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성 성격 Schizoid Personality과 치료사례
석진 씨의 사례
석진 씨는 특별히 무엇인가를 해결하기보다는 자신이 이대로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고 깨달음이 필요하다며 제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그는 30대 중반의 남성이었는데 아직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당시는 배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이유를 물었을 때 그냥 직장을 그만두었다고만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석진 씨와의 분석 상황을 통해 그의 주된 문제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석진 씨는 타인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을 매우 강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서서히 그도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대인관계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 정황을 물으면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며 넘어가기가 일쑤였습니다. 추상적인 이야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고,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 늘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종교와 수행에 관심이 많았고 영적 차원의 세계를 추구했습니다. 석진 씨의 성격적 특징을 보면,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노력을 배제하고 혼자서 주체가 되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영적세계란 말 그대로 구원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영적 세계를 누리고 살면서도 현실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 극단적 두려움이나 혐오, 분노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균형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석진 씨는 거의 동료들과는 관계가 없었고 함께 지내는 부모님과만 관계성을 유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모님, 특히 아버지에 대한 혐오와 분노가 강력했습니다. 그가 강하게 경험하고 사용할 수 있는 두드러진 감정이 분노였고 이는 아버지에게 집중되고 있었습니다. 저와 석진 씨는 아버지와의 관계성, 아버지에 대한 분노에 대해 오랜 시간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저의 영향력을 계속 배제하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치료자인 저 또한 그에게는 자신을 삼키려 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타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을 수 없다는 고립감과 답답함이 제 내면에서도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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