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최애 휴양지, 코타 키나발루에서 노후 보내는 건 어떨까

코타 키나발루 그러면 거기가 어디냐는 분들 많으시죠. 특히 미국이나 캐나다에 사는 분들이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만 사실 우리나라에선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동남아 여행하면 베트남 다낭과 함께 제일 먼저 떠올리는 데가 코타 키나발루라고 하니까요.

그래선지 직항 편도 많습니다. 국적 항공사 세 편에다 외항사 두 편까지 모두 다섯 편이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니까 한국 식당들도 많겠죠. 코타 키나발루가 한국 분들에게 인기가 많은건 무슨 이유때문일까요? 도시에 머물면서 산과 바다, 섬과 해변 그리고 열대 정글까지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원스톱 여행지 아니면 종합선물세트 휴양지라서 그럴 겁니다.

야자수가 늘어선 비취 빛 바다에서의 물놀이는 열대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찾아가는 길이 멀고 힘들다면 찾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선뜻 나서긴 힘들 겁니다. ​그런데 코타 키타발루라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호텔 방 문을 열고 나가면 남지나해의 푸른 바다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지고 바다 위엔 퉁쿠 압둘 라만이라고 다섯 개 섬들을 품고 있는 해양공원이 있어서 아일랜드 호핑도 쉽게 즐길 수가 있습니다.

​코타 키나발루의 불타는 노을도 유명합니다. 세계 석양 3대 명소 중 하나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니까요. 그리고 반딧불 투어도 코타 키나발루에선 빼놓을 수 없는 액티비티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오전에는 바다 물놀이, 오후엔 시내 쇼핑이나 관광, 그리고 해가 저물면 석양을 즐기거나 반딧불 투어, 이런 식으로 아주 효율성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란 얘기죠.

말레이시아에서 제일 높은 산인 마운트 키나발루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높이가 무려 4천 9미터라니까 2천미터만 넘어가도 고산 취급을 하는 사람들에겐 신비감 만땅이겠죠. 게다가 말레이시아 최초의 국립공원에다 유네스코 월드 헤리티지 사이트라는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합니다.

코타 키나발루는 바다를 접하고 있는 항구 도시라서 신선한 수산물들도 넘쳐 납니다. 그래서 어시장 방문은 필수입니다. 평소 구경도 못한던 진귀한 해산물들, 맨티스 쉬림프나 바다 가재 그리고 형형색색의 온갖 생선들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마음이 내키면 몇 마리 사가지고 거기서 즐기는 것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시장 바닥에서의 식사가 내키지 않을 수 있겠죠. 그런 분들이라면 씨푸드 전문 레스토랑들을 찾아가면 됩니다. 수준급 식당들도 많으니까요. 게다가 값도 착합니다. 맥주까지 곁들여서 두 사람이 푸짐하게 식사를 한다 해도 아마 3-40 달러면 충분할 겁니다. 호텔 값도 그렇습니다. 하이야트나 메리어트 계열의 호텔이라 해도 100달러 안팎이고 고급 리조트들도 150 달러 정도 주면 묵을 수 있으니까 가성비 하나는 정말 만점이죠. 물론 성수기냐 비수기냐에 따라 가격 차이는 있을 겁니다.

그래서 관광객 입장에선 코타 키나발루는 흠 잡을게 없는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잼 도시라고 하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겉으로 볼 땐 천혜의 관광지 같은데 막상 파고 들면 뭐라 할까, 꼭 짚어서 이거다 하고 내세울 게 없다는 겁니다.

스노클링도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다고 합니다.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을 만날 거란 기대를 하고 바다에 들어가지만 물은 탁한 편이고 고기들도 생각만큼은 보이지 않을 때가 많기 떄문이라고 하죠. 키나발루 마운틴도 들려 보면 실망스럽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국립공원하고 비교하면 인프라가 정말 제로 수준이니까요. 차로 올라가는 코스가 있지만 자차 운행은 안되고 반드시 셔틀을 타야 합니다.

​그런데 뷰가 별로입니다. 밀림 속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는 거라서 바깥 뷰가 전혀 없기 때문이죠 .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도 실망스럽습니다. 고산에서 보는 열대 우림의 정취 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게 차라리 속 편할 겁니다. ​그렇다고 하이킹을 할 만한 곳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정상 등반을 위한 코스가 있긴 하지만 일반 관광객들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등반 예약을 하지 않은 사람은 게이트에서 막고 있으니까요.

그나마 경험해 볼 만 한 건 포어링 핫스프링이란 곳에 있는 카노피 워크입니다. 그런데 이걸 경험해 보려면 카노피 워크 입장료는 물론 국립공원 입장료도 다시 내야 합니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관광객들을 ATM 정도로 보는거 아니냐 싶어서 유쾌한 기분은 아닙니다.

​그래선지 이 산에 놀러 온 현지인들은 뉴질랜드 젖소를 키운다는 목장 방문을 빼놓지 않는다는군요.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선 구미가 동하는 옵션이라곤 하기 힘들겠죠.

시내 남쪽에 있는 탄중아루 비치에서 보는 노을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제 눈엔 그냥 그랬습니다. 2022년부터 3년 동안 다섯 번이나 코타 키나발루의 석양을 경험했지만 환상적이란 느낌이 든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자연이 선사하는 경치들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시절 인연이 맞아야겠죠.

