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아주는 것도 증여?

골프 전설 박세리 씨가 아버지를 고소했다고 떠들썩합니다. 오랜 기간 엄청난 돈을 쓰면서 빚을 갚아 드렸는데 아버지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의 도장과 문서를 위조해서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이유였다고 합니다.

가족 내 문제를 제삼자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세금 이슈가 있다는 보도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박세리 씨가 아버지의 빚을 갚아준 액수는 서류 상으로는 30억, 실제론 100억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박세리 씨가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15억에서 50억 사이가 될 겁니다. 한국의 증여세 최고 세율은 50%고 채무 변제는 증여라는게 한국 세법이니까요.

미국에서라면 어떨까요? 다른 사람의 빚을 갚아 주는 것도 증여로 간주 될까요?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도 역시 증여로 봅니다. 그래서 대신 갚아 준 돈이 Annual Exemption, 금년엔 $18,000 죠. 이 액수를 넘는다면 넘는 부분에 대해선 증여세 보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증여세를 당장 내야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미국에선 증여와 상속을 동일하게 그러니까 증여는 살아 있을 때 그리고 상속은 사후에 넘겨 주는 것이지 재산을 이전한다는 내용은 똑같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산세 면세 금액, 금년엔 1천3백 61만 달러죠. 이걸 이용할 수가 있고 따라서 증여세를 내는 경우는 아주 드물 거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미국과는 다르게 한국 증여세는 증여를 받는 사람이 낸다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15억이다, 50억이다 하는 증여세도 박세리 씨의 아버지가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왜 박세리 씨가 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도는 걸까요? 그건 증여받은 사람이 세금을 낼 능력이 없다 그럴 땐 증여를 한 사람이 낸다고 한국 세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어떨까요.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세금을 낼 능력이 없다고 해서 납세 주체를 A 라는 사람에서 B 라는 사람으로 바꾸는 일은 허락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박세리 씨 기자회견을 보면 한가지 흥미로운 내용이 눈에 띕니다. 빚을 갚아주는 대신 아버지와 공동으로 갖고 있던 부동산의 아버지 지분을 인수했다는게 바로 그겁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박세리씨는 증여세 부담을 덜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버지의 부채를 갚아주는 댓가로 아버지 지분을 넘겨 받았으니까 증여가 아니라 매입을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건 사실 관계를 따져 본 다음 결론을 내려야 할 문제겠죠. 아버지가 진 빚과 해당 부동산의 싯가를 비교해 보니까 빚이 훨씬 더 많더라 그렇다면 차이가 나는 부분만큼은 증여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박세리 씨 케이스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만약 혈연관계가 없는 채권자, 예를 들어서 은행같은 곳이겠죠. 그런 곳에서 부채를 면제해 준다면 어떨까요. 그럴 때도 증여로 볼까요?

​한국 세법에선 이런 것도 증여로 본다고 합니다. 그러나 채무 면제에 따른 증여세를 증여자에게 연대 납세의무를 지우는 것은 조세형평 상 지나친 측면이 있다 그래서 납세 의무를 면제해 준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채권자에 의한 채무 면제 이건 미국에선 원칙적으로 증여로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증여세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대신 탕감 받은 액수만큼은 빚을 면제 받은 쪽에서 소득으로 잡아야 합니다. 갚아야 할 돈을 갚지 않아도 됐다는 건 금전적으로 이득을 본 것과 마찬가지고 그래서 소득이라는 거죠.

이게 바로 Cancellation of Debt, COD 인컴입니다. 물론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빚을 변제받았다 그럴 때는 예외로 해준다는 규정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빚을 지고 있는데 채권자 측에서 증여 형식을 통해 빚을 없애주겠다, 그럴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주로 부모 자식같은 가족 사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케이스일 겁니다.

​이런 경우는 COD 인컴으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대신 채권자 즉 부모가 기프트를 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부모 이름으로 증여세 보고를 해야 합니다. 정리해 본다면 미국과 한국의 증여세법에는 차이가 많다. 그래서 부채를 면제시켜준다든지 아니면 재산을 이전한다든지 그럴 때는 반드시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세법을 검토해서 세금 측면에서 불리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요약을 하겠습니다.

[출처] 빚 갚아주는 것도 증여?|작성자 시원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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