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 아니라면 SBA 론은 안 주겠다네요

​SBA 론이란게 있죠. 연방 중소기업청이 보증을 서 주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좋은 조건으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우리 한인 사업자들도 이 SBA 론을 이용해서 많은 도움을 받아 왔었고요. 그런데 금년 3월 1일 부터는 영주권을 가진 사업자들이라면 이 SBA 론을 더 이상 이용할 수가 없게 됩니다. 미국 시민이나 미국 국적자들로서 미국 내에 주소를 둔 사람들만 SBA 론을 받을 수 있다고 SBA 의 방침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건 SBA가 스스로 결정한 일은 아닙니다. 트럼프가 지난 해 내렸던 행정명령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일 뿐이니까요. 덕분에 한인 비즈니스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한인 사업자들이 이 SBA 론을 이용해서 부동산이 포함된 개스 스테이션이나 모텔 이런 비즈니스를 키워 왔는데 이 돈줄이 막힌다면 이같은 관행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될 테니까요.

야단이 난 건 한인 은행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인 은행들의 SBA 대출 중, 25%에서 많게는 50% 이상이 영주권자라니까 당장 실적 자체가 줄어들 거고 그 결과 영업 수익 또한 급감할 테니까 말입니다. 어쨌든 시민권을 받기 전까지는 SBA 론을 받아서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꿈은 더 이상 꿀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법을 어기면서 미국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을 하면서 세금도 다 내고 했는데 왜 이런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America First 이니셔티브, 이게 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방침이니까요. 어쨌든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 기조, 이게 이제는 이민 단속이란 차원을 벗어나서 실물 경제 정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것 만큼은 분명해졌습니다. 이런 제약은 그럼 풀릴 가능성은 있는 걸까요? SBA는 마이너리티를 위한 제도니까 1년 안팎의 시간을 두고 정상화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선 아주 희박하다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아메리카 퍼스트란 구호로 지지층 결속을 하고 있는 트럼프가 그걸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올 가을의 중간 선거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이 큰 차이로 패배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당분간은 지속되지 않겠느냐고 보는게 더 현실적 아닐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하는게 좋을까요. 시민권을 받으면 되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영주권 취득 후 5년이 지나야만 시민권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법이 걸림돌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그런 분들이라면 SBA 론 대신 다른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 이걸 검토해 봐야 할 겁니다. 다행히 일부 한인계 은행들에선 이미 영주권자를 위한 대체 융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하죠. 물론 구체적인 조건이나 금리 또는 자기자본 요건 등이 어떻게 설정될 지는 아직까진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재무 기록과 세금 보고의 투명성 유지, 이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 같다 그겁니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자체 자금을 활용한 상업용 부동산이나 비즈니스 대출 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더 높은 리스크를 져야 할 수 밖엔 없게 되겠죠. 그래서 사업체의 현금 흐름과 세금 보고 내역 그리고 자산 형성 과정 등을 엄격하게 심사하려고 할 겁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세금신고를 정확하게 하고 비즈니스도 잘 하면서 신용이 좋은 사람들에게 론을 해 주려 할 거다, 그런 뜻입니다.

영주권자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업체라면 시민권을 가진 사람에게 그걸 넘기는 방법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할 지 모릅니다. 다만 이런 경우 SBA 론 신청 전 6개월 기간 안에 비시민권자가 오너로 있었다면 론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엔 주의해야 할 겁니다. 사업체 매각하고 은퇴를 생각 중이라면 오너 파이넨싱을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바이어가 영주권자라면 SBA 론 대신 일반 융자 프로그램을 통해야 하는데 문턱을 넘는게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판매대금을 목돈으로 받는 건 아무래도 어렵게 되겠죠. 그럴 때 오너 파이넨싱으로 판다면 Private annuity 형태로 은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또 Installment sales 로 세금보고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세금 절약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너 파이넨싱을 할 때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바이어가 중도에 페이먼트를 하지 않을 경우, 즉 콜렉션 리스크에 대비한 보호책이 필요할 테니까요.

아직 영주권자 신분이라면 이 참에 시민권 받는 걸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겁니다. 만에 하나 아메리카 퍼스트 돌풍이 사그러 들지 않더라도 시민권이 있다면 역풍을 맞지 않을 테니까요. 상황과 형편에 맞춰 현명한 대처 방법을 생각해 보시는 걸 권해 드립니다.


박현철 회계사 
Tel.206-949-2867 e-mail: cpatalktalk@hcparkcpa.com


글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