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Delusion
조현병의 주된 증상이면서 다른 정신증에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망상이 있습니다.
망상이란 말 그대로 잘못된 믿음,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는, 아무리 이성적으로 바로잡으려고 해도 소용없는 환자만의 생각입니다. 예로써, 제 조현병 환자 중 한 사람은 조현병 발생 초기에 대학교 기숙사 룸메이트들이 늦게 들어오는 것이 자신을 싫어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점점 친구들이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고 두려워하기에 이르렀고, 베개 밑에 칼을 두고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매우 비합리적일 수 있는 생각일지라도 조현병이 시작된 환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사실이라고 절대적으로 확신합니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기침을 한 것이 어떤 신호라고 믿기도 하고, 특정한 버스가 지나간 것은 자신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망상은 더 복잡해지고 통합되는데, 자신이 단순히 감시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통제, 조종되거나 최면에 걸렸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 늘 주의를 곤두세웁니다. 다른 조현병 환자 한분은 어머니가 자신을 독살하려고 한다고 믿어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이 환자는 제 치료실에 오면 늘 어머니가 차려준 음식의 모양새, 색깔 등을 묘사하며 분명히 독을 넣은 것이라고 설명하곤 했습니다.
이와 같이 자신이 감시당하거나 공격당한다는 망상은 편집망상 paranoid delusion이라고 합니다. 사실 매우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면 일반인들에게도 편집적 사고는 꽤 일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뉴스나 유튜브를 보면 이런 편집적 사고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경우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현병의 경우는 현실검증능력이 훼손되어서 극히 드물지만 위험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위에서 묘사한 첫 번째 환자의 경우는 방어용으로 칼을 품고 지냈으며, 한국에서 정신과 의사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던 환자의 경우도 드물지만 위험한 케이스에 속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들은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반인들도 경험하지만 조현병 환자들에게는 비현실적 극단적 내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 과대망상 grandiose delusion입니다. 자신을 예수라고 믿거나 대통령, 왕, 혹은 아주 중요한 인물이라고 믿는 경우들이 전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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