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말하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
진료실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머리로는 다 아는데, 마음이 안 따라와요.”
이 말은 사실 매우 정확한 표현입니다. 우리는 흔히 문제를 이해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데, 몸은 아직 그 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 심리치료자 유진 겐들린(Eugene Gendlin)은 이 지점을 주목했습니다. 그는 치료가 잘 되는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막힘 없이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말을 하다가 자주 멈추고 “잠깐만요…” 라고 하며 자신의 내면을 느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내담자의 사례가 있습니다. 그는 오랜 시간 관계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었고, 그 이유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경험, 반복되는 패턴, 자신의 성격까지 모두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치료자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그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몸이 이 문제를 어떻게 느끼는지 한번 가만히 느껴 보시겠어요?” 그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잠시 눈을 감고 가슴과 배 쪽에 주의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뭔가… 여기 안에 단단하게 막혀 있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단순히 답답한 게 아니라, 나가고 싶지만 못 나가는 것 같아요.”
이것이 바로 겐들린이 말한 느껴지는 감각(felt sense)입니다. 아직 말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지만, 몸은 이미 그 문제의 전체를 느끼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는 그 느낌과 함께 조금 더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 내가 사실은 계속 참아왔던 거네요.”
이 순간, 그의 몸이 조금 풀리면서 숨이 깊어졌습니다. 겐들린은 이런 변화를 느낌의 변화(felt shift)라고 불렀습니다. 단순히 이해한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그 의미를 받아들이며 변화하는 순간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빠르게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몸이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불편한 감각이 올라오면 곧바로 분석하거나 해결하려 합니다. 그러나 몸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느껴지고, 충분히 머물러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결국 변화는 생각이 아니라, 몸과 함께 일어납니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이제 알겠다”고 느끼는 순간, 그때 비로소 우리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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