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Tax Genius or Tax Cheat?
지난 10년동안 한푼도 세금을 안내다가 대통령이 된 후 겨우 750달러 씩 2년 쥐꼬리만큼 세금을 냈다는 트럼프 얘기, 어떤 내용인지는 신문과 방송들을 통해서 이미 많이 보도됐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대신 어떤 방법들을 사용했길래 세금을 안 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런 방법들을 사용하면 우리같은 사람들도 세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건지 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트럼프가 사용한 방법은 간단합니다. 기본적으로 자기가 소유한 어떤 비즈니스에서 난 손실을 이익을 낸 다른 비즈니스와 옵셋 시키는 방법을 썼습니다. 이렇게 하는건 불법은 아닙니다. 사업 상 손실을 옵셋시키기 위해선 Basis Limitation Rule과 At-Risk Rule이란 걸 위배하지 않았다면 100프로 합법입니다.
이 두 규정이 뭔지를 여기서 설명 드리긴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둘 다 전문적인 개념들이니까요. 그냥 사업에 배팅한 돈이 얼마냐, 손실은 그 배팅한 한도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그 정도로만 이해하셔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배팅을 꼭 자기 돈으로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돈을 빌린 후 지불 보증, personal guarantee를 했을 때도 인정 받습니다. 반대로 상환 의무가 사업체에게만 있고 오너에겐 없다면 인정 받지 못합니다. 상환 의무가 없으니까 그건 베팅금이 아니다 그런 뜻이겠죠.
트럼프의 비즈니스는 대부분 호텔이나 골프장같이 부동산을 끼고 있는 사업체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를 할 때면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 드는 게 하나 있죠. 바로 은행 대출입니다. 트럼프도 당연히 대출을 많이 썼고 또 지불 보증도 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은행 대출금을 꼬박꼬박 갚은 건 아니고 5천6백만달러 이상이나 되는 돈을 갚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은행 측에선 1099-C Form을 발행했겠죠. 그래야 자기들이 손실로 떨굴 수 있으니까요.
이 1099 폼에 기재된 금액은 트럼프가 소득으로 잡아야 합니다. 탕감받은 론은 소득으로 잡아야 한다는 세법 규정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게 트럼프에겐 큰 걱정거리는 아니였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사업 손실이 소득보다 많았다니까요. 손실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 세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단 뜻입니다.
게다가 2010년이라면 서브 프라임 사태 여파로 미국이 한창 불황을 겪고 있을 때여서 경기 부양을 위해 여러가지 시책들을 정부가 내놓고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고요. 빚을 탕감받아서 생긴 소득은 5년간 과세 유예해 준다던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물론 트럼프는 이것도 적절하게 잘 이용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그때 함께 변경된 Net Operating Loss 규정도 잘 이용했다는게 뉴욕타임즈의 보도입니다. 손실을 다 이용할 수 없을 경우엔 손실 발생 기점 2년 전까지만 손실을 carryback 할 수 있다는 규정을 5년 전까지 소급 적용해 이용할 수 있다고 늘려 줬으니까요.
감가상각비용도 손실을 키우는데 한몫 했다고 합니다. 감가상각은 비즈니스에 사용하려고 어떤 고정자산을 구입했을 경우 구입 원가 전액을 경비로 떨구는 대신 그 자산의 useful life 동안 정해진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현금이 지출되는 경비는 아닙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39년 동안 나눠서 비용처리를 해야 하니까 그렇게 한다면 감가상각으로 떨굴 수 있는 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호텔이나 골프장의 자산을 전부 상업용 부동산, 이렇게 잡는 대신 Personal property나 Qualified Improvement Property등 이렇게 cost segregation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하면 보너스 감가상각도 가능하고 설령 그런 걸 이용할 수 없더라도 훨씬 짧은 기간 내에 비용 처리가 가능하니까요.
그런데 소문처럼 트럼프가 장사를 잘 한 건 아니라는게 뉴욕타임즈의 얘기입니다. 몇몇 비즈니스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만성적자에 시달렸다고 하니까요.
트럼프 소유 골프장들 적자는 2000년을 시작으로 3억1천5백만 달러, 2016년 오픈한 DC의 트럼프 호텔은 2018년까지 5천5백만 달러, 그리고 트럼프 소유 부동산을 관리하는 Trump Corporation의 누적 적자는 1억3천4백만 달러나 된다고 하니까 자금난에 마음 고생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모르긴 몰라도 트럼프는 이 비즈니스들에 대해 추가 자금을 수혈해야 했을게 틀림없습니다. 돈을 빌려줬는지 아니면 증자를 했는지 그건 확실치 않습니다. 아니면 뉴욕타임즈가 지적한 대로 택스 리펀드로 충당하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세태크의 귀재 이렇게 불리울 만한 합니다. 손해나는 사업체들을 접는 대신 세금 절약의 수단으로 이용한 셈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했다고 해서 트럼프를 비난할 순 없습니다. 세법에서 허용한 규정들을 적절히 이용했을 뿐이니까요.