전반적인 볼거리도 많지가 않습니다. 전통 문화나 유적 또는 건축물이 너무 빈약해서죠. 원주민 전통 가옥이나 삶의 흔적은 물론 민속촌을 찾아 가면 맛 볼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선 생생한 경험은 아무래도 불가능하겠죠. 코타 키나발루는 2차 세계 대전 이전엔 영국 보호령이였습니다.

그렇다면 영국식 건물같은 것들이 조금 남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조차 변변한 것이 없습니다. 찾는 사람도 드문 에킨슨 시계탑이란게 전부니까요. 물론 회교 사원들, 특히 말레이시아 주립대 사바 캠퍼스 안에 있는 핑크 모스크, 그리고 플로팅 모스크라고도 불리우는 블루 모스크는 소문대로 확실히 멋집니다. 하지만 이것들만 가지고는 코타 키나발루에 들린 관광객들을 만족시킬 수가 있을까요?

씨푸드를 제외하고는 먹거리도 역시 시원치 않습니다. 우리나라 칼국수 비슷한 판미엔도 보이지만 대부분 중국 풍의 볶은 국수 요리들입니다. 물론 코코넛과 카레로 만든 국수인 락사는 트라이해 봐야겠죠. 말레이시아 국민 음식 중 하나라고 하니까요.

그나마 특색있는 건 육골차, 이름 그대로 고기와 뼈를 고아서 만든 음식입니다. 맛도 돼지 갈비탕 비슷해서 꽤 친숙합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코타 키나발루를 대표하는 음식은 아닐 겁니다. 돼지 요리니까 이슬람을 믿는 사바 사람들은 손도 대지 않고 오직 중국계 사람들만 즐길 뿐이니까요.

보르네오도 오랫동안 사람들이 살아온 곳이죠. 당연히 이어져 내려 온 전통 음식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트라이 해 봤지만 특출하다고 보긴 힘듭니다. 조리법도 단순하고 프레젠테이션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삶고 굽고 그 정도?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나쁘게 얘기하면 촌스럽습니다.

차이나타운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구색을 갖추기 위해 만들었을 뿐이란 인상을 받을 뿐입니다. 중국 커뮤니티 분위기가 하나도 나지 않기 때문이겠죠. 주말 야시장과 선데이 마켓도 이 차이나타운 거리에 열립니다. ​하지만 볼거리나 즐길 거리는 별로 없습니다. 규모도 작고 다양성도 부족한 데다가 스트릿 푸드마저 눈길을 끄는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타키나발루가 사람들을 계속 끌어 들이고 싶다 그러면 노력을 아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코타 키나발루에서의 은퇴 생활은 어떨까요. 그건 나쁠 것 같지 않습니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겐 아직까진 잘 알려진 도시는 아니니까 오버 투어리즘으로 걱정할 일은 없을 거고 도시도 제법 규모가 있는 편이니까요. ​시내 인구만 해도 60 만 가깝고 주변 인구까지 포함하면 100 만이란 얘기도 있으니까요. 덕분에 쇼핑 몰도 곳곳에 있습니다. 제 눈엔 너무 많아 보여서 장사가 될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의료 문제도 좋아 보였습니다. 전반적인 의료 수준은 태국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글렌이글스라고 하는 싱가포르 계열의 인터네셔널 하스피틀도 있고 지나가다 보니 한국 치과 간판도 보이더군요. 골프장이 많다는 것도 장점일 겁니다. 그래서 은퇴 후 소일거리로 골프를 즐기는게 쉬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여긴 물가가 전반적으로 싼 곳 아닙니까? 그래서 라운딩 비용도 큰 부담이 될 것 같진 않고요.

언어 문제는 어떨까요. 아주 좋은 편입니다. 코타 키나발루는 영어 소통이 가능한 곳이니까요. 외곽으로 나가면 안 통하는 곳도 많겠지만 시내 안에선 대부분 영어가 통합니다. 태국이나 베트남보다는 나은 점이죠. 사람들도 친절하고 유쾌합니다. 무슬림 그러면 좀 딱딱해 보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방인에게 손도 잘 흔들어 주고 미소를 건네 주는데도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기후입니다. 여기도 열대 지역이니까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는 날도 있지만 견딜 만 합니다. 습도가 낮으니까요. 게다가 도마뱀 같은 것들도 눈에 잘 띄질 않았습니다. 이유가 뭔지 확실치 않지만 시원한 바닷 바람이 언제나 불어 주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태풍이나 지진의 위험도 거의 없다고 하지요. 악명 높은 환태평양 지진대가 동쪽 바다를 지나가지만 지각판이 다르고 태풍도 태풍 생성 궤도 아래쪽에 위치한 관계로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하지요. 그래서 코타 키나발루는 바람 밑의 땅, 이런 별명을 가지고 있다더군요. 나이가 들면 따뜻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죠. 그런 분들이라면 코타 키나발루를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인지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요.

박현철 회계사 
Tel.206-949-2867 e-mail: cpatalktalk@hcparkcpa.com


글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