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성 성격 Schizoid Personality과 치료사례 (2)
어느 날 아버지에 대한 주제가 다시 대두되었고, 저는 그가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아버지에 대해 그렇게 강한 분노가 지속된다면 왜 물리적으로 독립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이미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나누던 터라 저의 질문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보다 공격적으로 들렸던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경직되었습니다. 그의 내면에 아버지를 향한 경멸만큼이나 그런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갈망과 그리움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분열성 성격자가 타인을 멀리하고자 한다고만 보는 것은 평면적 이해일 수 있습니다. 타인을 향한 두려움과 갈망 사이에서, 거리 둠과 가까움 사이에서 고뇌를 겪는 것입니다. 석진 씨는 매우 경직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직 준비되지 않은 그에게 제 질문이 강력한 자극이 되었나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 질문 이후 석진 씨는 부쩍 저에게 공격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분석 시간을 취소하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 대해 다루고자 애썼으나 그는 심리적으로 매우 멀어져 갔습니다. 하루는 분석을 더 이상 하기 힘들겠다는 내용과 함께 최근 읽기 시작한 종교 경전에서 매우 위로를 얻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안타까운 종결이지만 저는 그에게 지지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의 성격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억지로 그를 붙잡지 않고 언젠가 다시 준비되고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분석이란 긴 인생을 놓고 엇갈리는 만남과 이별인 셈입니다. 그리고 반갑게도 그는 몇 년이 지나 다시 제 진료실을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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