그래선지 뉴욕타임즈 기사 어디에도 트럼프가 탈세를 했다고 직접 언급한 대목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Tax Avoidance란 말만 여기저기 보일 뿐입니다. Tax Avoidance도 불법 아니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아닙니다. Tax Avoidance는 세법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유리한 방법들을 찾아내 이용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불법적 요소는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Tax Evasion 탈세라면 근본적으로 얘기가 달라집니다. 고의로 경제활동을 왜곡하고 세법을 의도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라서 백프로 불법이니까요. Tax Evasion을 하겠다면 벌금은 물론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받을 걸 각오해야 합니다.
트럼프가 사용한 방법들은 프레임 상으론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의혹을 불러 일으킬 만한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일 크게 의심을 받고 있는 부분은 2009년 아틀랜틱 시티의 타지마할 카지노에서 손을 떼면서 본 손실이 사업 손실이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핵심은 카지노를 포기하면서 트럼프가 조금이라도 댓가를 받았느냐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capital loss 로 간주되면 일년에 3천불 씩만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반해 사업손실 ordinary loss로 인정되면 전액 손실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뉴욕타임즈는 트럼프가 파산법원의 최종 판결 이후 새 회사의 5% 지분을 받았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Capital loss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맥락입니다.
손실을 키우기 위해 사업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들을 경비로 처리했느냐 여부도 관심거립니다. 이발료 7만달러, 촬영료 21만달러, 변호사 비용으로 지불했다는 2백만 달러가 넘는 금액 그리고 딸 이방카에게 컨설팅 비용으로 지불한 75만달러 등등이 바로 이 문제입니다.
비즈니스 용으로 사용된 비용들이더라도 공제를 받으려면 이 비용들이 통상적이고 또 필요한 것이여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공제를 신청한 이발료 등등 이런 비용들이 사업 상 필요했고 또 통상적인 것들인지 이걸 트럼프가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얘깁니다.
뉴욕 주에 있다는 Seven Springs 저택 문제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트럼프 가족들이 사용하는 별장이란 얘기가 있는데 세무 상으론 투자 부동산으로 취급했다고 하니까요. 이게 왜 문제냐 하면 이 저택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들에 대한 공제 혜택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주도해서 만든 세법, TCJA 에 의하면 거주 부동산 재산세 공제는 1만달러까지만 허용됩니다. 일반 국민들에겐 그런 제한을 달아 놓고는 자기들은 개인 부동산을 이름만 상업용이라고 달아놓고 220만달러나 되는 재산세를 공제 받았다면 IRS 하고도 문제가 있겠지만 정치적으로도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겁니다.
트럼프 소유의 사업체는 500개가 넘는다고 하니까 이 사업체들 간에 돈거래도 있었을 거라고 보는 건 아마 틀린 짐작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상황에 따라 주고 받는 돈을 조정했을 가능성도 있고 어떤 사업체 이름으로 소득이 생기는 게 좋은지 또 비용을 어떤 사업체가 지불하는게 유리한지 살펴 보면서 소득과 비용을 조절해 보려 하지 않았겠습니까? 물론 이건 제 추측일 뿐입니다.
어쨌든 트럼프가 세금을 줄이는데 사용한 방법들이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다면 문제가 될 게 하나도 없습니다. 미국엔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외국 세금은 많이 냈더라, 이렇게 트럼프를 비난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특이하게도 해외소득도 모두 보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외국에도 세금을 내고 또 미국에도 세금을 내야 하는 이중과세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외국에서 납부한 세금에 대해선 크레딧을 준다거나 아니면 일정 기간 이상 해외에 체류하면서 번 소득 얼마까지에 대해선 면세 혜택을 줍니다. 이 혜택은 조건만 맞추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니까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트럼프라고 해서 특별히 혜택을 받아서도 안되겠지만 트럼프니까 받을 수 없다고 해도 안됩니다.
하지만 세금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트럼프가 딴 사람들을 비난하는건 말도 안됩니다. 대통령 후보는 자발적으로 택스 보고서를 공개하는 관례를 무시한 것, 미국 세금은 겨우 20.5% 내면서 외국에는 세금 다 내는 오바마, 세법을 악용해서 세금 떼먹는 제프 베조스, 이런 트윗들을 누가 올렸습니까. 바로 트럼프 자신 아닙니니까. 그것도 모자랐던지 미국인의 반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트윗까지 날리기도 했었지요. 내로남불, 뒷간 기둥이 방앗간 기둥을 더럽다 한다는 말들이 저절로 떠 오르는 이유입니다.
어쨌든 결론은 세금을 줄이려면 신경을 좀 써야 하고 미리미리 계획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세법에 대해서도 평소부터 관심을 갖고 또 어떤 일을 벌이기 전에 회계사나 변호사와 상의해서 세금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살펴 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는 세무관리 하나 만큼은 잘했다, 그렇게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자기 자랑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역풍을 맞은건 문제지만 말입니다.
[출처] Tax Genius or Tax Cheat?|작성자 시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