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편집적 성격 Paranoid Personality과 치료사례

경미 씨의 사례

정신에 대한 분석이란 해석을 통한 지적인 통찰로만 가능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정서적인 경험을 통하지 않고는 성찰과 인격적 변화는 불가능합니다. 경미 씨의 경우에도 편집적 성격의 화살이 저를 겨누기 시작했고 저의 모든 말투와 태도에 대해 의심과 비판의 목소리로 캐물었습니다. 그녀에게는 폭발적인 감정으로 보복하지 않고 견뎌줄 대상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저 또한 그녀와 치료적 작업을 하면서 화가 늘어났고 제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가 늘어날 정도가 되었습니다. 때로 치료 시간에 저의 분노가 그녀에게 그대로 감지되기도 했습니다. 서서히 저도 제 감정을 그녀와 나누지 않을 수 없는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저는 경미 씨와의 관계에서 제가 경험하는 감정의 부분을 조금씩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여지없이 그녀가 한참 제 말투에 대해 따져 묻다가 “선생님, 분명 저한테 지금 화가 나신 것 같은데요?”라고 하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저의 감정을 언급하지 않고 어떤 이유로 내가 화가 났다고 느끼느냐고 되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 저는 진심으로 화가 나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정확히 감지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상대가 느끼는 것이 진짜로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투사하는 내용이 실재하는지, 상대가 실제로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그녀가 알아야 했습니다. 저는 “경미 씨의 느낌이 맞아요. 지금 제가 화가 나 있는 게 맞아요.”라고만 말하고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잠시 가만히 있던 경미 씨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짜증 난 얼굴로 “그래도 화난 걸 인정해 주셔서 기분이 좋네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제 말투에 대해 따져 묻기를 멈추고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한 고비를 넘기는 느낌, 한 번 숨이 깊이 쉬어지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우리의 치료 과정을 통해 제가 그녀에게 표현하고 해석하는 내용 자체보다 그런 표현이나 해석이 이루어지는 맥락과 저의 태도가 항상 더 중요하게 작용하였습니다. 고비고비를 함께 넘기면서 경미 씨는 자신이 깊은 수치심과 열등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인식은 견딜 수 없는 감정을 타인에게 전적으로 투사하던 양상을 조금씩 멈추게 했습니다. 저 또한 그녀와의 치료 시간에 긴장이 덜 느껴지고 정서적 자유를 조금씩 더 누릴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그녀의 변화와 맥락을 같이 했습니다. 이와 같이 조금씩 쌓이는 새로운 경험은 우리의 인식을 통합시켜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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