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화 현상/성격 Somatizing Phenomenon/Personality과 치료사례 (2)
그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 경석 씨가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해야 했던 일은 술에 취해 어디엔가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어머니와 함께 찾으러 다니는 일이었습니다. 또 술 취한 아버지가 자주 어머니를 심하게 구타했기에,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때부터 경석 씨는 두려움에 가득 찬 엄마와 친척집으로 여기저기 도망을 다녀야 했습니다.
그러던 아버지를 피해서 어머니는 결심을 하고 초등학생이던 경석 씨를 데리고 멀리 도망친 뒤 이혼소송을 밟았습니다. 결국 부모님 간에 이혼이 되어, 경석 씨는 이십 년 가까이 아버지란 존재를 보지 못한 채, 볼 수 없음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30세가 지난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어머니가 아닌, 고모로부터 들었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경석 씨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들은 뒤 뭔가 놀랍다는 느낌을 가졌으나 이내 잊어버렸다고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계속 이런저런 병으로 아팠던 경석 씨는 이렇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듣게 된 얼마 후부터 갑자기 피부질환을 앓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피부과에서도 그냥 연고와 처방만 줄 뿐 특별한 이유를 알려줄 수는 없었습니다. 치료를 하면 잠시 나아졌다가 다시 악화되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마음의 충격과 스트레스가 신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보았느냐고 질문했을 때, 그는 “그럴 수도 있겠지요.”라고 형식적인 답은 했지만 자신에게 실제 벌어지고 있는 과정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너무 긴 시간 동안 감정이 마비되고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경석 씨는 감정을 머리로 정리해서 그 힘을 소실시킨 듯했지만 사실은 무의식과 몸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가 물질과 육체의 세계를 넘어 정서와 정신의 세계를 감지하고 수용하는 것은 몇 년의 분석기간을 통해 서서히 이루어졌고 신체적 증상화로 이어지던 양상도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이와 같이 보이지 않는 영역인 감정과 무의식을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것은 자신이 내적, 외적으로 통합된 복잡한 존재임을 존중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가능해지고, 이는 상당한 경험의 누적과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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