이 품에 어린 아이를 안고서.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십시요’라고 부탁하니, 예언자가 대답한다.
그대들의 자녀들은 그대들의 소유가 아니라네. 그 아이들은 인생 자체의 갈망에서 난 아들과 딸들이라네. 그 아이들은 당신들을 통하여 왔으나 부모인 당신들로부터 온 것은 아니네. 또한 그들이 당신들과 함께 거하나 당신들의 소유는 분명 아닌게지; 당신들은 그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으나 생각까지 주려고는 마시게. 왜냐하면, 그 아이들은 그들 나름의 생각이 있으니까. 부모들이여, 당신들은 아이들의 육체를 담을 수는 있으나 정신까지는 아니라네, 그들의 정신은 자네들이 꿈속에서 조차도 갈 수 없는 내일이라는 집에 거하니 말일세. 당신들은 아이들처럼 되려 노력하는 것이야 무방하지만, 그들을 당신들처럼 만들려고는 생각하지 마시게. 왜냐하면, 인생이란 되돌아갈 수도, 과거에 머물수도 없기 때문이지; 당신들은 활이라네, 거기에서 아이들이 살아있는 화살로서 쏘아지는 활 말일쎄. 활을 쏘시는 이는 무한의 궤적속에서 과녁을 보며, 그 분 신의 크신 능력으로 당신들을 팽팽히 구부려 화살들이 빠르고 멀리 나아가도록 하신다네. 활 쏘는 이의 손에서 당신들을 기쁘게 구부리시게나. 그 분은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시는 만큼이나 팽팽히 휘는 활도 사랑하시나니.”

이 글을 읽으며 화살인 아이를 가운데 두고 되도록 멀리 이 녀석을 보내기 위해, 신이 온 마음을 다 해 구부리심을 받아 들이며 부모가 두 손을 서로 맞잡고 등을 잔뜩 굽혀 등이 활처럼 팽팽히 굽어지는 것을 느끼시는 분이라면 여기에서 읽기를 멈추셔도 좋다. 하지만, 아직도 등과 목이 뻣뻣한 가부장적 권위로 가득찬 꼰대 부모님이시라면, 우리 아이의 마음에 깊게 새겨질 상흔을 남기지 않은 채 사춘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시리라.

| 벨뷰 EWAY학원 원장 민명기 Tel.425-467-6895 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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